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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삼한 수의사 Jun 04. 2021

[수의사가 보는 동물 캐릭터] 톰과 제리의 제리

수의사가 보는 쥐 제리

출처 : 톰과 제리

이번 15화에서는 사람들이 상당히 징그러워하고 싫어하지만 우리와 아주 가까이 있는 동물인 쥐 캐릭터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쥐 캐릭터는 미키마우스 필두로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나마 분석하기 쉽고 쥐는 치즈를 좋아한다는 것을 퍼뜨린 주범인 제리를 분석해보면 더욱 재밌을 것 같아서 제리를 준비했습니다. 제리는 고양이 톰과는 앙숙인 관계로 톰이 상대적으로 강자이지만 제리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기도 합니다. 그리고 약자가 강자를 이긴다는 설정 덕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입니다. 1940년부터 인기를 끈 제리는 과연 어떤 쥐일지 리뷰해보겠습니다.

제리는 시궁쥐(Brown Rat)일 것이다.

제리는 도시에 살고 있으며 갈색의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특징을 토대로 저는 제리가 시궁쥐(Brown Rat ; 학명 Rattus norvegicus)라고 생각합니다. 시궁쥐라는 말은 생소하실 수도 있지만 다른 말로는 집쥐(혹은 생쥐)입니다. 시궁쥐는 몸길이 25cm 내외, 몸무게는 약 300-500g 정도이며 갈색 외에도 검은색과 회색도 있습니다. 수명은 3년 정도입니다. 서식장소는 도시의 하수구, 경작지, 축사, 창고 등이며 우리 사람들과 생활 반경이 많이 겹치는 편입니다. 비록 시궁쥐라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이 쥐는 사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쥐입니다. 제리 역시 이런 시궁쥐의 서식지와 외형적인 특징과 많이 닮아있어서 제리는 시궁쥐(Brown Rat)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제리는 대식가일 것이다.

시궁쥐(Rat)의 분당 심박수는 무려 330-480회입니다. 사람이 분당 심박수가 60회 정도임을 생각하면 거의 적게는 6배에서 많게는 8배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분당 호흡수는 85회입니다. 시궁쥐는 그만큼 몸의 신진대사가 사람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몸 크기에 비해 열량 소비가 많이 심한 편입니다. 그래서 시궁쥐는 체중에 비해 많은 양의 칼로리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 최소 60kcal입니다. 체중이 300g인 시궁쥐가 60kcal를 먹으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쥐가 사람과 비슷하게 60kg이 되면 12000kcal를 먹어야 하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사람의 하루 권장 칼로리 섭취량이 2000kcal 임을 생각하면 6배 이상 더 많이 먹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시궁쥐는 하루에 최소 15-20g의 먹이를 먹어야 하는데 만약 추운 지방에 사는 시궁쥐라면 체온조절을 위한 열량 소비가 심해져 더 많은 먹이를 먹을 것입니다. 쥐인 제리 역시 엄청나게 많은 음식을 먹어야 최소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리가 치즈를 좋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쥐는 치즈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이 장면 때문에 전 세계에 있는 애완용 쥐들이 많이 아프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쥐나 햄스터와 같은 설치류는 치즈를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먹는 치즈를 너무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신장 기능에 문제가 생겨 생명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톰과 제리로부터 나온 잘못된 인식이 많은 애완용 쥐나 햄스터들을 아프게 했을 것입니다. 부디 애완용 쥐를 키우실 예비 집사님이라면 절대 사람이 먹는 치즈를 급여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쥐는 치즈와 과일이 있다면 굳이 냄새가 강한 치즈를 선택하지 않고 주저 없이 과일을 선택할 것입니다.

제리는 수영을 잘 할 것이다.

보통 쥐는 수영을 잘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쥐는 수영을 매우 잘합니다. 특히 시궁쥐는 수영을 매우 잘하는 편에 속합니다. 시궁쥐는 3분 이내로 잠수도 가능하며 수영을 3일 동안 할 수 있습니다. 잠수하기 위해 우리 몸의 심박수가 느려지는 것을 생각하면 신진대사가 매우 빠른 쥐의 잠수시간은 매우 놀라울 따름입니다. 제리 역시 고양이인 톰과는 달리 수영을 잘 할 것이며 물에서도 강한 생명력을 보여줄 것입니다.

제리는 한 달 동안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

시궁쥐의 하루 수분 섭취량은 약 30ml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시궁쥐는 한 달 동안 물을 마시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아도 살 것 같은 낙타보다도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기간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시궁쥐는 필요한 수분의 상당량을 음식으로 보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시궁쥐는 먹이 없이는 4일을 채 버티지 못한다고 합니다. 제리 역시 주변에 먹이가 풍부하다는 가정하에 한 달 동안 물을 먹지 않아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