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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partners 샘파트너스 Jan 24. 2017

책과 사람이 소통하는 철학적 공간, 소규모 책방

Small-Bookshop

경기 불황, 대형 서점의 독식, 줄어드는 독서 인구 때문에 이제는 사라질 줄 알았던 소규모 서점들이 동네에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소규모 책방은 저마다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우며 새로운 매력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어떠한 특징을 가진 책방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사람들이 그곳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버리고 사는 것, 단순하게 사는 것이 추세인 듯하다. ‘심플하게 산다'의 저자 도미니크 로로는 덜어내고 사는 삶이 주는 장점을 소개하며 인기 도서가 되었고, 그런 삶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대부분 종이책으로 독서를 하지만 스마트 폰, 킨들<Kindle*>과 같은 이동형 디바이스를 통해 전자책으로 독서를 하는 사람들도 꽤 생겨났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독서를 돕는 디바이스가 다양해지면서 무겁고 부피 있는 책들을 계속 쌓아 두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생겼을 터이다. 더구나 책을 구매하지 않아도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다. 국민의 독서를 독려하기 위해 지하철에 도서 반납함을 설치하기도 하고, 도서대출 택배 서비스도 운영한다. 


마음을 먹고, 두고두고 읽을 책을 사고자 한다면 방대한 책을 보유한 대형서점에서 이것저것 둘러보며 구매하거나 도서 어플을 이용해 클릭 몇 번으로 쉽게 책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4년 도서 정가제 적용 이후, 문체부에 따르면 대형서점의 경우 도서 판매량이 6.3%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분명 ‘가성비’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평균 15,000원을 웃도는 책을 구매할 때 조금이라도 할인된 가격으로 마일리지를 쌓아가며 편리하게 배송서비스를 이용하여 책을 사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대형 서점과 반대로 학교 앞이나 골목에 있던 동네 서점과 헌책방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발간한 ‘2016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05년 3,429개였던 일반 서점이 2015년 2,116개로 약 38%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이제 동네에 커피숍, 치킨집은 줄지어 있지만 작은 서점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렇게 동네 책방은 사라져갔고, 출판업은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그런데 사라질 줄 알았던 동네 서점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 홍대에 위치한 <땡스북스*>는 독립출판물을 다루고, 작은 전시가 있는 공간으로 동네 서점의 등장 초반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어린이 책 전문 서점, 독립출판물 중심의 서점, 만화책 전문 서점 등 초창기에는 특정 분야를 다루는 서점이 생겨났다. 처음엔 동네 서점의 재등장은 반짝하고 말 것처럼 보였다. 책을 좋아하는 책방 주인이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으로 생각했는데, 어느 날 동네 책방에서 책방 주인과 친해 보이는 한 손님이 책 주문을 부탁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가격 할인이 되는 것도 아니고, 주문 3일 뒤에 직접 책방에 들러 책을 가지고 가야 하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동네 서점을 들락거리며 책을 구매하고 있었다. 동네 책방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사라졌던 동네 책방이 다시 생겨나고, 사람들은 왜 동네 서점을 찾는 것일까?


*<킨들 Kindle - 아마존닷컴에서 내놓은 전자책 디바이스 및 관련 솔루션, 플랫폼, 일체를 아우르는 말>

*<책과 커피를 즐기는 소중한 공간, 땡스북스 > http://www.thanksbooks.com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곳 ‘책 바’ (Chaeg Bar) / 연희동 (출처. chosun news)


기존 서점 형식을 탈피해 새롭게 책 읽는 경험을 제공한다. 요즘 ‘핫’하다는 동네 책방은 커피는 물론이고, 책맥, 책바와 같은 신조어가 생겼다. 연희동의 ‘책 바’같은 곳이다. 해방촌 언덕에 위치한 <스토리지 북 앤 필름*>, <고요서사**>, <별책부록***>은 한 동네에 위치해 서로 연합하여 한 달에 한 번 자정까지 책방을 연다. 사람들은 세 개의 서점을 돌아다니며 책을 구경하기도 하고, 책방 주인이 직접 만든 와인을 홀짝이며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 외에도 책의 주제, 주인공 특징에 맞게 조향사가 직접 만든 향기를 책과 함께 판매하는 <프레센트14****>등 책만 파는 책방은 사라지고 콘셉트를 살린 책방이 생겨났다. 

국내뿐 아니라 영국 Wig town에 위치한 <The Open Book*****>은 1층엔 책방이 있고, 그 위에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 특이한 점은 손님이 머무는 동안 책방을 운영할 기회를 준다. 소형 책방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라이프 스타일을 팔자’라는 콘셉트 하에 지어진 일본, 도쿄에 지어진 <TSUTAYA, 츠타야 서점******>은 책과 관련한 상품이 조화롭게 진열되어 있어 책만 사고 사람들이 떠나는 공간이 아닌 여유와 편안함을 주어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인기 있는 서점이 되었다. 책을 읽다가 잠들 수 있는 곳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Book and bed, 북 앤 베드 호텔*******>은 연일 만실을 기록하는 화젯거리인 서점 호텔이다. 책을 구매하거나 잠깐 머무르는 곳이 서점이었다면 소규모 책방은 책, 마실 거리, 디자인 상품, 그리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자유롭게 변화하고 있다. 서점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고 평가받는 소규모 책방은 기존 서점을 자주 찾지 않던 사람들도 친근하게 들릴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진, 독립출판물이 있는, 스토리지 북 앤 필름> http://www.storagebookandfilm.com

**<해방촌 문학서점, 고요서사> http://blog.naver.com/goyo_bookshop

***<Old & New Selection book shop, 별책부록> http://blog.naver.com/byeolcheck

****<향기파는 책방, 프레센트14> http://prescent14.cafe24.com/

*****<The Open Book> https://www.facebook.com/TheOpenBookWigtown/

******<TSUTAYA> http://tsutaya.tsite.jp/

*******<Book and bed> http://bookandbedtokyo.com/    


 한 사람을 위한 책방. 사적인 서점 / 마포구 (이미지출처. harpersbazaar)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저자의 사인회에서는 5초 정도 저자와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상암동에 위치한 <북바이북*>에서는 여행 드로잉, 말하기 특강 등 다달이 꽉 찬 강좌와 저자와의 토크, 미니 콘서트에 참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스토리지 북 앤 필름>은 독립 출판물 외에도 필름 카메라도 함께 판매하고 있으며 사진과 출판에 관한 강좌도 열리고 있다. 특히 ‘나만의 사진집 만들기’ 강좌는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1:1 독서 차트를 관리해주고 개인에게 맞는 책을 처방해 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점도 등장했다. <사적인 서점**>은 고객의 관심사, 취향에 맞는 독서 차트를 작성하여 책방 주인과 30분가량 이야기를 나누고 독서 계획을 세운다. 상담이 끝나면 자신의 전용 책방에서 자신의 마음을 기록하거나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전용 공간을 제공하여 고객은 사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상담이 끝난 뒤에는 책방 주인이 책의 복용법이 동봉된 책 한 권을 고객에게 배송해 준다. 책을 고르고, 읽는 과정이 어려운 고객을 위해 맞춤 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관심사와 독서 환경이 다양한 고객들은 자신에게 유용한 정보를 찾아 자신의 시간을 투자한다. 그것이 강연일 수도, 체험일 수도, 상담일 수도 있다. 부지런히 업데이트되는 책방의 프로그램들은 책방에서 사람들은 소규모 책방을 ‘배울 것이 많은 곳’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실천하는 책읽기, 북바이북 > www.bookbybook.co.kr

**<한 사람을 위한 서점, 사적인 서점 > https://www.facebook.com/sajeokinbookshop/


생각의 숲을 이루다. 최인아 책방 / 강남구


책방 고유의 큐레이션으로 책과 고객을 연결한다. 고층 빌딩의 회사가 빽빽이 들어선 강남은 경직된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공간으로 연상된다. 여유, 문화와 먼 지역이라고 느껴지는데 이곳에 위치한 <최인아 책방*>은 직장인들의 성지처럼 보인다. 최인아 책방에서는 클래식 콘서트, 배우나 저자들의 강연도 주기적으로 열리고 있지만, 방문하였을 때 가장 눈에 띈 것은 책의 진열 방식이었다.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냈던 최인아 씨는 서점이 문을 연 초창기에는 사람들이 책을 찾게 되는 질문 12가지를 정해 자신의 지인 150명으로부터 책의 제목과 그 책이 좋았던 이유에 대한 의견을 받아 책방 한쪽을 구성했다. 12가지 질문 중 눈에 띈 코너는 ‘Q2.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영혼들에게’이었는데 책 사이에 끼워진 카드에는 책을 추천한 이유와 추천인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적어두어 독자들이 참고하도록 했다. 책방 주인이 시즌별 구성하는 코너에는 ‘요즘 재미가 부족한 그대에게’, ‘쟁이들은 어떤 책을 사랑하는가’, ’세상의 큰 흐름’과 같은 이목을 끄는 책방의 큐레이션이 책을 잘 모르는 고객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유명인사들도 책방을 오픈하고 있다. 노홍철 씨가 오픈한 <철든 책방*>은 세계문학과 여행 두 테마를 다루며 독립출판물도 다양하게 구성하여 노홍철 씨가 직접 포장부터 계산까지 직접 운영한다고 한다. 한 사람의 이름을 내건 책방은 마치 책방 주인의 서재에 초대되어 들어간 느낌을 준다. 책방 주인이 추구하는 생각과 입장을 책의 큐레이션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고객들과 공유하려는 끈끈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고객들은 소규모 책방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책방 주인을 존경해서, 좋아해서, 공감되어서 등의 이유로 ‘꼭 가봐야 할 곳’이 되는 것이다. 책방 투어를 취미로 삼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서울시와 서울 도서관이 운영하는 <책방 산책 서울***>은 서울 시내 7개의 지역(홍대, 해방촌, 신촌, 서촌, 혜화, 관악, 망원, 강남)에 있는 서점들을 '산책하듯이 함께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에 구석구석 위치한 책방의 운영 목적과 방식에 대해 책방 주인들과 이야기하며 둘러볼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애정을 가지고 책을 고르고 읽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채우고자 하는 활동일 것이다. 


*<생각의 숲, 최인아 책방 > http://blog.naver.com/byeolcheck

**<철든 책방, 노홍철> http://chuldnbooks.com/

***<책방산책서울, 서울도서관 > https://www.facebook.com/bookstore.tour.seoul/



‘책’ 한 권의 구매도 

가치 있는 소비를 원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제껏 기존의 서점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넓은 공간에 빼곡히 들어찬 책들을 보며 독서를 게을리한 자신에게 좌절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고, 어떤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책을 구매했을 수도 있다. 끝없이 진열된 책 중에 어떤 것부터 읽어나가야 할지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껴 결국 어떤 책이 나에게 필요한지 고민할 시간도 없이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사람들이 많이 읽을 것으로 짐작되는 책 한 권을 구매했을 수도 있다. 이렇게 고른 책들이 결국 끝까지 읽히지 못하고 먼지만 쌓여갈 때, ‘어차피 사봤자 못 읽을 텐데’라는 비관적 결심에 다다르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서점이 책을 진열하는 방식은 소설, 외국어, 자기 계발 등으로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기준과 동떨어져 보인다. 그 결과 서점이라는 공간을 한정적으로 머물게 하고 책에 대한 흥미를 제공하기엔 미약해 보인다. 항상 우리가 말해 지루할 수 있는 '공급자 중심'의 책 공급 방식이 출판업 매출 4.8% 감소와 매년 출판계 불황 지속이라는 뉴스 제목에 영향을 준 것 같다. 조금은 핑계일지 모르지만, 책 한 권을 사서 끝까지 읽지 못했던 이유는 그 책을 사기 전에 생기지 않은 애정과 동기부여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과 고민이 중요한 시대에 
동네에 위치한 소규모 책방이 철학적 고찰을 위한 
오아시스 같은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첫 변화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편리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아이러니하게도 동네에 생기는 소규모 책방은 ‘양보다는 질’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최인아 책방을 직접 방문해 보니, 최인아, 정치헌의 아지트에서 ‘그들의 생각의 근간에는 이런 책들이 있었구나’라고 알 수 있었다. 그 생각의 숲에서 연결된 다른 사람들의 짧은 감상평들이 나에게 공감을 일으켰을 때, ‘읽고 싶다’는 충동과 ‘독서 중과 후에 누군가가 느꼈을 감정을 나도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최신 도서, 베스트셀러 도서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진짜 해답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책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동네 서점으로 향하고 있다.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소규모 서점을 방문한 고객들은 이리저리 책을 펼쳐보며 원하는 책을 만났을 때,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다’라고 한다. 또 ‘구경할 거리가 많고, 유용한 정보가 많은 것 같아 오며 가며 들르고 싶은 곳’이라는 리뷰를 보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향기로 오감을 만족하게 해주는 공간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치 있는 경험으로 여기고, 대형서점이 제공하는 2,000원의 할인보다 자신이 애정을 지닌 장소와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소통하는 행복감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특정한 목적 없이, 이유도 없이 우연히 들린 조그마한 서점에서 책을 발견하는 반가움에 간편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잃어버린 낭만을 동네 책방에서 찾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동네에서 책 팔아서 먹고살기 어렵다고 하지만 소규모 서점이 어떤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생각과 고민이 중요한 시대에 소규모 책방이 철학적 고찰을 위한 오아시스 같은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Epilogue...

한 해를 맞이할 때면, ‘독서’라는 목표는 항상 등장하는데요. 순간 '너무 의무적으로 책을 읽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읽어야 할 책,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 여유를 부리며 서점을 기웃거린 지도 오래인지라 ‘아. 내가 너무 건조하게 책을 사고, 읽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에 해방촌의 동네 책방에서 책을 다르게 접하는 사람들을 보았고 한 번쯤은 다른 방식으로 책을 마주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인사이트룸 주제를 새롭게 변화하는 소규모 책방으로 소개해 보았습니다. 다가오는 주말, 동네 책방 나들이 어떨까요?

| BXRS 김지현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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