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발표한 3피트 규정은 무엇이 문제인가?
7월 20일 KBO는 2023년 하반기부터 스리피트 수비방해 판정 논란이 계속되자 "규정을 세분화해 명확히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말이 무색하게 하반기 일정이 시작된 첫 번째 경기에서부터 사달이 벌어졌다. 7월 23일 사직에서 열린 키움과 롯데 경기에서였다.
3회초 키움의 공격, 무사 1루. 타자 이용규는 번트를 대고 1루로 달렸고, 1루로 향한 송구는 위 사진처럼 타자주자 이용규를 맞고 외야로 굴러갔다. 이때 김선수 구심은 타자주자 이용규가 3피트 라인을 위반해 달렸다고 판정하면서 수비방해를 선언, 3루까지 달린 이지영을 1루로 귀루시켰다. 키움은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비디오 판독의 결과 이용규의 주루는 정상 주루로 인정, 주자는 무사 23루가 되었다.
궁극적인 결론부터 말하면 비디오판독센터의 판정이 정심이다. 이용규는 홈에서 1루까지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3피트 라인 안 및 파울페어선 위에서 줄곧 정상적인 주루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이용규가 위 사진처럼 베이스를 밟기 위해 내디딘 마지막 왼발이 페어지역으로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고.
3피트 수비방해를 규정한 공식야구규칙 5.09(a)(8)에 따르면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3피트 라인의 바깥쪽(오른쪽) 또는 파울 라인의 안쪽(왼쪽)으로 달려 1루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경우" 타자주자는 아웃이다. [원주]에 따르면 주자의 양쪽 발은 3피트 레인 안쪽 또는 레인을 표시하는 라인 위에 있어야만 하기에 한쪽 발이라도 3피트 라인이 규정하는 영역 밖으로 나가면 아웃이다.
김선수 구심은 이 상황을 판정하기 위해 파울페어선을 따라 움직이는 올바른 동선을 취했으며, 상황을 마지막까지 지켜보며 판정을 내렸으며, 공식야구규칙에 따른 규정을 올바르게 적용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비디오판독센터는 왜 이 상황이 수비방해가 아니라고 판정했을까.
규칙의 문제로 넘어가기 전, 3피트 수비방해의 요건 세 가지를 살펴보자.
1. 타자주자가 3피트 라인 밖에서 달렸는가
2. 수비가 정상적으로 수비를 시도했는가
3. 심판이 이를 수비방해로 인정했는가
김선수 구심은 이용규의 주루가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판단한 반면에, 비디오판독센터는 그렇지 않다고 봤다. 송구가 이용규에게 맞아서 굴절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2번과 3번이 성립한다고 간주하면, 문제는 1번이다. 과연 이용규의 저 마지막 발걸음은 규칙을 어긴 것인가 아닌가?
여기서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다음과 같다.
비디오판독센터가 어떤 규칙을 근거로 3피트 라인 수비방해를 선언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현재 KBO가 사용하는 공식야구규칙으로는 김선수 구심의 판정이 옳다. 왜냐하면 이용규가 충분히 3피트 라인 밖에서 왼발을 이용해 베이스를 밟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페어지역으로 들어와서 밟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타자주자는 정말 불편하게 가장 마지막에 가서 파울페어선에 걸친 베이스를 왼발로만 밟아야만 하는 것일까? 이 부분에서 KBO와 현재 한국야구가 사용하는 공식야구규칙의 부족한 모습이 드러난다. 전 세계 야구 규칙의 기본이 되는 메이저리그 규칙(OBR)은 해당 내용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자.
Official Baseball Rules 5.09(a)(11) Comment: The batter-runner is permitted to exit the three-foot lane by means of a step, stride, reach or slide in the immediate vicinity of first base for the sole purpose of touching first base.
OBR 5.09(a)(11) 주: 타자주자는 1루에 닿기 위한 발걸음, 도약, 도달 혹은 슬라이딩 목적으로만 1루 베이스 바로 직전에 3피트 레인을 벗어나는 것이 허용된다.
공식야구규칙에는 OBR의 5.09(a)(11) Comment 부분이 실려있지 않다. OBR에 Comment가 추가된 것은 2007년 규칙에서부터였다. (舊야구규칙 조항 번호에 따라 6.05(k)) 세계에서 사용하는 규칙에 따르면 타자주자는 베이스를 닿으려고 하는 순간과 그 직전에는 3피트 라인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베이스 직전 마지막 한 걸음과 베이스에 닿는 순간까지는 3피트 라인 밖으로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이 규칙에 따르면 이용규의 주루는 잘못된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현재 사용하는 규칙책에는 이 Comment가 담겨있지 않다. 공식야구규칙 5.09(a)(8)은 그저 3피트 라인을 벗어나면 아웃이라고만 말하고 있기에 OBR 5.09(a)(11) Comment가 규정하는 예외 상황은 인정되어서 안 된다. 공식야구규칙이 OBR의 최근 변화(라고 하기엔 무려 16년 전이다)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그렇다고 현재 사용하는 규칙에서 다루지 않는 예외 사항을 비디오판독센터가 멋대로 해석하는 것 또한 문제이다. 따라서 현재 규칙으로는 김선수 구심의 판정이 정심이다.
KBO는 한국 야구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공식야구규칙의 국제화 및 심판 육성과 심판진의 재교육 등에 대해서는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국 야구가 뒤처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20년 전에 머물러 있는 야구 규칙과 그에 맞춰져 정체되어 버린 심판진의 역량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가 7월 20일 KBO가 3피트 수비방해와 관련해 발표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KBO는 "타자 주자가 오른발로 베이스를 밟을 경우, 부득이하게 왼발이 3피트 라인 안쪽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3피트 라인 위반 예외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국제 규정(MLB, NPB)상 허용되지 않기에 KBO리그에서도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KBO의 이같은 주장은 전술한 2007년 신설된 OBR 5.09(a)(11) Comment로 바로 반박된다. Comment에서 말하는 한 걸읍이란 마지막 걸음이 아니라 베이스를 밟기 전 걸음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타자주자가 오른발로 베이스를 밟는다면 자연스럽게 왼발이 3피트 라인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고, 오른발은 베이스의 오른쪽을 밟을 것이기에 파울페어선 위에 걸치게 될 것이다. (타자주자가 오른발로 1루 베이스를 밟을 때, 정말 수비를 방해할 생각이거나 혹은 1루수가 베이스 우측에서 수비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면 1루 베이스의 왼쪽을 밟을 이유가 없다.) 물론 타자주자가 왼발로 베이스를 밟으려고 마지막 왼발이 페어 지역으로 들어오는 것도 허용이 된다. 즉, MLB에서 지난 16년 동안 버젓이 사용한 규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KBO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여기서 모순점이 발견된다. KBO 비디오판독센터는 OBR 5.09(a)(11) Comment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판정을 내려서(현행 공식야구규칙에는 없는) 이용규의 주루가 정상주루라고 발표했는데, 정작 바로 며칠 전 KBO는 이런 국제 규정이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정말 3피트에 대해서는 오락가락한 KBO의 씁쓸한 현실이다.
3줄 요약.
1. 김선수 구심의 판정은 현행 규정에 따르면 정심이다.
2. 현행 국제 규정에 따르면 비디오판독센터의 판정이 옳다.
3. 16년 전에 세계적 차원에서 갱신된 규칙을 KBO는 모르쇠로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