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끊고서 나는 ‘진짜‘ 현실을 살게 되었다.

어느 인스타그램 중독자의 고백

by 장새미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의지했던 대상 중 하나는 바로 ‘쿠팡‘이었다. 이것저것 챙길 게 많은 만큼 ’깜빡‘ 하는 것도 많았다. 새벽배송은 그런 나에게 편리함 그 이상이었다. 육퇴 후 겨우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떠올라도 다음 날 아침이면 우리 집 앞에 가져다 주니, 이제 이거 없이 어찌 사나 싶었다. 그런데 쿠팡이라는 기업이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그 안에서 착취되는 노동이, 죽어간 사람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나는 몇 개월 전, 쿠팡을 탈퇴했다. 악덕기업인건 알겠지만, 당장 내가 새벽배송을 이용하지 못해 겪을 불편함이 걱정되었다. 쿠팡에서 사던 그 수많은 생필품들을, 아이템들을, 나는 이제 어디서 사야 하는 거지? 하는 막연함도 걱정에 한몫했다.


그런데 나는 좀 충격을 받았다. 며칠 좀 허전하긴 했지만, 쿠팡 없이 사는 것에 적응하는 데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얼마 후 나는 완벽하게 적응했다. 쿠팡 없이 사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나는 이것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다는 게 충격이었다. 그럼 나는 그동안 왜 그토록 쿠팡에 목을 매었던 것인지… 거기에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썼던 것인지… 어이가 없었다. 아?! 쿠팡 없이도 아무 문제 없이 사는구나??? 오히려 돈도 덜 쓰고 좋구나. ‘실’보다 ‘득’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그러다 인스타그램에 너무 자주 등장하는 ‘광고‘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릴스를 넘기며 보고 있다 보면, 열에 아홉은 결국 무언가를 사게 만들려는 영상이었다. 원래는 나의 일상을 기록하고 주변 지인들의 소식을 듣고, 종종 나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얻고 싶어서 시작한 인스타그램이었는데, 너무 변질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도 좀 끊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용기가 생기지 않아 망설이고 있었는데, 동생이 자기랑 같이 끊어보자 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한 달 넘게 인스타그램을 쉬게 되었다.


이번에도 며칠간은 인스타그램 어플이 있던 위치를 엄지손가락이 습관적으로 누른다는 것에 웃음이 나왔다. 습관이란 게 이렇게 무섭구나 싶었다. 그런데 인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하는 동물이었다. 나는 또 금방 인스타그램이 없는 삶에 적응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내가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사진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기 위에 찍었던가를 깨달았다. 인스타그램을 안 했더니 사진을 찢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진짜 목적을 찾게 되었다. ‘추억’을 간직하려는 것. 그 마음을 다시금 되찾았달까. 그동안은 추억에 자랑(남에게 보이기 위함)이 더해져 본래의 목적이 퇴색되기 일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은 찍은 사진들을 정리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이 목적이 되어 무슨 숙제처럼 그걸 열심히 해두고도 그 사진들을 다시 들춰보는 일은 적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다 보니까 짬나는 시간에 ‘릴스’를 보는 대신 내가 찍었던 사진과 영상들을 다시 보고 또 보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물건을 팔려고 정신산란하게 만든 영상이 아니라 내가 진짜 눈과 마음에 담고 싶었던 내 가족들의 모습들을 다시금 보면서 웃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맞아! 이게 바로 내가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어둔 이유였지!“ 싶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안 하다 보니 가족들과 눈마추지고 웃고 얘기하는 순간들이 더 늘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아! 이게 진짜 삶이지! 내가 이제야 진짜 현실을 살아가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온라인에서 꾸며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진짜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것. 인스타그램을 끊고서 나는 ‘진짜‘ 현실을 살게 되었다.


지인들의 소식을 보지 못해 관계가 소원해질 것을 염력하기도 했으나, 그것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인스타그램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연락을 주고받는데 문제가 없었고, 내가 그들의 소식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전혀 관계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만나서 나눌 이야기들이 더 풍성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내 소식을 진심으로 궁금해했다.


이번에도 실보다 득이 많았던 것일까? 이번 경험을 통해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이 있다면, 내가 없으면 못 살 것 같던 쿠팡이나 인스타그램 없이도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오히려 더 잘 살게 되었달까? 온라인에서의 구매활동, 관계활동, 기록활동보다 오프라인에서 그것들을 하는 것이 더 내 삶을 풍성하게 하고, 단정하게 하고, 절약하게 한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무엇이 더 좋고 나쁜지를 따진다기보다는 내가 다른 한쪽도 경험해 보았다는 것이 의미 있었던 게 아닐까. 뭣이 중헌디.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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