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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군 Aug 31. 2020

가계부 쓸까 말까? ft. 두산 그룹

나의 가계부

이슈 체크 : 두산 그룹 뭐가 고민인가?


두산이 바쁘다.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3조 원 이상의 유동성 자금을 확보해야만 한다. 사업을 통한 이익으로 마련하기는 힘든 액수다. 그 정도로 돈을 잘 벌었다면 이런 요구는 처음부터 없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데, 골프장, 건물 및 자회사 등 돈이 되는 모든 것이 대상이다. 고민의 핵심은 돈을 잘 버는 회사(ex. 두산인프라코어)를 팔자니 미래의 수익이 걱정이고, 어중간한 자산을 팔자니 3조를 마련하기가 힘들다. 채권단이니 자회사니 유동성이니 뭔가 단어가 낯설다. 개인적인 단위로 줄여서 생각해보자. 


구글 검색 : '두산 채권단 3조'




먼저 식당을 하는 A가 있다. A의 식당은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타지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A는 생각했다. 다른 지역에 [분점]을 내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구나. 하지만 당장 분점을 낼 만한 돈은 없었다. 그래서 친구 B에게 돈을 빌려 분점을 차렸다. 꽤나 장사가 잘 되었다. B에게 또 찾아간다. 분점을 늘리고 싶은 것이다. B는 돈을 빌려준다. 그렇게 묻고 더블로 A는 수많은 분점을 운영하게 되었다.


A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람들 입맛이 바뀌었는지 예전만큼 장사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B는 불안해진다. A에게 찾아간다.


B : (내심 떠본다) 요즘 무슨 일 없어?

A : 안 그래도 요즘 손님도 줄고 임대료도 올라서 운영자금이 필요한데 빌려줄 수 있을까?

B : 장사 잘 안된다면서?

A : 지금 안 주면 나 망해. 그러면 이자는 물론이고 원금도 못줄 수 있어. 그건 너도 나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야. 시간이 지나면 고객들은 다시 올 거야. 조금만 더 빌려줘. 

B : 알았어 대신 진짜 망할까 봐 불안하니까, [1년 치 임대료] 정도는 있다는 걸 보여줘. [분점] 몇 개 정리하면 되잖아. 아니면 나 너한테 돈 더 못 빌려준다.

A : 알았어


**

A : 두산

B : 채권단

[1년 치 임대료] : [3조]
[분점] : 네오플럭스, 클럽모우 CC, 두산건설, 모트롤 BG,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두산인프라코어



일단 알겠다고 했는지만 A는 고민한다. 장사가 잘되는 분점을 팔아야 높은 권리금을 받아 큰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장사가 잘되는 분점을 팔자니 앞으로 돈벌이가 걱정이다. 장사가 안 되는 분점은 팔아봐야 B가 원하는 만큼의 현금을 구할 수 없다.


장사가 잘되는 건 높은 수익이다. 현금은 자산이다.

고정된(혹은 단기간) 시간에서 자산과 수익은 반비례 관계다.


직장인이라면 이런 상황이다. 현재 급여는 300이다. 사장이 부른다. 월급 50만 원 깎으면 지금 1억을 준다고 한다. 1:200의 비율이다. 당장의 현금이 중요한 누군가는 Yes를, 또 누군가는 No를 외칠 것이다. 현실에서 이런 제안을 하는 사장은 없다. 대신 금융상품을 이용해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대출을 받는 것이다. 목돈을 빌린다. 매달 정해진 금액을 상환한다. 대출 원금 1억에 이자는 매달 50만 원, 1년에 6백만 원이다. 만기 없이 이자만 내는 것이다. 영구채 성격으로 이자는 연 6% 수준이다. 담보와 만기가 없다는 걸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오늘은 자산과 수익을 구별하여 가계부의 역할과 한계를 알아보려고 한다.




자산관리에서 가계부의 역할


개인 자산관리에서 가계부가 도움이 되냐는 주제는 항상 뜨거운 토론 거리다. 자산관리 측면에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수익과 자산이다.


자산관리에 있어 개인보다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게 법인이다. 투명하게 주주의 돈을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법인은 수익과 자산을 따로 관리한다. 그리고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한다.



자산을 기록하는 재무상태표


기업의 자산은 재무상태표라는 이름으로 기록되고, 광고에서 나오는 '자산 규모가 얼마!'라는 표현은 재무상태표의 숫자를 기준으로 한다. '전 재산이 얼마다'라고 하는 것이다. 개인에게 적용하면 아래와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자산을 재무상태표로 정리


왼쪽은 자산(Asset, 남의 돈 + 내 돈)으로 9천만 원이다. 오른쪽은 남의 돈(오른쪽 위)과 내 돈(오른쪽 아래)을 구분해 준다. 전세 대출과 할부잔액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내 돈(순자산, 자본)이라고 할 수 있는 금액은 5천만 원이다. 19년 말일 기준이다.



수익을 관리하는 손익계산서(가계부)


수익은 손익계산서에 기록된다. 매출로 들어온 돈이 얼마이고 여기에서 원가 및 기타 비용 등을 제외하고 얼마를 남겼냐는 말이다. 가계부라고 할 수 있다. 월급이 얼마인데 밥 먹고 뭐 사고하니 얼마 남았다는 이야기다. 이 사람의 한 달간 손익계산서는 아래와 같다.


개인의 손익계산서(가계부)


1월에 구정까지 있어서 지출이 컸나 보다. 이것저것 따지니 20만 원 적자다. 이 경우 1월 말일을 기준으로 한 재무 상태표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월 적자를 반영한 20년 1월 31일 기준 재무상태표


(왜 차 할부금 안 빠졌어요?라고 한다면 유예할부인가 봅니다..)

1월 한 달간의 적자 20만 원이 반영되어 자산도 20만 원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을 뽑자면, 재무상태표(자산)는 시점(날짜)이 기준이고, 손익계산서(가계부)는 기간(1일부터 말일까지)이 기준이다. 




소득과 자산의 관계



소득은 기간이고 자산은 시점이다.


재무상태표(자산)와 손익계산서(가계부)의 관계를 비유하자면 이렇다. 흐르는 물줄기가 저수지에 고이는 것이다. 끊임없이 흐르는 물줄기(수익-지출)가 축적된 결과로 저수지의 수위(순자산)는 오르고 내린다.


과정과 결과다. 매달 돈을 남겨 모으면 부자가 된다. 운동선수가 훈련 중 흘린 땀은 그를 훌륭한 선수로 만들어준다. 학생이 넘긴 책 페이지가 쌓여 좋은 성적을 받는다. 그래서 가계부를 잘 관리해 매달의 흑자를 극대화하는 걸 재테크의 시작이라고 한다.


*) 성적표라는 표현이 오해로 이어질까 걱정된다. 모든 기본 전제는 '외부환경이 동일하면'이고 독자분들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물고 태어난 수저의 소재를 이야기하려는 글은 절대 아니다.


수식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고, 가계부의 역할은 [수입 - 지출]을 관리하는 것이다.



자산 = 매달 [수입 - 지출]의 누적 합계

or

자산 = sum(수입 - 지출)






가계부, 쓸까? 말까?


나는 인턴 시절부터 매달 가계부를 작성했다. 수많은 어플을 거처 15년부터 19년 10월까지 네이버 가계부를 꾸준히 사용했다. 문자 자동인식 기능은 사용하지 않았다. 결제 문자를 직접 기록하며 소비를 복기했다. 예금 통장에 들어오는 몇 백 원에서 몇 십원의 이자까지 모두 기록하여 잔고와 1원의 차액도 생기지 않았다. 지금은 가계부를 쓰지 않는다. 가계부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15년 1월 가계부, 쏘카(Socar) 초기 이용자


먼저 가계부가 긍정적으로 활용되는 단계를 정리해보자.


1. [수입 - 지출]을 정리

2. 불필요한 지출을 찾아냄

3. 이를 줄여 다음 달 [수입 - 지출]을 극대화 시킴

4. 자산 형성에 기여함


불필요한 지출을 찾는 것이 그 역할이다. 말하자면 엑스레이나 CT촬영이다. 아픈 곳이 없다면 거기서 끝이다. 계속 찍는다고 더 건강해지지 않는다. 초년생부터 가계부를 작성하던 습관 때문인지, 큰 불편함 없이 소비해도 카드값이 튀지 않았다.(물론 로또가 되면 사고 싶은 것들은 있습니다)


실제로 19년 중순부터 지금까지 가계부를 쓰지 않지만 카드값은 거기서 거기다. 


자랑이 아니다. 고객들을 만나봐도 비슷하다. 아마 소비 통제가 안되거나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나와 만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꼭 챙기는 것이 있다. 바로 재무상태표(총 자산)를 확인하는 것이다. 꾸준히 순증 해야 한다. 이사를 하거나 가구를 바꾸는 일이 아닌 경우 그래야 한다.


요즘에는 뱅크샐러드 및 브로콜리 등의 앱에서 은행, 증권, 보험, 부동산, 자동차 중고 시세까지 반영하여 재무상태표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간편하다. 



정리 및 결론


시간 : 기간과 시점

인과 : 과정과 결과

비유 : 물줄기와 저수지

법인 :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

개인 : 가계부와 자산목록


가계부는 과정이고 이것이 쌓인 것이 자산목록이다. 처음에는 감이 없다. 헤매지 않으려면 단계에 따라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 감이 잡히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결과만 봐도 중간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안다. 


초보라면 가계부 작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동기록보다는 수기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습관이 들고 월 지출이 관리된다면 그다음부터는 매달 자산목록만 봐도 무방하다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YOUTUBE : https://www.youtube.com/watch?v=mfQyoiIGoMk






인사말


안녕하세요 브런치에 경제 포스팅을 하는 쌤정입니다^^


투자가 의무가 된 요즘, 쉽고 재미있게 금융을 읽을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해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한 곳에서 바라보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경제에서는 하나의 이론만 가지고 접근하는 것 입니다. 


하나의 포스팅에 하나의 이슈, 하나의 툴(이론)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회차가 쌓여가면서 한 가지 사건을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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