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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간일목 Jan 30. 2018

00. 집을 그리다.

A. 


집을 그리다


sgim




1. 건축의 일, 고향을 만드는 작업



건축은 고향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들었다. 

건축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요구되는 삶의 기능 그리고 자연과 공동체의 관계 등 건축의 세계가 추구해온

보편적 가치 속에서 건축가의 건강한 해석과 그가 가진 정직한 감각으로 하나의 실체로서 구현된다. 

그래서 얼마만큼 삶을 이해하고, 깊게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느냐에 따라 

꼭 그만큼만 실현된다고 나는 믿는다. 

또한 삶은 언제나 단편적이지 않다.

중첩되어 있고, 이어져 있으며 여러 세대, 여러 시간의 켜가 늘 동시에 존재해 나간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귀를 기울일 수가 없다. 

건축은 어렵지만 무척 중요하다. 

아마도 내가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공부하고, 조심스럽고, 면밀한 작업이 한없이 요구될 것이다. 

표면적이고 일시적인 것이 아닌, 삶의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 가운데서도 은은한 향기와 빛깔을 

잃지 않는, 담백하지만 깊은 맛이 나고, 수수하지만 격을 잃지 않는 그런 건축을 그려나가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이천집 -2016





2. 만만한 건축을 생각하며...



10여 년 전 먼저 독립해서 작업을 하고 있던 친구를 보러 현장에 들렀다. 

그날은 상량식이 있는 날이었고, 그곳에서 법정스님을 뵈었다. 

학창 시절 스님의 수필집을 끼고 살았는데. 너무나 경외한 나머지 조금 옆에 떨어져서 미동도 못하고 

혹시나 스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시 나하고 귀만 기울이고 있을 때였다. 

옆에서 한 일꾼이 스님께 “스님 집이 뭐예요?”라고 문득 말을 걸었는데. 스님은 조금 생각하을 하시더니 

이네 이렇게 말씀하셨다. “집은 만만해야 돼, 집이 그 안에 사는 사람의 기운을 누르면 안 돼” 

그 당시 나는 설계사무소에서 한창 실무 수련 중이었는데. 지금도 그때의 울림이 선한다. 

그리고 그 만만 함이라는 것이 사실은 하찮은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적절하게 가득 차 있어 

모자람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우쳤다.

이후 나의 작업들은 건축가로서 멋지고 특이 한 또는 아주 감각적인 형태를 추구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삶을 꾸려나갈 주인공들을 깊게 바라보며, 정성스레 이야기를 들어주며 실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만만함을 좀 더 생각하게 되었다. 

예산이 적은 경우나, 가족의 꿈이 한없이 진실될 때면 더욱 그러했다. 

추구하고 취한 태도를 반영한 정직한 감각이 보태져야 한다.

소유의 개념으로서의 바닥 면적보다는 존재의 개념으로서의 공간과, 장소를 불편함과 편리함을 나누기보다는 

편안함을 그리고 얼마만큼 소중히 여기느냐에 달린 가치의 문제에 좀 더 열중하였다. 

그래서 나의 건축은 늘  그 속에 작은 감성의 여백이 수줍게 숨어 있도록 애쓰지만, 늘 평범하고, 만만하게 보인다. 그렇다고 들 한다. 

그리고 가끔 사무실 이름인 '삼간일목' 답다는 말도 듣는데, 나는 늘 과찮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무언가 쌓여가고 누군가 그것을 느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빌라꾸보 -2015





함께하는 일, 따뜻함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듯이 건축 또한 혼자서 만들어 나갈 수는 없다.

의뢰인과 건축가 그리고 건축가와 함께 작업하는 스텝들 그리고 완성된 도면을 정성 들여 시공할 시공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나 보면 내가 한 작업들 속에 나의 몫은 그리 크지 않다. 

함께 하는 이들의 의식과 의지 그리고 건강한 열정 어느 한 구석에 있었을 뿐인 것 같다.  

아주 작은 집의 설계를 처음 맡았을 때로부터 조금 안정된 작업과 사무실을 꾸려나가는 때까지 늘 나에는 평범함 속에서 늘 새로운 작업들과 역할들이 주어졌고, 콘크리트 건물에서부터, 정량적 기술과 디테일을 요하는

패시브하우스, 그리고 전통건축인 한옥 그리고 경량, 중량 목조 주택에까지 다양한 구법들의 건물을 작업하게 

되었다.  그러한 이유 중에 하나는 각각의 유형이진 특이성과 의미들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의 생각, 나의 건축이 좀 더 유연한 가운데에 있기 바라서였 다. 

그래서 한옥을 설계하다가 다시 일반건물을 설계할 때, 패시브하우스를 설계하다가 다시 일반 목조주택을 설계할 때 생기는 간극과 연결에 아직은 흥미가 많은 것 같다. 

한 개인이나 한 가족을 넘어서 좀 더 확장된, 사람들의 집을 몫몫이 지어 나갈 수 있기를 꿈꾸며, 

늘 내가 서있는 이곳, 나에게 주어진 이 일들에 한없는 배움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조금이나마 내 역할과 소명이 사람들의 삶에 맑고, 따뜻함으로 기여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여전히 선을 긋고 또 선을 그려나간다.



팝콘하우스-2017






                                                                                                                                     2018.01.30 sg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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