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보이스 컨설팅 후기
시아님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듣기에 좋고, 댓글에도 듣기 좋다는 글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한 번도 시아님의 성대를 제대로 붙여 쓰지 않더라고요. 시아님 본연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요.
오늘은 '퍼스널 보이스 컨설턴트' 지음님께 컨설팅을 받는 첫날. 오시기 전 내가 다른 분을 인터뷰한 영상을 통해 나의 목소리를 들은 지음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엥?? 내가 내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먹힌 적 없는데??
지음님은 8년 전 크리에이터 클럽이라는 소셜 클럽에서 함께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며 친해졌다. 성악을 전공하신 지음님은 노래를 더 잘 부르고 싶다는 생각에 사람의 목구조를 다 파헤쳐 보셨다. 그렇게 생물학과 해부학을 공부하시다가 단순히 목소리가 신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다음, 심리학까지 공부하셨다. 지금은 공부하신 내용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본연의 목소리’를 찾아주는 ‘퍼스널 보이스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계시다.
오늘은 총 6개월의 컨설팅 중 첫 단추를 꿰는 날. 카페에 앉아 상담부터 진행했다.
지음님이 처음으로 나에게 질문하신 것은 '시아님은 목소리에 어떤 고민이 있으신가요?'였다. 너무나 당연하게 써온 목소리라 고민이라고 하니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사소하게 떠오르는 것부터 하나씩 말하다 보니 세 가지 정도 고민이 떠올랐다.
감정적으로 격해졌을 때 머리가 백지가 되며, 말을 잘하지 못하는 것
신입생 OT 때 약 5-6시간 쉬지 않고 이야기하고 나면 혀와 입이 마비가 된 것처럼 얼얼해지는 것
생각이 말을 앞서나가서 간혹 버퍼링이 걸리는 것
이어지는 질문은 '시아님은 어떤 사춘기를 보내셨어요?'였다. 음?? 갑자기 나의 사춘기?? 의아했지만 나의 사춘기 시절을 차분히 설명했다. 나는 우리 집에서도 장녀였지만, 외가 친척들 중에서도 거의 장녀였다. 우리 외가는 화목해서 친척들끼리 모이는 일이 잦았는데, 그렇게 아이들을 모아놓으면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맞이였던 것이다. 그래서 어릴 때 동생들을 잘 챙기고, 항상 동생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삶을 사는 게 당연했다. 엄마, 아빠, 집안 어른들에게 나는 항상 말 잘 듣고 착한 딸이었다.
이는 학생이 되어서 진로를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림을 좋아했던 나는 당시 애니원고로 진학하고 싶었는다. 그런데 나름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나에게 들이밀어진 것은, 애니원고가 아닌 각종 특목고 입학 원서였다. 그림으로는 먹고살기 힘드니, 그림은 취미로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주변 어른들의 만류가 심했던 것. 누가 뭐라 하든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밀어붙였어도 됐을 텐데, 나는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들의 말씀에 금방 나의 꿈을 접고, 공부에 목숨을 거는 학생이 되었다. 말 잘 듣는 고분고분한 학생, 딱 그런 모범생이었다.
세 번째 질문은 '시아님은 어떤 목소리를 갖고 싶어요?'였다. 나는 나의 본연의 목소리를 내길 원한다고 답했다.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 '나'에 대해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2017년 '나'를 찾기 위해 서울에 상경해서 이것저것 열심히 배우고, 그러다 보니 서울에서 직장도 얻었다. 그 시기엔 내가 드디어 '나'를 찾았다고 생각했고, 인생을 참 열심히 산다며 스스로 뿌듯해하기도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방황하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뭘 원하고, 어떤 일을 할 때 가슴이 뛰는지, 그래서 어떤 현장에서 일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이걸 알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하다 최근 나온 결론은,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니 나는 나에게 들어온 모든 경험과, 지식들을 쌓아만 두었지 정리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기록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고, 여러 생각들이 어지러이 떠다녀서 나를 방황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모든 것을 멈추고 나의 생각을 한 차례 정리해서 내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고, 그걸 바탕으로 내가 나아가고 싶은 넥스트 스탭은 뭔지를 정의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시기에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여겨졌기에, 타고난 나의 본연의 목소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음님이 하고자 하는 컨설팅은 단순히 듣기 좋은 목소리, 자신감 있는 목소리를 만들고자 하는 게 아니었다. 지음님은 그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응애’ 하고 울 때의 그 목소리, 즉 그 사람 본연의 목소리를 찾아주고 싶어 하셨다. 목소리라는 것은 신체적인 혹은 테크니컬 적인 요소들만 충족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심리적인 요인도 연관이 되어있기 때문에 반드시 심리적인 문제도 같이 다뤄야 한다고 하셨다. 내 목소리의 고민 중 2번은 발성 혹은 자세, 호흡 등 물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면 나아질 수 있는 것이지만, 1번과 3번은 심리적인 문제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지음님과의 컨설팅을 통해서 그 문제도 다뤄 볼 것이라고 하셨다.
지음님께서 두 번째 질문, 사춘기를 어떻게 보내셨냐는 질문을 했던 이유 또한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었다. 나는 목소리가 성대에서 나지 않고 윗부분에 머무르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이 하고 싶은 하고 싶은 말을 잘하지 못하고 참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 속에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딱 나잖아?!) 반대로 사춘기 때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 살았던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은 본인의 성대를 잘 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셨다.
상담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연습실에서 호흡법과 발성 법을 연습했는데, 처음 하는 연습이라 어렵게 느껴졌다. 육체적으로 힘들진 않았는데, 지음님께서 말씀하시는 느낌의 감이 잘 오지 않았고, '방금 나온 목소리가 시아님의 본연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목소리예요!' 하시는데 정확히 어떤 소리가 나의 목소리라는 건지, 내가 그 목소리를 어떻게 냈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꼭 등 운동을 처음 할 때 같았다. 트레이너 선생님이 '요 부분을 운동하는 거예요~'하고 잡아주시지만, 내가 그 부분을 제대로 조이면서 운동하고 있는지, 자세는 맞는 건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지음님이 딱 정확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목소리도 목의 근육을 사용해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목 근처의 근육을 트레이닝해야 한다고, 그래서 처음엔 감이 안 오겠지만, 6개월 동안 함께 트레이닝하면 점점 감이 잡힐 거라고 하셨다.
트레이닝하기 전, 지음님께서 준비해와 달라고 하신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 or 좋아하는 노래 가사'였다. 트레이닝 시작 전, 지음님은 내가 문장을 읽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주셨다. 그리고 트레이닝 후 똑같은 문장을 읽는 모습을 다시 찍어주셨다. 트레이닝이 끝난 후 두 영상을 비교하며 보는데 확실히 목소리가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내 원래 목소리는 내가 평소에 내는 목소리보다 더 낮고, 굵은 목소리였다. 내가 사투리 쓸 때 내는 목소리 같았다.
트레이닝 전에 글을 읽을 때에는 긴장한 모습 같아 보이디고 하고, 턱과, 가슴이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경직된 목소리로 글을 읽고 있었다. 트레이닝 후에는 턱과, 가슴도 좀 더 움직이고, 무엇보다 목소리를 내는 것이 훨씬 편안해 보였다. 자연스러워 보였다.
컨설팅받으면서 지음님이 해주셨던 말씀 중 머리에 콕 박힌 말이 있었는데, '평소 내는 목소리도 너무 좋아요. 하지만 본연의 목소리가 아니기 때문에 목소리가 멀리 나가지 않았을 거예요.'라는 말이다. '멀리 나가지 않는다.' 나는 이 말이 단순히 '소리가 멀리 퍼지지 않는다'의 의미가 아니라 , 나의 목소리, 즉 '나의 주장이 그만큼 약하게 전달 됐을 것'이라는 의미로 들렸다.
나의 본연의 목소를 알고 이를 활용해서 올바르게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안다면, 나의 말과 생각에도 힘이 실리지 않을까? 나의 목소리를 잃지 않고, 표류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 그래서 앞으로 6개월 간의 트레이닝 기간 동안 내가 발견한 나의 모습을 빠짐없이 기록해야겠다 생각했다. 나의 본연의 기질을 잘 파악해서 '나 다운' 사람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