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회의 문제를 푸는 열쇠를 갖고 있는 곳'이라는 기대
경북 봉화의 한 자연양계 농장에 왔다. 또다시 농장에서 일해야 하나 하는 나의 선택에 대한 두려움과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지역 커뮤니티에서 일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지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으니.
거리도 고속버스를 타고 가면 8시간이나 멀리 있는 곳이라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덜컥 들었다. ‘한번 내려가서 살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이력서와 영혼을 담은(?) 자기소개서를 보낸 뒤 줌 인터뷰와 반 합격 메시지들을 받은 뒤에도 그랬다. 아무래도 먼 거리가 마음에 걸렸다. 1시간 30분이면 안동까지 갈 수 있는 KTX 루트를 알고 나니 ’어 이 정도면 가볼 만하겠는데?‘ 하며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다시 굳어졌다.
로컬에서의 생활 속에서 좌절을 느껴왔기에 서울에서 지내느냐 로컬에서 다시 시작하느냐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30대 초반의 나이로 서울에서 커리어를 지금이라도 시작한다면 늦지 않게 전문성을 갈고닦을 기회에 탑승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기에 내려오는 선택이 쉽지 않았던 시간.
자연농법은 이 지구와 지구 위 모든 생명을 살리는 방법이기에, 이런 곳에서 마케팅할 사람을 찾고 있다는 소식은 내게 솔깃하기도 했다. 진정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곳을 찾고 있었다.
그저 ‘돈만 버는 곳’에서 일한 다는 건 내게는 끔찍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곳이기도 했으니까. ‘이 회사의 근본 철학은 사회 문제를 푸는 데 있던가?’, ‘내가 하는 일이 진짜로 누군가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일일까?’, ‘그의 어려움이 진정으로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들은 일반적인 회사에서 일했을 때 내가 나 스스로와 마음 안에서 온종일 싸우도록 만드는 일이 되기도 했으니까.
실제로 내가 퍼포먼스 마케터로 일할 당시, 개발자 열댓 명을 돌려 가짜 댓글을 양상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아찔한 충격을 받기도 했다. ‘과연 이게 진짜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들을 만나기도 했다.
지구 위의 진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자연농법과 퍼머컬처, 이타심의 결핍을 해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이곳의 사회에서 내게 맞는 길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기도 했다.
와서 보니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작은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 이곳의 학교 선생님들의 눈빛과 말씀하시는 모습들 하나하나가 사려 깊고, 평소에 많은 고민을 해오셨고, 청년들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그리고 질문과 이야기를 던지며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상대의 성장을 일으킬 수 있는 물음표들로 대화를 이어나가시는 모습들 등.
지구 위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과 그로 인해 우리는 어떤 선택과 질문을 이어 나가야 할까에 대한 사색까지. 이곳의 대화와 여러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내 안에 조금 더 커졌던 건 ‘이들이 잘 되어야겠다’, ‘잘되게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