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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연 Jul 25. 2019

융합의 뒷면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융합이 모두 좋은 결과만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위기를 가져오기도 한다. MP3 플레이어, 전자사전, 카메라, 시계 산업은 스마트폰에 그 기능들이 융합되면서 오히려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렇게 융합의 방향을 미리 인지하고 그것을 선도하지 못하면 오히려 해당 기업들에게는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방마다 울려대던 알람시계도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라져 갔고, 손목시계는 더 이상 시간을 알려주는 장치가 아니라 장신구로 바뀌었다.


융합은 또 하나의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을 만들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은 자기잠식을 뜻하는 경제용어로서,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아이팟의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 것과 같이, 자신이 만든 새로운 제품이 기존의 자기 제품 시장을 잠식한다는 의미이다.

삼성전자가 만든 ‘갤럭시 노트’는 큰 화면에 필기구를 채택하면서 성공한 모델이다. 그런데, 주력 모델인 ‘갤럭시S’ 시리즈의 화면이 커지면서 점차 차별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 또한 카니발라이제이션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각각의 모델에 다른 기능을 새롭게 추가하거나 둘을 하나로 융합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시스코(Cisco)가 2009년 5억9천만 달러나 주고 인수한 ‘플립 비디오카메라’ 사업을 인수한지 불과 2년 만에 포기한 사례도 있다. 2008년까지만 하더라도 캠코더 시장점유율이 17%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초소형 휴대용 비디오 카메라인 플립(Flip)이, 스마트폰의 탄생으로 종말을 맞게 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융합으로 인해 적(敵)이 지금의 경쟁 상대가 아닐 수 있다. 이제 카니발라이제이션은 결코 내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카니발라이제이션’을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기업이 생존을 지속하려면, 카니발라이제이션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기업은 자신이 만든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안주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또 다른 융합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스스로 카니발라이제이션을 지속적으로 발생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원석연

WhyQ Academy 원장. 25년간의 정보통신 관련기업 경영과 10년간의 대학강단에서 만난 경험을 토대로, '디지털 기술 트렌드와 아날로그 인문학의 융합'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글쓰기와 강연으로 그동안 쌓은 경험과 통찰을 공유하면서 세컨드 라이프를 시작합니다. 저서 <이미 일어난 스마트 시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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