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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김 Jan 02. 2023

새해 소망은 소박하지만

모든 이에게 좋은 한 해가 되기를

느슨했던 연말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2023년이 되었다.

크리스마스를 장식하려고 사둔 붉은 장미꽃이 연초를 앞두고 시들었다. 2022년을 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라는 뜻이겠거니 하며 꽃을 치웠다. 그렇게 조용히 연말을 보냈다. 아껴둔 연차도 연말에 몰아 쓰며 집에서 편안히 연말 분위기에 젖었다.


1월 1일을 보내고 월요일에 가장 먼저 한 일은 병원에 가는 것이었다. 나는 재작년에 갑자기 경련과 함께 쓰러졌는데, 그때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정기적인 검진을 위해 작년 말, 그러니까 12월 마지막 주에 한 번 더 병원에 갔다. 월요일은 그때의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대학병원에 방문했다.


어쩌다 보니 새해 첫 시작을 병원과 함께 했는데, 다행히 검사 결과는 좋았다. 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의사 선생님, 대학병원이니까 교수님께서는 정기 검진은 더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해주셨다. 새해부터 시작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교수님도 무척 친절하게 내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하셨다. 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를 건네고 병원을 나섰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돌이켜보니 재작년에 쓰러졌던 일이 꿈처럼 느껴졌다. 그때는 참 힘든 일이 많았는데 어떻게 또 지나고 2023년이 되었다. 고생했고, 또 지나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올해는 건강 문제를 좀 떨쳐내고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겠다 싶어서 약간 가뿐한 기분도 느꼈던 것 같다. 병원에 다녀온 김에 가볍게 운동도 하고 식습관도 조금 조절하면서 건강에 좀 더 신경 쓰며 살아야겠다고 다짐도 해보았다.






새해를 앞두고 책을 몇 권 사두었다.

연말부터 eBook을 많이 사서 쉬는 동안 열심히 읽었다. 그래도 아직 읽을거리는 많이 쌓여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습관처럼 온라인 서점에 들어간다. 이 책 저 책을 살피며,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다가 어떤 책 한 권에 꽂혀버렸다.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인데, eBook 으로 읽어도 되지만 실물책이 너무 갖고 싶었다. 


고민을 반복하다가 근처 교보문고 매장에 딱 한 권이 남아있다는 걸 보자 바로 뛰쳐나갔다. 12월 31일에 밤 9시를 몇 분 남겨두고 나는 그 책을 손에 넣었다. 그간 모아둔 포인트가 넘쳐서 카드도 쓰지 않고 포인트만으로 구매 완료했다. 실물책을 손에 넣고 기뻐하며 나는 새해 카운트다운을 했다.


그래서 새해 첫 책은 <멀고도 가까운>으로 정했다. 아직 읽는 중이지만, 연초에 걸맞게 잔잔하게 읽기 좋은 책이다. 느릿느릿 걸으며 산책하듯이 읽으니 문장 하나하나가 씹는 맛이 있었다. 에세이이다 보니 급진하는 전개 같은 건 없지만, 저자가 말하는 대로 그저 천천히 끌려가듯 읽으면 좋은 책이었다.


아마 이런 습관은 새해에도 계속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이걸 독서 습관이라고 해야 할지 책 구매 습관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딱히 다짐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이렇게 살지 않을까 싶다. 굳이 고쳐야 할 이유도 찾지 못하겠으니 살아온 대로 살게 될 것이다. 






새해에는 이렇게 다짐과 습관이 섞인 채 또 인생의 한 페이지를 걸어갈 것이다. 내 다짐이란 건 헐렁한 약속이라서 아마 3월까지도 가지 않겠지만. 다만 나는 큰 성공을 바라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족이 많은 것도 아니니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 물론 돈은 다다익선이고 건강은 잃으면 손해라는 생각은 하지만 말이다. 그저 잔잔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을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굳이 더 바란다면 일은 적게 돈은 많이...)


현실적으로는 큰 변화 없이 회사에서 일하며 살아가겠지만, 그 안에서도 병원을 다니고 책을 구하러 뛰어다니듯 잔잔한 일들이 일어나며 인생에 조용한 파문을 던질 것 같다. 그렇게 인생에 조금씩 나이테를 새기며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격정적이지도 않고 너무 밋밋하지도 않게, 인생을 조금씩 찍어먹어 가며 한 해를 보내고 싶다.


이자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는 어려운 시대다. 어쩌면 조용한 인생을 바라는 것도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주변의 아르바이트생이나 자영업자 분들을 돌아보면, 멀쩡히 월급이 찍히는 나는 감사하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모르는 어떤 곳에서 힘든 삶을 지탱해야 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나의 소박한 바람이 크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어려운 시대를 헤쳐나가면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본다.


Photo by Alexander Gre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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