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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테 욕 못하는 사람

좋은 게 아니다.

by 이정욱 교수

뉴스에서 얼마나 들었는지 '감정노동'이란 단어가 제법 귀에 익었다.


스스로의 감정을 숨기고 누른 채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
l_2015072401003873700321991.jpg 출처: 경향신문

우리나라 인구의 대략 30% 정도가 감정노동을 한다는 통계를 봤다.

콜센터, 텔레마케터, 비행기 승무원, 식당 종업원, 백화점 판매원, 은행 창구직원들이

감정 노동자라고 한다.


응? 그 사람들만?
AbusePowerAccountability.jpg 출처: success trek


그 사람들뿐이라고?

내 주변에 지인들 중 감정노동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세무사, 오늘도 담배를 벅벅 피워대며 진상 고객의 갑질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편의점 사장님, 별의별 것을 가지고 트집 잡는 이상한 고객들에 만행에 단련이 됐다고 한다.

대학교 직원, 교수들이 하는 갑질에 단련되고 직원이라고 낮게 하대하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병원 간호사, 간호사라는 직업이 왜 젊을 때만 반짝하고 은퇴하는지 알겠다고 한다.

이자카야 사장님, 속 썩이는 알바들 때문에 사업 그만하고 싶다는 말을 볼 때마다 꺼낸다.


...........


이 분들의 말을 들으면 맞는 것 같지만

들어보면 반대 입장의 말도 맞다.


세무사 고객, 세무사가 친절하고 자세하게 말하지도 않고 돈만 밝힌다.

편의점 이용객, 물건을 많이 사면 봉투가 필요한지는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대학 교수들, 강의는 우리가 해서 등록금 받아내는데 직원들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지 않는다.

병원 교수들, 간호사는 나이 들면 노인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가는 수순이다.

젊은 간호사들은 계속 공급되고 급여도 상대적으로 싸고 말도 잘 듣는다.

이자카야 알바, 일하다 보면 아침에 아플 때도 있고 갑자기 개인 사정이 생길 때도 있는데

난 그냥 정규직도 아닌 알바고, 일안 하면 일당 안 받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


정신 의학 통계적으로 보면

상대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고, 욕도 못하고, 좋은 게 좋은 것이겠지 하며

자신의 감정보다는 상대의 감정에 맞춰가는 사람들이 정신적 문제가 생긴다.

자신이 좀 더 참으면 모든 것이 수월하게 흘러가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참다 보면

슬퍼도 눈물이 안 나오고, 몸이 아파도 심각한 줄도 모르고 살며

이중적 감정으로 뇌가 부하를 이기지 못하고 컴퓨터 서버처럼 다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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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과하게 표현하는 것도 문제지만

감정을 과하게 억누르는 것은 더 문제다.


문 닫은 차 안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실컷 욕을 하고 풀어보자.

목은 조금 쉬더라도 기분만은 상쾌하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의학전문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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