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없는 1주일. 아이는 학교와 학원을 가고 나는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먹이고 재우고 먹고 자는 똑같은 일상이었다.
"소민아, 아빠 없는 1주일 어땠어? 엄마는 그래도 우리 둘이 나름 잘 지낸 거 같은데 말이야." "응, 맞아. 여자 둘이서도 살만하네. 근데 아빠가 오면 더 재밌을 거 같긴 해." "그렇지. 네 말이 맞아."
매일 아침, 화장실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사용하는 사람이 없으니 손댈 곳 없는 화장실이었다. 남편이 출장 가기 전날, 혹시나 한식이 그리울까 봐 잔뜩 해놓은 김치찜과 카레(한식은 아니지만)로 1주일 내내 번갈아 먹었다. 치킨 한 번, 햄버거 한 번의 배달도 곁들여서. 저녁 메뉴의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했고 두식구인만큼 그릇이나 물컵의 사용 개수도 적어 설거지거리도 많이 나오지 않았다. 빨래 또한 마찬가지. 옷을 자주 갈아입는 남편이 없으니 세탁기 돌아가는 횟수도 줄었다. 드라마를 보던 예능을 보던 남편 눈치 볼 일이 없었고, 일찍 자라는 잔소리를 듣지 않아서 좋았다. 넓은 침대가 모두 내 차지였고 새벽 출근 소리에 딸도 깨지 않으니 새벽에 안방으로 건너오는 일이 없어서 아침까지 푹 잘 수 있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남편의 부재에도 잘 지낼 수 있었다.
남편의 출장기간 동안 좋은 것들이 가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돌아올 날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돌아올 것을 알기에 마음이 편안했다.
우리 부부는 애정표현을 많이 하지 않는다. 남편은 타고나기를 경상도 사나이니까 그렇다고 치고, 나 또한 애교도 없고 무뚝뚝한 k장녀로 살아왔기에 표현에 서투르다. 평소에도 카톡은 서로의 일정 확인과 정보 공유 시에만 하는 편이고, 전화통화를 해야 하는 일이라면 비상사태이거나 도움이 필요한 긴박한 상황이다. 서로에 대한 애칭도 없어서, 어쩌다가 장난으로 '자기야'라고 카톡을 남기면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반응으로 돌아온다. 남편이 내 이름을 붙여 카톡을 보내올 때는 화가 났을 때거나 상당히 귀찮은 본인의 일처리를 정중하게 부탁할 때뿐이다.
'샘. 내 운동화 세탁 좀 맡겨줄 수 있을까?'
남편이 보고 싶었나?
잘 모르겠다. 보고 싶기에 1주일은 긴 시간이 아니었다. 딸아이와 영상통화를 한다고 해서 얼굴도 봤으니 딱히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허전하긴 했다.
운동하다가 알게 된 이상한 여자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고, 친정엄마가 할머니 때문에 힘들다며 전화 온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 매형 대신 연주회에 참석하겠다며 기꺼이 와준 동생이 마뜩잖은 트레이닝복(운동복)을 입고 온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소민이의 피아노 연주회에 대한 감상평도 나누고 싶었다. 내 글을 읽은 남편의 의견을 듣고 싶었고 예정된 송년 모임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 싶었다. 남편과 함께 이야기하며 마음을 나누고 의견을 조율하고 결정하던 매일의 일상이, 하루를 마감하며 나눈 우리의 대화가 그리웠다.
남편은 잘 지냈겠지? 1주일 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지냈는지 내 생각은 몇 번이나 났는지 보고 싶었는지 궁금하지만 묻지 않을 거다. 남편도 내가 잘 지내는지 한 번도 묻지 않았기 때문에.
남편이 출장지에서 보내온 사진. 풍경 사진 많이 찍어서 보내달라고 한 내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