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문장(命章)

미지 - 『도덕경』 4장

by SANi

오늘의 명장(命章)


道冲而用之 或不盈(도충이용지 혹불영)

淵兮 似萬物之宗(연혜사만물지종)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좌기예 해기분 화기광 동기진)

湛兮 似或存(잠혜 사혹존)

吾不知誰之子 象帝之先(오부지수지자 상제지선)


『도덕경』 4장


도는 비어있으나 그것을 사용해도 줄어들지도 넘치나지도 않는다.

도는 깊고 아득하니 만물의 근원인 듯하다.

도는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고, 얽힌 것을 풀어주며, 이지러진 빛을 조화롭게 하며, 세속의 먼지도 꺼리지 않고 함께한다.

도는 맑고 투명하니 그곳에 있지만 있지 않은 듯하다.

나는 도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으나, 하늘의 신보다도 먼저가 아닐까 한다.


단상


미지.


미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듯 낯선 길을 외면하고, 정해진 경로만을 따라가려 한다.

어찌 알겠는가.

익숙한 길이 옳은 길이라고, 지금까지 그랬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내비게이션이 최신 업데이트가 되었는지, 어쩌면 낭떠러지로 안내하고 있지는 않은지.


미지란 곧 ‘비어 있음’이며, 이 비어 있음이야말로 가능성의 원천이다.

도는 채울 수 없는 무한한 비움이며, 동시에 끝없는 충만함이다.

우리가 익숙한 삶의 문법과는 다른 비움과 충만의 역설이다.

바로 그 미지에서 출현하는 새로움이, 곧 삶이다.


미리 너무 많은 것을 알기 위해 애쓰지 말자.

모든 것을 알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정의하려 들지 말자.

중요한 것은 확정이 아니라 리듬이다.


모든 것을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두지 말라.

삶은 설계하고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흘러가며 변화하는 과정일 뿐이다.


익숙함의 반대편으로 가자.

닫힌 문이 아닌 열린 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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