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지난 6월 21일 금요일. 저의 생일이었습니다.
날이 화창했던 그날, 저는 예정되어 있던 일정에 맞춰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날씨도, 길에서 마주친 귀여운 강아지도, 잔뜩 들떠서 부푼 마음도.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던 그날! 카카오톡에는 많은 사람들의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가득 차고 있었죠.
'생일이 좋긴 좋구나.'
제 마음은 더욱 들뜨기 시작했죠. 발걸음은 더욱더 가벼워지고, 반가운 축하메시지를 확인하려던 그때!
.
띠로리
.
.
인도 바닥이 살짝 기울어진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대로 한쪽 발목이 꺾이고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사람 많은 길 한복판에서 끝장나는 고통에 일어나지도 못하고 주저앉아 있으니, 다들 오다가다 쳐다보았습니다. 나중에 친구는 저에게 '거기 사람 많지 않았어? 창피했겠다ㅜㅜ'라고 했지만, 저는 생각해 보니 창피한 건 느끼지 못했고 그저 아팠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건, 약국이 바로 앞에 있어서 재빨리 정신을 붙들고 응급처치를 했습니다. 보호대까지 착용하니 절뚝거리면서 꽤 걸을만했죠. 그렇게 약속까지 잘 마치고, 또다시 절뚝거리면서 귀가했습니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후, '에이 내일이면 더 괜찮아지겠지!'하고 수면에 들어갔죠.
그런데, 웬 걸.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어나 보니 발목이 팅팅 붓고 도저히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식구들의 부축을 받고 이른 아침부터 정형외과에 갔는데, 인대가 완전히 파열되었다고 합니다. 진단명은 '전방거비인대 파열'이라고 한다네요. 깁스와 목발을 처방받았습니다. 문제는 해외여행을 가려고 대학원 방학 동안 단기 알바를 뛰기로 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이대로는 큰일 난다고 하셔서 관계자 분께는 죄송하지만 일주일 남겨두고 취소를 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 동생을 위해 동생 몫까지 열심히 벌어서 여행을 시켜주려고 했는데,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속상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반면, 어색해서 덜덜거리며 목발을 제대로 짚지 못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가족들이 크게 웃는 걸 보니 왠지 모르게 뿌듯(?)함 도 있습니다. 하하. 동생은 아주 서투르고 어색하게 절뚝거리며 목발 짚는 제 모습이 공포게임에 나오는 '이상현상' 같다고 하네요. 모두가 어색한 제 모습을 보고 자꾸만 웃길래, 저는 한술 더 떠서 "에잇 사람 되게 불쌍해 보이네!"라고 했고, 다 같이 크게 웃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서 비록 속상하지만 그럼에도 웃을 수 있다는 좋은 경험을 했고, 마음이 들뜨면 들뜰수록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교훈을 얻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치료와 재활을 무사히 잘할 수 있도록 조심히 지내야겠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밖에 나왔는데, 나오니까 빨리 운동도 하고 싶고, 얼른 푸른 자연을 보며 이어폰을 꼽고 산책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