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문장(命章)

에움길 - 『도덕경』 53장

by SANi

오늘의 명장(命章)


使我介然有知 行於大道 唯施是畏(사아개연유지 행어대도 유시시외)

大道甚夷 而民好徑(대도심야 이민호경)

朝甚除 田甚蕪 倉甚虛(조심제 전심무 창심허)

服文綵 帶利劍 厭飲食 財貨有餘(복문채 대리검 염음식 재화유여)

是謂盜夸 非道也哉(시위도과 비도야재)


『도덕경』 53장


내가 조금의 앎을 가질 수 있다면 큰 도를 따라 행할 것이나 오직 그 도를 베풂은 두렵다.

큰 도는 매우 평탄하지만, 사람들은 좁고 빠른 길을 좋아한다.

궁궐은 지나치게 깨끗하나 백성의 밭은 매우 황폐하며 창고는 텅 비어있다.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날카로운 검을 차며, 먹고 마심에 질릴 정도로 재화 넘쳐나는구나.

이것을 일러 도둑질을 자랑하는 꼴이라 하니, 이는 도가 아니다.


단상


도는 지름길이 아닌 에움길이다.


지름길에서 얻어지는 것은 목적지의 빠른 도달뿐.

에움길에서 만날 수 있는 길 위의 풍경, 흐름, 과정의 본질은 포착하지 못한다.


지름길은 겨우 목적지만을 얻는 듯하지만,

그 과정에서 건너뛴 순간들은 삶의 빈틈을 남긴다.

그리고 그 빈틈은 결국,

삶의 한 모퉁이에서 후불제로 청구될 것이다.


반면, 에움길은 다르다.

그 길은 목적지와 더불어

길 위에서 마주치는 모든 풍경과 경험을 품는다.


그래서 에움길은 단순히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삶이 허락한 모든 것을 온전히 살아내는 길이다.


도에는 지름길이 없고 에움길만 있다.

작가의 이전글운명의 문장(命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