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애들

'나 꼰대야'를 스스로 인정하는 말

by 삼로로

밤 10시. 저녁도 먹었고 회의도 끝났고 회의록 공유도 다 했고 내가 오늘 할 일은 끝난 것 같다. 팀장도 오늘은 일찍들 가자며 먼저 들어가셨다. 근데 과장이 남았다. 나는 이미 읽은 메일함만 다시 열었다 닫았다 하는 상황임에도 일단 눈치를 보며 기다리다 물어본다.

주임 : "과장님~ 제가 도와드릴거 없을까요? (입꼬리 한껏 올린 표정)
과장 : "없어. 들어가" (썩은 표정)


다시 물어봐도 "없다"는 대답을 들었고 더 말하면 짜증낼 것 같아 자리로 돌아가 5분 정도 앉아있다 부스럭 소리라도 날까 조심스레 짐을 챙긴다. "죄송하지만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하면 "(돌아보지도 않고) 어"


다음날부터 '개념없는 요즘애들'로 평가받는다. 이후 술자리에서 그 상사는 말한다. "당장 너네들이 할일이 없더라도 남아 있다보면 보조를 하면서 뭐라도 배운다"고. 새벽까지 있으면서 'PPT에 넣을 이미지 찾는 것’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을까? 그리고 할일이 있었다면 남으라고 하던지. 가라고 해서 갔는데 왜 뒷북ㅡㅡ?


퇴근 얘기에 이어 "도와드릴거 없나요?"라고 묻는 것도 잘못됐다고 했다. 묻기 전에 무슨일을 할지 스스로 파악해서 "제가 그일을 하면 되겠냐"고 말하라는 것이었다. 1-2년차의 사원들이 그렇게 파악이 잘 된다면 이미 대리나 과장을 하지 않을까? 이렇게 말꼬리 하나까지 지적하며 '요즘애들은 나 때랑 다르게 애티튜드가 안되어 있음'을 안주처럼 씹어댔다.


참으로 비합리적하고 비효율적이라 생각했지만 어차피 회사는 다녀야 했기에 그들의 요구(..)에 따랐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배우는 것들도 많다고 했다. 근데 술을 먹고 새벽 3시에 가든지, 일을 하다 새벽에 가든지, 아래 직원은 정시 출근을 해야했다. 그러지 않으면 '요즘것들은 긴장감이 없다'고 뭐라고 했다. 정작 본인은 점심시간이 다되서야 출근하면서 말이다. (나도 늦게 출근하겠다게 아니라, 왜 자기는 힘들고 우리는 연차가 낮으니까 힘들어도 버텨야 하냐는 거다. 다음날 칼출해야 하는 사람은 술자리는 빼주던지. 아니면 조금 지각한다고 개념없는 애로 취급하지 말던지.)


그런 사람의 부사수로 있다보니 모든 광고회사의 생리가 그런줄 알았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직한 회사는 전혀 다른 문화를 갖고 있었고 상사들의 불합리한 꼰대짓이 없었다. 그때서야 내가 다녔던 회사가 정상은 아니었음을 알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이 아니라 근무시간 내라는 가치관의 사람들과 일하다보니 정신적인 괴로움도 덜했다. (물론 제안 임박 시는 야근이 많지만, 정신이 피폐해질 정도는 아니었다.)


정답이 없고 데드라인만 있는 업무의 특성상,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건 알기에 야근은 인정한다. 각오도 되어 있었고 실제로 많이 했다. 그치만 그런 것과는 상관없는 군기 잡기, 정신 개조를 요구했던 몇몇의 상사들. 니들의 정신개조나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야이 옛날것들아!!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나도 지금 회사의 신입들을 보면 마음에 꼭 안들 때가 많다. 그럴 땐 판단의 기준을 바꿀려고 노력한다. 내가 그 연차였을 때와 현재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제 합리적인가? 효율적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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