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항상, 늘, 언제나 부족해왔다.
어쩌면 우리는 피에 대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 왔는지도 모른다.
빨간색 적십자 로고의 헌혈차가 도로에 서 있고, 적어도 큰 규모 병상의 병원 냉장고 안에는
늘 누군가가 기증한 붉은 피가 준비되어 있는 세상.
하지만 현재도 진행 중인 전쟁터, 산사태나 대지진 같은 재해 현장 이미 다가온 노령화된 사회에서는
그 ‘당연함’이 깨져 버린다.
최근 일본에서 인공 혈액을 개발했다.
A, B, O, AB 혈액형 구분도, 냉장 보관도 필요 없는 인공혈액.
인공혈액은 사람의 피처럼 붉지도 않고, 실제 우리 피처럼 완벽하지도 않다.
하지만 혈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폐에서 산소를 받아
몸 구석구석으로 전달하는 일만큼은 정확히 수행한다.
현재까지 동물 실험에서 이 인공혈액은 대량 출혈 상태의 생명의 끈을 끝까지 붙잡아 두었다.
혈액형 검사에 드는 절차, 헌혈자 부족, 병원까지의 운반 시간...
이 모든 불가능의 장벽을 뛰어넘는 가능성이 인공 혈액 안에 있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혈액 응고 작용이나 혈액 면역 기능은 대체하지 못하고,
수혈 시 면역 거부 반응과 장기들이 거부하는 부작용의 위험도 남아 있다.
그리고 분명하겠지만 상용화 초기엔 ‘진짜 피보다 가짜 피’가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상상하고 바란다.
119 응급차에 비치된 혈액팩을 꺼내 구급대원이 환자의 혈액형도 묻지 않고 환자의 팔에 꽂는 장면을.
인공혈액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개발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것이 단순한 ‘혈액 대체재’가 아니라 미래에 우리를 구해줄
유일한 희망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