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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 Jul 26. 2023

나는 배려심 없는 사람이 싫어!

수영장에서 만난 사람들



"아야!"

"어머,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많이 아프셨죠.ㅠㅠ 괜찮으세요?"

"아니! 안.괜.찮.아.요."

"........."



 내 발이 A언니의 허벅지를 차버렸다. 평영으로 출발하던 찰나였다. 평영 물속동작을 정확히 한다는 것에만 신경을 썼던 모양이다. 물속에서 벽을 차고 나간 후 한 번의 접영킥, 그리고 평영발차기를 한 번 차는 평영 물속동작(Breaststroke pull out). 그때 옆 레인의 레인 줄에 바짝 붙어 차례를 기다리고 서 있던 A언니의 허벅지를 차고 말았다. 평영발차기는 개구리처럼 다리를 양쪽으로 펴서 차는 동작을 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특히 다른 사람을 차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익숙한 웨지킥을 차고 있어서 안 그래도 윕킥으로 바꾸려고 교정 중이었다. 강사님도 서로의 안전을 위해 윕킥으로 발차기를 연습하라고 하셨기에. 그랬는데 아뿔싸. 사고를 치고 말았다.


*웨지킥 : 개구리 뒷다리처럼 모양을 만들어서 하는 발차기. 익히기 쉽지만 추진력이 약하고 물의 저항을 많이 받는다.
*윕킥 : 무릎이 모이고 발뒤꿈치는 서로 떨어져 있는 형태의 발차기. 수영을 오래 하신 분들이나 선수들이 주로 하는 발차기. 추진력이 좋고 물의 저항을 적게 받는다.

 

 수영은 좁은 레인에서 뱅뱅 돌아야 하기에, 안전한 수영을 위해서는 질서와 배려가 필수 덕목이다. 수장 레인의 양 끝 지점에서는 턴을 할 수 있도록 가운데를 꼭 비워놓아야 한다. 뒷사람이 빠르면 앞사람은 양보를 해주거나 뒷사람이 앞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앞으로 가던지 해야 한다. 말 한마디 없이 추월을 시전 하거나 계속되는 (고의적이지 않은)발 터치에도 앞자리를 비켜주지 않으려는 행동은 똥매너에 해당된다. 마찬가지로 경미한 접촉사고에도 꼭 상대방에게 사과를 해야 서로 기분 좋게 운동을 할 수 있다.



 그 누구보다 배려와 예의를 중시하는 나는 당연히 사과를 전했다. 진심 어린 사과였고, 표정에서도 말투에서도 드러났을 거다. 발차기를 하자마자 바로 멈추어 서서 사과의 말을 건넸다. 한 바퀴 돌아와서 다시 서있을 때에도 굳이 A에게 다가가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전한 거였다. 그랬는데 돌아오는 말이 "안 괜찮다."여서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나라면 사과를 두 번이나 건네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겠기에, 또 나 또한 같은 실수를 할 수도 있는 거니까 말이라도 괜찮다고 했을 텐데 말이다. 모두가 내 마음 같지는 않을 테니. A언니가 정말 많이 아팠기에 괜찮다는 말이 안 나올 수도 있는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더 죄송한 마음을 담아 다시 한번 더 사과를 전하고 그렇게 내 마음에서도 털어냈다.






 며칠 전 단체 회식 자리가 있었다. 음식 사진과 함께 화기애애한 현장의 모임 사진이 정제되지 않은 채 무작위로 카톡단체방에 올려지고 있었다. 그중 누가 봐도 웃겨서 웃음이 날 법한 표정의 내 사진이 여러 사진들 속에 섞여 올라왔다. 그 사진을 올린 사람은 바로 옆에 앉아있던 나름 친하게 지내는 B언니였다. 뒤늦게 발견하고 당황한 언니가 지우려고 시도했는데 이미 삭제 가능한 시간이 지나버렸는지 사진은 전체 삭제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내 사진은 25명 카톡방에 영원히 남겨지고야 말았다. 언니는 나에게 다시 한번 미안하다고 했다. 당황한 표정은 어쩔 수 없었지만 이내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어쩌겠는가, 삭제가 안된다는데. 사실 속상하다. 잘 나온 사진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이번 사진은 심히 역대급이었으니까. 누구에게든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우스꽝스러운 내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웃는 것이 나에겐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 개그욕심이 없기도 하고 말로는 웃기고 싶어도 얼굴로는 아니다. 어쨌든 나는 B언니가 그런 내 사진을 일부러 올렸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괜찮다고 했다. 미안해하는 언니에 대한 나의 배려였다.

 


 그 사진을, 현장의 모두가, 그리고 그 회식자리에 나오지 않은 다른 회원분들도 모두가 봤을 거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속으로 웃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아마도 모두가 당황했을 B언니와 속상한 나를 위해 모르는 척 넘어가 주셨을 거다. 그렇게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 단체 카톡방에 후기를 남기는데, 오늘 회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내 발에 허벅지를 맞았을 때 괜찮지 않다고 했던 그 A언니가 굳이 내 사진에 대해 언급한 것을 발견했다.

 


 "00 씨 사진 보고 빵 터졌네.."

 

 

 어쩌면 다른 사진들에 묻혀서 아직 못 본 사람도 있을 텐데. 굳이. 굳이 빵 터졌다는 말을 단체카톡방에 언급해야 했을까. 그 말 때문에 사진을 다시 한번 둘러보겠지. 나라도 그랬을 거다. 그 바람에 사진을 올린 B언니는 다시 한번 나에게 단체카톡방에서 사과를 전했다. 나 또한 다시 한번 괜찮다고 말해야 했다. 그러고선 쿨한 척 톡을 남겼다.



"괜찮아요~ 모두 웃으셔요~~^^;;"



 

 나에게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수영장에서 같이 운동하며 인사하고, 한 달에 한 번 밥 먹는 게 전부인 관계에서 악의가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렇지만 A언니의 악의가 있던 없던 두 번이나 내 마음상하는 일이 생기니 이제 나에게 A언니는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A언니는 누군가에게는 솔직하고 뒤끝 없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상당히 무례하고 배려심 없는 사람이다.



 번 일로 내가 타인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만큼, 나 또한 배려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의 시간으로만 채워도 바쁜 내 삶 가운데,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는 하루빨리 단호하게 끊어내는 연습 중인데 A언니도 그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나도 말할 걸 그랬나.

" A언니! 나 맥이는 거예요? 축하드려요. 제거대상에 포함되셨어요.^^"


글이라도 쓰니 속은 시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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