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여러 단계에 거쳐 A라는 일(서비스)을 기획했을 때, 이제는 그 기획을 실행하려고 결심했을 때에 가장 먼저 필요로 하는 건 뭘까? 많은 경우에 A를 함께 구현하고 발전시킬만한 동료를 찾는다. A가 타깃으로 하는 이용자와 충분히 연결되는 데까지는 그 첫 번째 동료를 찾은 이후에도 수많은 이의 생각과 도움을 빌리게 된다. 돈 역시 그 안에 포함된다. 어떤 형식 위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이든, 그 시간들을 통과하면서 A는 비로소 이 세상에 존재하고 성장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되어 간다.
뉴웨이즈도 비슷한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박혜민 씨는 작년 중반 즈음 '젊치인 부족'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해볼 만한 문제로 바라보았다. 그게 새로운 일의 씨앗이었다. 혜민 씨는 씨앗이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단체와 시스템에 대한 얼개를 짰다. 뉴웨이즈라는 이름을 붙여 하나의 기획으로 만들었다. 그 이후에는? 첫 번째 동료로 곽민해 씨를 섭외했다. 이후로 두 사람 주도하게 여러 도움과 상황을 소화하며 뉴웨이즈라는 새로운 단체가 자라고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은 각각 어떤 배경에서 경력을 만들어 가다가 함께 뉴웨이즈라는 새로운 일을 가꾸기로 한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대화이자 두 사람의 사사로운 '커리어 챌린지'가 뉴웨이즈 세 번째 이야기에 담겼다.
- 두 분이 이런 일을 같이 만들게 된 이야기도 궁금했어요. 각자 어떤 일로 경력을 시작했나요?
민해 : 저는 콘텐츠 스타트업 북저널리즘에서 경력을 시작했어요. 콘텐츠를 통해서 사람들이 연결되는 걸 보고 싶었거든요. 에디터로 일을 시작했는데 아예 포지션을 커뮤니티 매니저로 이동해서 일했죠. 주로 저자와 만남, 모임 행사들을 주관했어요. 그러다가 또 다른 콘텐츠 스타트업이자 온라인 강의 플랫폼인 클래스101로 이직했고요. 이전이 텍스트 기반이었다면, 이번엔 영상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과정을 실전으로 배울 수 있었죠. 혜민 님 제안을 받고 뉴웨이즈로 합류한 건 이직 후 10개월 정도 일하던 중이었네요.
- 혜민 님과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가요?
민해 : 혜민 님과는 이직하기 전부터, 그러니까 작년 초부터 알게 된 사이였어요. 일하면서 맺게 된 여성 중심의 네트워킹 모임에서요.(웃음) 그때가 혜민 님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뉴웨이즈를 구상하기 시작할 때였는데, 어떤 단체의 형태로 구체화되진 않았었지만 초기 아이디어를 듣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혜민 : 당시에 제가 가지고 있던 질문은 사실 굉장히 추상적이었어요. ‘개인의 영향력을 모아서 어떻게 실질적인 책임과 권한으로 만들 수 있을까’ ‘우리가 원하는 방식과 과정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같은 질문들이었거든요.
민해 : 저는 그게 재미있게 다가왔어요. 이후에 둘이서 따로 만나서 밥을 먹었는데, 계속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제가 막 시작하려던 독서모임을 같이 하지 않겠냐고 했고요. 혜민 님이 가지고 있던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계속 구체화되는 과정을 들을 수 있었고요. 어느 날 같이 미술관에 갔던 날에 혜민 님이 사업을 하기로 정했다고 하더라고요. 내년 지방선거에서 더 많은 젊치인이 등장하게 만들겠다면서요. 이런저런 수치가 포함된 설명을 들었지만 ‘아 젊치인이 엄청 적구나' 생각했던 것만 기억나요.(웃음) 그때 혜민 님 눈빛이 엄청 반짝였어요. 그러다 작년 11월쯤 뉴웨이즈라는 이름이 정해졌고, 12월 정도에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일하게 됐죠.
- 제안을 왜 수락했나요?
혜민 : 그러게 말이에요. 왜 수락했어요?
민해 : 깊게 생각 안 했었는데 질문을 받으니까 고민하게 되네요.(웃음) 추상적인 아이디어지만, 개인의 영향력을 모은다는 콘셉트 자체가 좋았어요. 사회적으로 변화의 요구가 커지는 부분은 많은데, 실제로 그 목소리들이 사회 전반에 반영되는 변화는 더디게 진행되잖아요. 그 과정에서 열심히 목소리 내는 사람들은 지치고요. 그런 상황을 지켜본 경험이 있었어요. 그런데 혜민 님이 뉴웨이즈 일을 제안했을 때, 대안적이라고 말해지는 라이프 스타일이 다양성 안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공감했어요. 저는 회사나 직무를 정하거나 일에 몰입할 때, 사회적으로 유의미한지가 중요한 기준인데, 거기에도 부합하는 일이어서 좋았고요. 마침 개인적인 이유로 이직한 회사에서 점차 고민이 많아지던 시기이기도 했어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런 속도 안에서 일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나는 결국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이 계속 들었거든요. 다시 마음이 동하는 회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혜민 씨 제안을 받고 마음이 동했던 거죠. 콘텐츠를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와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을 했던 입장에서, 정치 영역에서도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시도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어요. 기존 회사나 활동했던 조직의 문법에 구애받지 않고 일해볼 기회라고도 생각했고요.
- 민해 님한테 일을 제안한 혜민 님 경력은 어떻게 출발했나요?
혜민 : 고등학교 때부터 청소년 인권운동을 했고, 대학교 때도 이어서 했는데요. 이때부터 경력이 시작된 거 같아요. 이 연장선에서 대학 휴학 중에 소셜벤처 지식 공유 플랫폼인 위즈돔에서 일했거든요. 학교생활과 2년 3개월 정도를 병행했고, 일하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양한 길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유니온을 설립하는 사람도 있고, 건축으로 문제를 푸는 사람도 있고요. 그전까지 인권변호사를 염두에 두고 로스쿨에 가려던 계획을 접었어요. 기업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앉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제 적성에 맞았거든요.
- 일에 대한 첫 번째 계획이 바뀌었네요.
혜민 : 네. 대학 졸업 후엔 소셜벤처 투자사 소풍에서 엑셀러레이터로 일하면서 초기 소셜 벤처를 많이 봤어요.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을 막 시작하려는 스타트업 팀을 돕는 역할을 했거든요. 그다음엔 항공사 스타트업 팀에 합류해서 일해보기도 했고요. 빨리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때 제가 26살에 경력 3-4년 정도였거든요. 경력으로 치면 애매하지만 신입으로 생각하면 회사 입장에서도 가성비 좋은 신입일 수 있겠다 생각해서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회사를 리서치했어요. 업계 선배들에게 티타임을 요청해서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요. 일을 구하는 전략을 다양하게 고려했던 거 같아요. 혼자서 구직 사이트를 쭉 훑으면서 채용공고도 많이 봤는데, 내 일의 경험과 딱 들어맞는 포지션을 찾는 게 쉽진 않았거든요. 아무튼 몇 번의 회사를 경험하면서 쭉 내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왔고요. 고등학교 때부터 사회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사회 안에서 내 역할을 찾고 싶었거든요.
- 앞의 일 경험들이 뉴웨이즈를 만드는데 힌트를 많이 줬나요?
혜민 : 복합적으로 도움이 됐어요. 포지션으로 치면 저는 비즈니스 전략 쪽으로 일을 쭉 했는데요. 앞서 말한 것처럼 사회 안에서 내 역할을 생각할 때 제 경력과 접점을 만들어서 계속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항공사에서 퇴사할 땐 그다음을 생각하면서 유학도 고려했었고요. 그러다 결국은 바로 문제를 해결 모델을 만들기로 생각을 굳힌 게 뉴웨이즈고요. 이 일을 잘 해내는데 가장 본질이 되는 부분이 설득과 소통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 일을 계속해온 민해 님이 제가 이야기를 쭉 공유해온 상대였어요. 덕분에 같이 일하자고 제안할 수 있었고요.
- 뉴웨이즈가 만드는 일의 사회적 의미와 기능에 공감이 갔는데, 민해 씨 혜민 씨 각각 개인적으로도 경력에서 중요한 단계를 밟는 중이겠네요. 실패할 수도 있는 시도인데요.
민해 : 그렇죠. 뉴웨이즈를 성공시켜야 하는 사회적 의미도 중요하고, 저희 개인에게도 중요한 시험적 일이에요.
혜민 :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생각이 더 큰 것 같아요. 저희가 앞에 말한 작업을 잘해서 성과가 사회적으로 나타난다면 계속 그다음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있고요. 아직까진 다행히 타이밍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가고 있는 거 같아요. 좋은 길에 뜻이 모이고, 사람도 모이는 거겠죠.
- 앞으로 뉴웨이즈 계획에 필요한 돈 계획도 궁금해요. 비영리단체는 후원 구조가 중요하잖아요. 일을 지속할 수 있으려면요.
혜민 : 이번 달 안에 일시 후원과 정기 후원 시스템을 오픈해요. 뉴웨이즈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누군가에게는 시급해 보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후원의 필요나 후원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기획을 잘해야죠. 왜 뉴웨이즈 운동이 필요하고, 어떤 방식으로 젊치인 부족 문제를 해결해 갈 것이고, 어떤 면에서 차별화된 조직이고, 이런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요. 이 과제를 잘해 간다면 후원도 따라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캐스팅 매니저를 늘어나고, 젊치인 후보자부터 많아지고, 사회적으로 뉴웨이즈의 일이 의미 있다는 게 가시화된다면요. 물론 일의 성과를 정성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정량적인 수치로도 챙겨야 하겠죠. 이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감각이 긴장감을 주는 거 같아요.
뉴웨이즈 홈페이지 : https://newway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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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거대 양당의 한 축이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직 선거권에 출마 연령을 낮추는 법안 개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렸다. 여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구 갑)이 공직선거 출마 자격을 현 25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하로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국회・지방의원 선거에서 34살 이하 후보자를 공천하면 ‘청년추천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도 곧 발의한다는 내용까지 포함했다.
공직선거 연령을 낮추는 것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주장이기도 하다. 지난 8월 정의당 이은주 의원(비례대표)이 만 18세부터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지방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피선거권 제한에 걸려 출마가 무산됐던 강민진 청년 정의당 대표는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렸다.) 참정권을 확대하려는 이런 움직임에 더해 노웅래 의원 공표대로 입법이 이루어진다면 젊치인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분위기를 반길 것 같은 뉴웨이즈에게 이메일로 몇 가지 추가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았다.
1. 지금 25살 이상인 공직선거 출마 나이 자격이 18세 이상으로 낮아지면 ‘젊치인' 문제가 개선되는 데 구체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까요?
피선거권 연령 인하는 "투표할 수 있다면 출마할 수 있다"는 기조와 연결되는데요. 출마 의지가 있다면 만 25세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실전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젊은 총리가 배출되는 많은 나라는 어렸을 때부터 정당 활동이나 출마와 당선을 통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2. 거대 양당의 한 축인 민주당 노웅래 국회의원이 곧 발표할 법안에 연령 하향에 관한 법 개정뿐만 아니라, 국회・지방의원 선거에서 34살 이하 후보자를 공천하면 ‘청년추천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발의도 안 했지만, 돈 주는 게 얼마나 효과적인 인센티브일까 하는 의심이 들어요.
청년추천보조금 정책은 청년 육성과 출마 단계에서 필요한 선거 비용에서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다만 실제 효과적으로 비용이 사용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인 거 같아요. 뉴웨이즈도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적극 환영하지만 동시에 실효성 있는 적용을 할 수 있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3. 한두 가지 법 개정으로 젊치인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젊치인 부족 문제를 해결해가기 위해서는 또 어떤 법안들이 연계적으로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뉴웨이즈는 각 정당이 정치적 소수자들을 고려해 여성할당제나 청년 할당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현행 공직선거법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선거 및 지방의회 의원선거에서 후보자 공천 시에 30% 이상을 여성으로 하도록 노력하라는 명시가 있거든요. 젊은 정치인을 위한 법안도 검토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근래에 이루어진 정치자금법 개정도 상황을 조금 개선한 부분이 있어요. 지방의원도 예비 후보자로 등록하면 후원회 설립이 가능하고 전체 선거 비용의 50%를 모을 수 있게 됐거든요. 그 전엔 선거 비용을 보전해주는 기준에 들지 못하고 선거에서 탈락하면 오롯이 탈락자의 부담이었다면요. 상대적으로 선거비 부담이 큰 젊치인들이 선거에 출마하는데 더 큰 장벽이었던 요소가 조금 완화됐죠.
4. 입법 과정은 절차적으로 힘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잖아요. 이미 힘을 가진 정당들이 젊치인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서 입법 없이도 바로 개선시킬 수 있는 관행이나 룰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정당의 미래를 위해서라도요.
공천 제도 개혁이 필수적이에요. 지난번 인터뷰 때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지금 공천 과정에서는 정치 신인들이 진입할 수 있는 경로가 구조적으로 차단될 수밖에 없거든요. 특정인의 권력이 공천에 작용한다거나, 폐쇄적인 네트워크 안에서 결정이 되지 않아야 해요. 공천 제도 변화를 정당들이 모색해야만 해요. 도전하고 싶은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고, 정치적 소수자가 더 적극적으로 자리에 나설 수 있도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