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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두 Sep 07. 2021

슬럼프 극복에도 ‘때’가 있는 법

안녕 슬럼프?



 예전에 상담학 수업을 들었을 때, 교수님께서 ‘정말 힘들거나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면 그 바닥을 찍어보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났다. 나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슬럼프가 찾아올 때면 이 말씀이 강렬하게 기억이 남는다.



 슬럼프는 아무렇지 않다가 하루아침만에 '짜잔!'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서서히, 그리고 은밀하게 나를 잠식시킨다. 그러다 완전히 잠식되는 순간 깨닫는다. '아, 슬럼프에 빠졌구나.' 하고 말이다. 그렇게 슬럼프에 빠지면 아무런 힘이 없고 세상만사에 무기력해진다. 이런 무기력 속에서 나는 굉장히 보잘것없게 느껴지고 한없이 작게만 느껴진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슬럼프를 하루빨리 극복하라고 말한다. 나 역시도 이런 내가 못마땅해서 처음엔 무작정 극복하려고 애쓰기만 했다. 그런데 이런 무기력함 속에서 무작정 극복하려고만 한다면 극복이 잘 될 텐가? 물론 얕은 수준의 슬럼프는 어찌어찌 극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슬럼프의 깊이가 깊으면 깊을수록 이런 시도들은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는 있으나 또다시 슬럼프에 빠져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나를 더 지치게 만든다.



 한 때 나는 학업과 여러 관계들로 인해 큰 슬럼프가 왔었는데 극복을 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아서 큰 무기력에 사로잡혔었다. 이때, 교수님께서 바닥을 찍어보라는 말씀을 해주셨고, 그 말이 정말 새롭게 와닿았다. 이때까지 ‘힘내!’, ‘극복해야 돼!’와 같은 뉘앙스의 말들을 들으면서 무조건 극복하려는 압박감이 앞섰고, 극복이 되지 않을 시에는 자책과 큰 번아웃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바닥을 찍어보라는 나에게 말은 잠시 쉬어가도 된다는 뜻으로 들리는 것과 동시에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이따금 슬럼프가 올 때면 온 마음으로 ‘왔구나’ 하면서 슬럼프를 무작정 거부하는 것이 아닌, 인정하면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슬럼프와 슬럼프 회복의 곡선


 신기하게도 그렇게 바닥을 찍고 나면 어느 순간 자연스레 이제는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억지로 애써 극복하려고 하는 마음이 아닌 자연스럽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오는 올라가고 싶은 마음 말이다. 사실 바닥을 찍으면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가 지레짐작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슬럼프는 진정으로 슬럼프를 극복해야겠다고 느낄 때 극복해야 한다. 슬럼프를 극복하려는 여러 시도들은 올라올 힘이 생겼을 때 해도 늦지 않다. 또한 회복에는 가속이 붙는다. 바닥을 쳤다면 올라 올 일만 남은 것이다.



 슬럼프가 왔다는 것은 어쩌면 잠시 쉬어가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수고한 당신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삐딱한 신호라고 생각하자. 앞으로 슬럼프는 인생을 살면서 몇 번이든 당신을 빠트릴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몇 번이고 당신만의 방법으로 헤엄쳐 다시 올라갈 것이다. 그럴 때마다 당신을 인정해주며 앞으로 슬럼프가 다시 찾아왔을 때도 온전히 받아들여보자. 슬럼프가 왔다고 해서 너무 당황하거나 겁먹지 말자. 슬럼프가 왔다는 것은 그만큼 당신이 열심히 살고, 노력해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수고 많았고,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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