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성 유기화합물 그리고 새집증후군
요즘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친환경제품의 수요는 늘고 있고 친환경 딱지가 붙은 제품은 프리미엄에 팔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친환경 또는 천연 제품이라 광고를 하면 일반 소비자들은 검증절차 없이 믿고 살 수 밖에 없다.
사실 우리나라는 친환경 명칭에 대해 전혀 규제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제품이라도 친환경이라 불릴 수 있어 악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법에 의하면 3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은 친환경건축 인증 (녹색건축물 인증)을 받게끔 되어 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친환경건축물 인증을 받은 건물이다. 과연 정말 친환경적일까? 현실은 인증제도의 허점과 이윤만을 추구하는 개발업자와 건설사의 이기로 인해 반쪽짜리 친환경 건물에 불과하다.
국토부 건강친화형 주택 건설기준 65조에 의하면 5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을 건설할 때는 붙박이장 및 가전제품을 포함해서 실내에 사용되는 모든 자재는 친환경 제품을 사용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대규모 아파트는 법적으로 친환경적이어야만 한다는 결론이다. 물론 철저한 관리 감독이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서 이다.
그나마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주택들은 친환경 흉내라도 내지만, 소규모 아파트나 빌라는 철저하게 개발업자와 건설사의 양심에 맞겨져야만 한다.
실내에서 발생되는 유해한 물질의 주범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다. 그중 제일 문제가 되는 물질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이다.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자연 어디에서나 발생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하는 물질로 심지어 식물에서도 방출된다. 소량의 경우는 무해하지만 양이 많아지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포름알데히드는 문제가 심각한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이 한 가지 물질만 가지고 등급으로 규제를 하고 있다. 산림청에서 가공목재에 대해 최하 E2, E1, E0, 최상 SE0 등급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중 E1등급 이상의 자재만 법적으로 실내 제품에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의 E1등급을 받은 제품은 실내에 사용이 불가능하다.
일부 가구 제조사들은 모든 제품에 E0 이상의 가공목재만 쓴다고 마치 친환경 가구인 것처럼 홍보를 하고 있다. 일반적인 가구 제조 과정은 본드로 접합된 가공목제 위에 또다시 필름 접합 또는 페인드 도장 등 여러 제조 공정을 거쳐야만 한다. 결국에 가공목재는 최종 마감재인 필름이나 페인트로 가려져 버린다. 그렇다면 최종 마감재 또한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야만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무엇이 두려워서인지 어느 가구업체도 가구에 사용된 모든 재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가구제품이 정말 친환경적이라면 환경부의 환경마크나 한국공기청정협회의 HB마크 같은 인증을 획득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나마 산림청에서 실내에서 사용될 수 가공목재의 포름알데이드 방출량을 규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종 가구 제품의 유해물질 방출량에 대한 최소 기준은 있을까? 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이유로 규제되고 있지 않다.
우리가 비싸게 바닥에 까는 원목마루의 친환경 정도는 어떠할까? 국내에 유통되는 원목마루 중에 순수한 원목 제품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 합판 위에 2~5mm 정도 원목을 입혀서 파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합판이다.
우리 주변에 여러 종류의 원목마루가 유통되고 있다. 이태리나 독일 직수입, 국내 생산, 중국 OEM 생산 등등. 판매 업체 측에 원목마루의 유해물질 방출 시험성적서를 보유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답변을 회피하기 위해 온갖 변명을 둘러댈 것이다.
일부 이태리나 독일에서 직수입한 제품은 본사 홈페이지에서 제품의 친환경성을 확인할 수 있지만, 기타 대다수의 제품들은 수입판매업자를 통하지 않는 이상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정상적인 루트로 수입을 한 제품이라면 국내로 들여올 당시 유해물질 방출량 테스를 를 실시했을 것이 분명하고 이에 대한 시험 성적서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왜 떳떳하게 시험성적서를 소비자에게 공개하지 않을까? 이유는 원목마루에 사용된 합판 때문이다. 실내에 사용되는 바닥재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준 E1등급 이상을 받아야 수입이 가능하다. 판매업체에서 시험성적서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파는 제품이 E1등급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비싼 원목마루가 E1등급을 받은 제품이라면 어느 누구도 사려하지 않을 것이다. 비양심적인 일부 판매업자는 등급이 없는 제품을 유통시켰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건물의 뼈대가 완성되면 흉측한 뼈대를 가리기 위해 수많은 종류의 마감재가 붙여진다. MDF와 합판은 석고보드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우리 주변의 목재상에서 친환경 합판이나 MDF의 구매는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E1등급의 합판을 구매하기도 힘들다. 왜 그럴까?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목재상에서 목재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인테리어 업자나 건축업자들이 대부분이고, 업자들 입장에서 비싼 자재를 살 이유가 없다. 우리 육안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벽지나 페인트 뒷면에는 포름알데히드를 다량으로 방출하는 합판과 MDF가 사용된다는 것이다.
미국 친환경 기준에 따르면, 집을 짓는 데 있어 방수막 이내는 친환경 자재를 쓰게끔 되어 있다. 그렇다면 방수막 자체는 친환경제품을 써야 하는 것인가? 원리원칙을 따지자면 방수막 자체도 물론 친환경 제품 이여만 한다. 누구나 공감하듯 우리나라는 원리원칙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방수 성능만 뛰어나다면 유해물질 방출에 관계없이 방수 제품을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건물이 지어질때 미장마감나 타일마감이 안 들어가는 현장이 없다. 이 과정에 몰탈접착강화제가 사용된다. 이 제품 또한 합성수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VOCs를 방출한다. 그러나 이 제품은 점착제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VOC 방출량의 규제가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VOC 방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탕면에 프라이머 형태로만 사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작업의 편의를 위해 몰탈에 섞어 쓰거나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집이 지어지지 위해서 수많은 종류의 자재들이 사용된다. 현재의 시장여건과 기술로는 100% 친환경자재를 사용하기란 불가능하다. 악의 또는 무지로 인해 우리의 실내환경은 건강하지 않다. 안타까운 이러한 현실은 교육된 소비자만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By Samuel Kim
For Sustainable Real Estate Development and Homest (Home +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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