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2주 전 우당탕탕 일탈 일지_2

스쳐간 나 관찰일지

by 시아시아


지난 글에서 나는 입사 2주 전 사소한 일탈을 하기로 하고

어찌어찌하다 형광주황색 머리가 된 채로 롯데월드에 다녀왔다.

그 일탈의 끝에서, 또 하나의 위기가 찾아온다.


**이 글은 1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 입사 2주 전 우당탕탕 일탈 일지_1 보러 가기


그렇게 롯데월드를 신나게 다녀오고, 약 2주가 흘렀다.

이제 첫 출근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분홍색 염색약은 색이 정말 빨리 빠졌다.

어느새 머리는 거의 노란색으로 돌아왔고,

다시 염색을 해야 했다.


이번엔 예전부터 시도해보고 싶었던 ‘카키 브라운’ 머리를 해보기로 했다.

예전에 검색해 봤을 때,

예쁜 카키 브라운은 탈색이 필수라고 해서 포기했었던 색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이미 탈색이 된 상태니까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이소에서 카키 브라운 염색약을 사고,

고시텔에서 또 한 번 염색을 시도했다.

그런데 웬걸—






머리가 초록색이 되었다.

물에 젖으면 흡사 미역 같아 보이는 색이었다.

그 염색약은 브라운 모발에 카키색을 덧입히는 제품이었다.

이미 밝아진 머리엔 초록색만 염색된 것이다.

불안과 걱정이 나를 휘감았다.

출근은 월요일, 지금은 토요일 밤.

자칫 잘못하다가는 초록머리로 입사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일요일에 여는 미용실을 찾기 위해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 고시텔 찬장에 머리를 박아서 두피에 상처까지 났다.

“내일 미용실이 문을 안 열면… 어떡하지…??”

“염색약이 상처 난 두피에 흡수되면 나 바보 되는 거 아냐…?”

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쉴 새 없이 휘저었다.


다행히 다음 날 아침, 근처에 일요일 오픈 미용실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오픈 시간에 맞춰 달려가서, 상처 난 두피로 염색해도 괜찮은지부터 물었다.

미용사님이 “크게 문제없을 거예요”라고 말해줬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카키 브라운은 무슨! 그냥 진한 브라운으로 머리를 덮었다.

그리고… 무사히 첫 출근을 했다.


그때는 그냥 어리숙하고, 어설프고,

우당탕탕 거리는 날들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과거를 회상하면 그 순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면서 피식 미소 짓게 되고, 예쁘게 추억하게 된다.

실수하고, 우왕좌왕하고, 걱정하고, 다시 일어섰던 날들.


어쩌면 내 안의 ‘되고 싶은 나’를

처음으로 꺼내어 실행해 본 순간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를 조금씩 세공하면서 떨어진 조각들이,

오히려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 지도…


우당탕탕 분홍머리 염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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