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그녀와 나

by 샘샛

“카톡!”



평소와 다름없는 그날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몇 년 만에. 온 연락에 의문과 반가움이 더해졌다.

마지막을 안 좋게 끝냈기에 사실 그냥 남처럼 살려고 했다.


근데, 세월이 흐르고 나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감정을 묶어두지 않고, 그저 적당히-적당히- 살고 싶어졌다.



나쁜 감정을 가져서 뭐 하나, 결국 나를 찌르는 칼이 되는 것을

그래서 그 감정을 풀기로 했다.



그 뒤 간단한 안부와 그동안의 일을 카톡으로 나누다 어느새 통화가 되었고,

연락을 하지 않았던 세월이 무색하게도

마치 어제도 연락했던 것처럼 자연스러워졌다.


그녀와의 관계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항상 같은 문제로 싸웠다.


바로 “약속”

그녀는 항상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나는 항상 기다렸다.

소리쳐보고, 화도 내보았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그날도 그랬다.

타 지역에서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결국 통화는 되지 않았고, 카톡만 왔다.


“미안, 아파서 버스 못 탔어”



버스 출발 시간 즈음 그녀와 연락을 했기에 당연히 출발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까 분명 출발한다고 하지 않았나?

항상 이런 식이 었다.

그녀와 나의 관계에서 괜히 늘 내가 을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속상했다. 미우면서도 너무도 속상했다.

그녀에게는 나보다 더 소중한 것이 많아서 내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매번 아프다는 말로 무마하려 하지만,

사실 알고 있다, 그녀가 다른 약속을 잡고 다른 사람을 만나러 나간다는 사실을,



그 순간 억지로 잡고 있던 인연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전화로 말을 할 용기가 없는 그녀에게 관계의 끝을 선언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사건이 되었다.


이제 나도 나이를 먹어 더는 그 정도의 애정도 열정도 생기지 않는다.

더는 그녀에게 오직 진심을 다해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안다.



나중에 그녀에 대한 감정이 더욱 커져서

감정에 흔들릴까 봐 아직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제 나도 묵직한 돌이 되어가고 있으니 쉽게 흔들리지 만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저 물처럼, 흐르는 관계를 붙잡으려 너무 노력하지 않기를,

나 자신 괴롭히면서 까지는 그러지 말기를,



오늘도 조심스레 소망해 본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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