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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김 Dec 15. 2020

'서평'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서평 쓰는 법 - 이원석


"서평 쓰는 법"이라는 책의 서평을 쓰려니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다.

제목에 충실하게 이 책은 서평이 무엇인지, 서평을 쓰려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서평을 쓰는 방법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적으니 거창한 내용을 담은 묵직한 책일 것 같지만, 사실은 200 페이지도 되지 않는 얇은 책이다. 심지어 B4 보다 작은 B5 사이즈와 비슷하거나 더 작은 책이다.



2시간 조금 안 되는 시간에 천천히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얇은 책이다. 얇은 책이지만 내가 브런치에 이 글을 적을 수 있게 용기를 주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이전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 나는 공개된 곳에 글을 올리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훌륭한 사람들과 글들을 볼수록 스스로의 부족함이 더욱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족한 모습을 공개하는 것이 단순한 시행착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훌륭한 글을 쓰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는 당연한 시행착오를 회피하고 있었구나'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서평은 공개된 글로 적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래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서평은 다른 사람에게 공개할 때 완성되는 글이라는 것이 첫 번째였다. 두 번째는 서평이라는 글이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내가 어떤 사고를 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 사고가 지금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내 모습을 나중에라도(흑역사가 되겠지만) 분명히 마주하는 것이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글을 적게 되었다.



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내용이자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였다. 책에서는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를 여러 가지 나열하고 있지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독후감'은 감상적이고 '나'만 보기 위해 쓰는 글이라면, '서평'은 보다 논리적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 쓰는 글이라는 것이다. 두 단어를 거의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여 쓰던 나에게는 꽤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서평'이 '독후감'과 다른 것이라면, 어떻게 써야 '서평'이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었고 그 이후의 내용은 이 의문을 풀어주면서 진행되었다.



서평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그중에서 아주 공격적으로 어떤 책을 나쁘다고 말하는 서평가의 이야기가 꽤 흥미로웠다. 흥미로웠던 이유가 나는 '독서는 좋은 것이다'는 말을 매우 모호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었기 때문인데, 책은 단순히 정보를 담은 '매체'로서, 당연히 모든 책이 좋은 내용만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독서가 언제나 유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치 모든 그림이나 동영상이 좋을 수는 없어서, '유튜브 구독은 좋은 것이다'라는 말이 모호한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에는 좋은 콘텐츠도 있고, 나쁜 콘텐츠도 있듯이 책 또한 그런 것 아닐까?


하지만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어야 좋다'라고 교육을 받은 이상, 책을 비판하는 것은 종종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특히 추천을 받은 책이나 베스트셀러, 방송에 나온 책을 별로라고 말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개인에 따라서는 정말 별로 일 수도 있고, 실제로 좋은 책이 아닐 수도 있는데도 그렇다. 아주 공격적일 필요는 없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쓰는 서평은 솔직하게 별로였다고 쓰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시간과 돈을 절약해준다는 이야기가 어쩐지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 외에도 '어떤 것이 서평일까'에 저자의 생각이 듬뿍 담긴 내용들이 저 작고 얇은 책에 들어있었다. 물론 서평에 대한 저자의 말대로 동의할 수도 있고,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었다. 예를 들어, 다치바나 다카시가 말한 서평에 대한 생각을 저자는 '요약만 해서는 서평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반박하고 있었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글 자체는 훌륭한 서평이라고 하면서도 그 내용에 대해서 만큼은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나름대로 내용을 요약한 것은 독자가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용을 어떻게 구조화해서 생각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저자가 말한 '서평'으로서의 기능을 어느 정도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 것 같았다. 이 책의 저자는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책에서 말하는 내용의 맥락과 구조를 파악하면서 상세히 읽어야 하고, 또한 자신의 생각을 '서평'에 담기 위해서는 '서평'을 쓰는 사람이 구조화된 생각과 깊은 사유가 필요하다고 한다. 저자는 훌륭한 교양을 갖춘 사람은 그것이 '서평'에 묻어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저자가 책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 어려운 내용을 풀어내기 위해서 '서평'을 쓴다고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당연한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서평 쓰기를 통해서 책을 온전히 누리고, 자신을 가다듬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막연했던 서평 쓰기를 자세히 풀어준 것도 분명히 이 책의 장점이지만, 책을 아끼는 사람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도 이 책을 통해 서평에 대해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상한 서평 쓰기도 많이 생긴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출판 시장은 상당히 작은 편인데, 출판사 관계자가 책을 사라며 추천을 하고, 인터넷에 어떻게 서평을 쓰면 검색이 많이 유입된다며 서평 템플릿을 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해서 검색에 많이 걸리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는 것 같다. 모쪼록 저자가 안내해주는 방법으로 서평을 자세히 알아가고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서평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라며, 안 그래도 작은 출판 시장을 곡해하는 이런 서평 쓰기는 멈췄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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