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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삼한 수의사 May 10. 2024

[수의사가 보는 동물 캐릭터] 이모티콘 찌그렁오리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삼삼한 수의사입니다. 오늘 살펴볼 캐릭터도 오리 캐릭터인데요. 오리는 우리 주변에 쉽게 볼 수 있으면서도 흰 털을 가진 집오리의 경우 그리기 어렵지 않은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어 도날드덕, 러버덕, 카카오 튜브 등으로 재탄생하였죠. 이전 캐릭터가 귀여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요즘 등장하는 오리 캐릭터는 유머러스함까지 갖춰 등장하고 있는데요. 오벤저스(치즈덕, 오둥이, 김바덕, 그리고 오늘 살펴볼 친구)로 대표되는 오리 캐릭터들이 대표적인 예시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살펴볼 오리 캐릭터는 유머러스함이 그림체부터 드러납니다. 대충 그린 것 같은 캐릭터인데 그려진 선도 기존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삐뚤삐뚤합니다. 삐뚤삐뚤 캐릭터도 인기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걸 몸소 증명한 찌그렁오리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2020년대 초반에 혜성같이 등장한 찌그렁오리. 현재 카카오 이모티콘을 휩쓸고 있으며 심지어 제 가족도 쓰는 이모티콘인데요. 과연 찌그렁오리는 어떤 특징을 가진 오리일까요?




못 그린 캐릭터도 인기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캐릭터이 정도면 나도 이모티콘 작가가 될 수 있겠는데? 하고 생각하기 쉬운 캐릭터 같다.





찌그렁오리는 콜덕이다.








 직전에 곽철이 편에서도 설명드렸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흰색 털을 가진 오리는 집오리입니다. 집오리는 청둥오리를 개량하여 만든 품종으로 25개의 품종이 있죠. 물론 모든 집오리가 흰색의 털을 가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대표적으로는 페킨덕, 콜덕이 있으며 인디언 러너, 에일즈버리도 가능하죠. 앞서 설명드린 품종이 모두 흰색을 가지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흰색의 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찌그렁오리를 볼까요? 찌그렁오리는 둥근 얼굴에 작고 좁은 뿌리를 가졌습니다. 찌그렁오리와 가장 비슷한 오리는 볼 것도 없이 콜덕입니다. 콜덕은 집오리 중에서 가장 작고 동글동글한 외형을 가졌으며 작은 부리를 가진 집오리입니다. 콜덕은 커도 700g 정도이며 다른 오리들보다 작고 귀여워 애완용으로 많이 길러지는 오리라고 합니다. 이전 곽철이 편에서는 곽철이의 부리는 다른 콜덕에 비해 매우 넓은 부리를 가져서 자칫 페킨덕으로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그러나 찌그렁오리는 그런 여지도 없이 콜덕으로 보입니다.








찌그렁오리는 콜덕이 확실하다.








찌그렁오리는 곡식을 주로 먹고 자랐을 것이다.








 새들은 자신이 먹는 먹이에 따라 그에 최적화된 부리를 가집니다. 작은 물고기를 먹는 새라면 새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부리가 길고 끝부분이 구부러진 부리를 가졌습니다. 동물의 시체를 먹이 삼아 먹는 새라면 부리가 크고 날카롭고 튼튼하며 끝부분이 구부러져 있습니다. 물풀을 먹고 사는 오리의 경우 일반적으로 부리가 넓죠. 그런데 찌그렁오리는 작고 좁은 부리를 가졌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콜덕보다도 더 작고 부리가 짧습니다. 이러한 부리로 봤을 때 찌그렁오리는 곡식을 먹는 데에 가장 최적화된 부리를 가진 것 같습니다. 곡식을 먹는 참새가 부리가 짧고 작은 걸 상상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찌그렁오리는 지금이야 다양한 음식을 먹고 있지만 찌그렁오리의 조상들은 대대로 곡식을 먹고 성장한 것으로 보이며 그로 인해 짧은 부리를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먹이별 새 부리의 모양




찌오의 부리는 짧고 뾰족하며 작아 곡식을 먹기에 적합하다.








찌그렁오리는 육상 생활만 해야 할 것 같다.






 찌그렁오리의 다른 외형적 특징을 보시면, 날개가 몸에 비해 너무 작고 심지어 오리발도 너무 작습니다. 오리는 수중 생활도 하는 조류인데 그로 인해 발이 넓게 진화하였습니다. 덕분에 물에서 물을 잘 헤치고 나아갈 수 있죠. 그런데 찌그렁오리는 발이 너무 작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다른 오리들에 비해 물에서 잘 헤엄치지 못할 것을 보입니다. 심지어 날개도 너무 작아서 날지도 못할 걸로 보이죠. 그래서 찌그렁오리는 어쩔 수 없이 육상 생활을 위주로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찌그렁오리는 이족보행을 하는 등 육상 생활에 잘 적응한 것으로 보이네요. 육상 생활 위주로 하다 보니 물풀을 먹을 일이 줄어들었을 것이고 그에 맞게 부리가 육상의 곡식을 먹는 데에 최적화되도록 진화한 것 같네요.





날개(팔)도 너무 작고 발은 훨씬 더 작다. 사실상 수중 생활은 물 건너 갔다.








찌그렁오리는 의외로 엄청 똑똑할 수도 있다.







 찌그렁오리는 날개도 작아 날지도 못하고 발이 작아 수중 생활도 어렵습니다. 찌그렁오리는 그러면 안 좋은 점만 있는 걸까요? 하지만 찌그렁오리는 이 단점을 상쇄할 큰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지능인데요. 찌그렁오리의 인스타툰에서 찌그렁오리의 뇌를 보여주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찌그렁오리는 얼굴이 매우 큰데 뇌도 그에 못지않게 굉장히 큰 것을 볼 수 있었죠. 뇌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해서 지능이 높다는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 대체로 그럴 것이라는 것이 널러 퍼진 정설이죠. 찌그렁오리는 다른 오리들보다 압도적으로 큰 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얼핏 봐서는 몸 전체의 1/5-1/6을 차지할 정도로 크네요. 그래서 다른 오리들에 비해선 상당히 지능적이고 똑똑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오리의 뇌 용적은 집오리의 일종인 2kg 무게의 "흰볏오리(White-crested duck)" 기준으로 4,700mm3 - 7500mm3 정도 된다고 합니다. 어림잡아 5cc 정도 된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요. 사람이 약 1,400cc 정도 되니 280배 정도 차이가 나는군요. 








뇌 진짜 크네...






 찌그렁오리의 뇌 용적이나 무게는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림잡아 추측해 보죠. 찌그렁오리는 콜덕으로 약 700g 정도의 무게를 가졌습니다. 그중에서 몸의 1/6이 뇌니까 약 116g 정도가 찌그렁오리의 뇌 무게겠군요. 6kg 정도 되는 머스코비 오리(Muscovy duck)의 뇌 무게가 4-6g인데요. 찌그렁오리는 자기보다 훨씬 큰 머스코비 오리보다 최소 몇십 배는 큰 뇌를 가졌네요. 분명 찌그렁오리는 다른 오리들에 비해 지능적일 것 같습니다.





볏오리의 뇌 용적은 약 5cc


[볏오리의 뇌 용적은 약 5cc / 출처 The use of conventional radiography and computer-assisted tomography as instruments for demonstration of gross pathological lesions in the cranium and cerebrum in the crested breed of the domestic duck (Anas platyrhynchos f.dom.)]




머스코비 오리 뇌 무게는 5-6g



[머스코비 오리의 뇌 무게는 약 5-6g / 출처 : The Effect of Housing System and Gender on Relative Brain Weight, Body Temperature, Hematological Traits, and Bone Quality in Muscovy Ducks]






마치며


 지금까지 찌그렁오리에 대해 분석하였습니다. 찌그렁오리는 콜덕으로 곡식을 먹는 데에 최적화된 부리를 가지고 있으며 육상 생활만 할 수 있을 것이고 똑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제 결론이었습니다. 비록 외형으로는 찌그러진 외모를 가진 찌그렁오리. 심지어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행동을 인스타툰에서 보여주는데요. 그러나 엄청난 크기의 뇌를 가지고 있어서 상당히 지능적일 것 같습니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군요. 엄청나게 똑똑한 뇌를 가지고 인류를 지배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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