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시장]
자본주의의 꽃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뒤섞이는 곳
멋진 표현이지만, 추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에게 주식은 어려운 것이라는 편견을 심어주는 데에도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주식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값이 오를 대로 오르면 도리어 헐값이 되고, 떨어질 대로 떨어지면 다시 비싸진다. 값이 오를 때 오물을 배설하듯이 팔고, 값이 떨어질 땐 귀한 구슬을 손에 넣듯이 사들인다.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에 나온 범려의 이야기다. 범려의 이야기가 주식을 하는 우리에게 통하는 이유는 [시장]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시를 들어보자.
[2020.11.02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1주에 57,400원이다.]
두 사람이 있다. 똑같이 삼성전자를 100주씩 가지고 있는 주주이다.
한 명은 9월 1일 종가로 들어가서 54,200에 샀다. 1주에 3,200원 싸게 사서 / 100주에 320,000원 이익이다.
다른 한 명은 9월 28일 종가로 58,200에 샀다. 1주에 800원 비싸게 사서 / 100주에 80,000원 손해다.
예시를 삼성전자 주식으로 들었지만 이걸 쌀, 보리 등으로 바꾸어 쓴다고 해도 이익과 손해는 동일하다. 그런데 도매시장에서 곡물을 매매하면 쉬워 보이고, 한국증권거래소(KRX)에서 주식을 매매하면 어려워 보인다.
주식을 포함한 모든 시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하나다.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싸게 파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 대상의 가치를 보는 눈이 필요한 것이다.
농사일을 잘 안다면 풍년에 곡식을 싸게 사서 흉년에 비싸게 팔 수 있다.
미술품을 보는 눈이 있다면, 진가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싸게 사서 경매에 붙여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주식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가격과 견주어 보아 싸다고 판단되면 사고, 비싸다면 파는 것이다. 범려의 말과 같은 논리다.
주식을 보는 눈을 키우기 전에 주식이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상법에서는 회사를 ① 합명회사, ② 합자회사, ③ 유한책임회사, ④ 주식회사, ⑤ 유한회사의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상법 제170조). 많이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상장되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회사만 주식회사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2014년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대한민국 회사 중 94%는 주식회사다. 단지 상장이 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
이렇게 비유를 하면 좋을 것 같다. 농구를 하는 수많은 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농구 선수다. 누군가는 미국 NBA에서 뛰기도 하고 누군가는 KBL에서 뛸 수도 있다. 한편 소속팀이 없지만 에이전트를 통해 꾸준히 각 리그와 컨텍 중인 선수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주식회사가 있다. 어떤 주식회사는 미국의 나스닥에서 거래가 되고 어떤 회사는 한국증권거래소에서 코스피 혹은 코스닥에서 거래될 수도 있다. 상장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며 성장 중인 주식회사도 있다. 소속 프로팀이 없더라도 농구 선수는 선수다. 거래소에서 상장이 되지 않았다고 주식회사가 아닌 것은 아니다.
주식은 그 회사를 지분만큼 가지는 것이다. 크게 나누어 보자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수익을 공유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회사가 청산할 때 잔여재산을 받을 수 있다. 청산 부분은 논외로 하고(상장 폐지되면 어차피 휴지조각...)
삼성전자의 상장주수는 59억 6천9백만 주로 편의상 70억 주라고 하자. 삼성전자를 7만 주를 가지고 있다면 약 1/100,000 = 0.001%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치는 수익을 공유하는 것에서 나온다.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와 배당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꼭 배당을 받지 않아도 회사가 돈을 잘 번다면 자본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식 가격이 높아진다. 여기까지가 수익을 공유하는 영역이다. 의결권에 붙는 가치는 그렇게 크지 않다. 지배구조가 이미 확실한데 몇 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반대로 지배구조가 불안해져서 경영권 분쟁이 생기면 주가가 오른다. 최근 고 이건희 회장의 사망 소식 이후 삼성물산을 포함한 대부분의 삼성 계열 주식의 가격이 오른 것이 이 때문이다. 의결권에 프리미엄이 붙어 주식의 가치가 오르는 것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것은 수천 년 전부터 있었던 [시장]의 영역이다.
주식시장이라면 [주식]을 제대로 알아야 싸고 비싸고 판단할 수가 있다.
차트의 패턴, 지인의 추천, 찌라시와 같은 소문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