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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김 Dec 13. 2022

글은 스며 나오지만 꾸준히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

연말 이건만 일만 눈처럼 쌓인다.

책을 읽지도 못하고 글을 쓸 정신도 없어서 부쩍 정신적으로 메마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글쓰기를 게을리하면 글 쓰는 실력이 퇴보할 것 같아 급히 몇 자 적어본다.






기왕 글을 쓰는 건데,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프로 작가도 아니고 출간을 해본 적도 없지만 그래도 꾸준히 글을 쓰고 있으니 조금 끄적일 말이 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브런치에 에세이를 끄적여 올리고 있다.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소설도 쓰고 일기도 꾸준히 쓰고 있다. 어디 가서 내놓을 수준은 안되지만, 혼자서 끄적끄적 즐기는 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겠다.


끄적끄적 쓰는 건 재미가 있다. 공개된 글을 쓸 때는 조금 조심스럽긴 해도 글을 쓴다는 것 자체는 꽤 흥미로운 행위이다.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낙서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자기표현의 과정이니 말이다. 아마 계속해서 글을 쓰게 하는 힘은 이런 자기표현의 쾌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큰 매체에 올리거나 공모전에 낼 글이 아니라면 그냥 편하게 쓰며 즐길 수 있다.


또한 글은 저절로 스며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자기 글을 쓰기 시작한다. 마치 음악을 듣기만 하다가 악기도 장만해서 연주해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만화를 많이 보다가 직접 그리기 시작하는 사람들처럼 글 또한 서서히 읽다가 쓰게 된다. 모든 책 읽는 사람이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던 사람이 글도 쓰게 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렇게 보면 글쓰기도 예술 행위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음악을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욕구라면 글쓰기 역시도 자연스러운 욕구다. 여기에 다른 예술과의 차이점을 들라면, 글쓰기는 머릿속을 정리하는 도구가 되어준다는 점이 있겠다. 복잡하고 어딘가 꼬여있는 듯한 생각이나 자신도 잘 모르는 감정을 단어와 문장으로 풀어내면 어쩐지 단순 명료해진다. 풀어낸 글을 다시 읽고 고쳐쓰기까지 하면 복잡한 생각이 점점 더 간단해진다. 그러고 나면 한층 더 정서적으로 안정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어딘가 논리적으로 성장한 듯한 기분은 덤이다.






나는 어려서 탐정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그 덕분에 초등학생 때나 중학생 때 주야장천 추리소설을 쓰곤 했다. 읽는 것도 좋아했지만 쓰는 것도 무척 좋아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판을 두들겼다. 그렇게 쓴 소설은 출력해서 보관했는데 이사를 다니면서 모두 잃어버렸다. 아마도 다시 보기 부끄러운 글이었을 테니 잃어버리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어쨌든 책이 글을 쓰게 만들어준 셈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이과를 선택하면서 소설 쓰기 같은 것과는 멀어졌다. 그때는 과학책을 좀 더 많이 읽었고 글을 쓰는 것을 좀 멀리했다. 대학도 이공계로 왔으니 아무래도 글쓰기와는 좀 떨어져 있었던 셈이다. 독서도 글쓰기도 거의 하지 않게 되었지만 이공계로 온 것이 어찌어찌 취업에 큰 도움이 되었으니 생계 안정에 크게 기여는 했다.


회사에 다니고 다시 책을 읽을 여유가 좀 생기자 자연스럽게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추리 소설은 이제 읽지 않지만, 더 많은 소설을 읽게 되었고 글도 더 다양하게 쓰게 되었다. 예전처럼 우다다다 쓰기보다는 퇴고도 하고 터무니없는 글에 좌절도 하며 쓰고 있다. 조금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기 때문일까. 지금은 글 쓰는 순수한 재미도 좋지만, 꾸준히 쓰면서 실력을 늘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브런치에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부터는 글 쓰는 게 좀 더 어려워졌다. 원래도 글쓰기는 쉬운 게 아닌데, 잘 쓰려니 더 힘들어진다. 그래도 꾸준히 글을 쓰게 되는 건, 글이 주는 쾌감과 자기표현 욕구를 놓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프로 작가가 되지 못해도 계속해서 글을 쓰지 않을까. 대단한 가치를 지닌 글은 못 쓰겠지만, 나름대로 계속 즐겁게 글을 쓸 것 같다. 이렇게라도 노력하면 조금씩 나아질 거라고 믿으며 꾸준히 글을 쓴다.






바쁜 와중에 이렇게라도 조금 쓰고 나니 후련하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조금은 앞이 보이는 느낌도 들고 말이다. 어서 바쁜 일이 지나가서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다. 아마 글을 쓰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자기 생활에 치이면서도 조금씩 꾸준히 쓰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브런치 작가 분들도 많으실 텐데, 바쁜 와중에도 꾸준한 활동을 하시는 모든 작가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Photo by Daniel Álvas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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