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간 나 관찰일지_1
입사 전 한 달, 나는 조금 들떠 있었다.
첫 직장, 첫 입사, 첫 서울살이.
학생에서 회사원으로, 지방에서 서울로, 나의 생활 반경이 한 번에 바뀌게 됐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문득 일탈을 하고 싶어졌다.
남들이 보면 ‘이게 무슨 일탈이야?’ 싶을지 몰라도,
내게는 꽤나 큰 결심이었다.
내가 세운 계획은 이랬다.
‘분홍색 머리로 염색하고, 롯데월드 가기.’
그전까지 나는 늘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튀는 걸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다.
앞에 나가 발표라도 해야 하는 날이면
얼굴은 빨개지고
머리는 하얘지고
몸은 진동모드가 되곤 했다.
그러니 이 작은(?) 계획은 내게 나름의 ‘반항’이었다.
하지만 혼자 하기엔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희생양’을 한 명 끌어들였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사촌동생이다.
나랑 비슷한 성향이라 망설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흔쾌히 OK.
그렇게, 입사를 2주 앞두고 나의 일탈이 시작됐다.
우선 탈색이 필요했다.
나는 평생 염색 한 번 해본 적 없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무슨 배짱이었는지, 미용실도 가지 않고 셀프 탈색을 하기로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배짱’보다는 ‘예산 부족’에 가까웠다.
서울 집값은 비쌌고, 나는 고시텔을 구해 겨우 입주한 상태였다.
3평 남짓한 고시텔,
그 안에 딸린 작은 화장실에서 문을 닫고 탈색을 시작했다.
곧,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걸 직감했다.
탈색약이 그렇게 독한 줄 몰랐던 거다.
냄새에 정신이 아득해졌고, 눈과 코에선 물이 줄줄 흘렀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 화장실 문을 열고, 손바닥만 한 고시텔 창문도 열었다.
중단할까 고민도 했지만, 이미 약은 다 발라놓은 상태였고
분홍색 머리는 꼭 해보고 싶었다.
나는 창문에 코를 박고 숨을 쉬다,
다시 화장실에 들어가 탈색을 하고,
또 나와 숨 쉬고,
이걸 몇 번이나 반복한 끝에 겨우 탈색을 마무리했다.
탈색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됐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예쁜 파스텔톤의 분홍색 머리를 위해서는
거의 은발 수준까지 탈색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몰랐다.
나는 탈색이 덜 된 노란 머리에 분홍색 염색약을 덮었다.
결과는… 주황색 형광펜.
거울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사촌동생에게 전화를 해보니, 거기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렇게 우리 둘은 형광주황색 머리를 하고 롯데월드에 갔다.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봤다.
“타인의 시선이란 게 이런 거구나…”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다.
오히려 재밌었다.
우리는 온갖 웃긴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몇백 장은 찍은 것 같다.
그리고 2주 후, 입사를 이틀 앞두고—
다시 머리를 염색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