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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 Apr 05. 2023

남편이 또 떠났다

혼자 가는 님아 우리도 데려가오



 평생 해외라고는 나가본 경험을 손꼽는 사람이 몇 달 사이 벌써 세 번째 해외 출장이다. 이번의 행선지는 미국. 살면서 언제 한 번 가보려나 싶은 나라다.



 새벽에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야 하기에, 차를 가지고 가서 공항버스정류장 근처 공터에 세워두라 했다. 정류장까지는 맨몸으로 걸어도 꼬박 20분은 걸리는 거리이니 여행용 캐리어를 들고 가는 것이 힘들 것 같아 그리 하라고 했다. 더군다나 비도 많이 오는 어두운 새벽. 남편을 향한 나의 배려에 스스로 칭찬을 해주었다. 잘했다 샘아.



 운동을 마치고 30분을 꼬박 걸어 남편이 세워둔 차를 찾으러 다녀왔다. 추척추적 내리는 봄비에 바닥에는 떨어진 벚꽃잎들이 인산인해다. 생각보다 많이 내리는 비에 운동화도 젖어버렸다. 벚꽃엔딩. 봄비가 지나고 나면 진정한 봄이려나. 봄은 급히 가버리고 여름이 오려나. 바닥을 보며 걸으니 금세 공터 주차장에 닿았다. 다시 한번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 작은 수고로움으로 당신의 출장길의 시작이 편안했다면 그걸로 되었다.



 차에 타자마자 몇 시간 전 남편이 마지막으로 앉아있던 운전석에 앉아 킁킁거린다. 남편이 사용하는 바디샴푸 냄새라도 나려나 싶어서. 십여 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나라 미국, 짧은 출장이지만 남편의 부재는 여러 번 거듭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금방 돌아오겠지 뭐.






 남편과 연애와 신혼 초기까지 3년의 시간 동안 주말부부였다. '3대가 덕을 쌓아야 할 수 있는 주말부부'라는 말이야 잘 알고 있지만 그건 결혼 30년 차정도 되었을 때 받는 복인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보고 싶고 같이 일상을 보내고 싶은데 현실은 주말연애, 주말부부. 애틋하고 그리웠다. 우리는 3년 동안 단 한 주도 빼놓지 않고 만나왔다. 그래서 못 만나고 떨어져 있던 기간은 길어야 5일. 일요일 밤 헤어지고 금요일 저녁에 다시 만나는 열정적인 연애를 했다.



 남편의 지난 출장을 통해, 별 것 아닌 것이라 생각했었던 일 늘 자리했던 남편의 소중한 존재를 되새길 수 있었다. 편이 내 옆에 있을 때 내가 온전해짐을 알게 되었다.



 동네언니는 우리 부부가 아직도 애정이 남아있어 그런다고 했다. 언니는 남편이 출장을 가면 일정이 연장되기를 바란다고.



 지난번 출장 때는 사실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역시 출장 가기 싫어하는 남편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다. 도착하자마자 일하고 서둘러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짧은 일정이라 더욱 부담인 것 같다.

 


 묵뚝뚝한 아내인 나는 몸조심히 잘 다녀오라는 인사도 못 전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남편, 잘 다녀와. 여긴 걱정 말고. 몸조심해.


사랑한다는 말은 아까 소민이와  통화시키며  어물쩍 같이 했다. 남편은 알아들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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