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울음소리'

과일 사러가다 눈도 못 뜬 아기 고양이 둘을 거뒀다.

by 산처럼




아이들은 축축이 젖은 채 개미와 구더기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영상이 있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온 울음소리


2019년 3월 13일. Sawobali에서 채식 뷔페로 배를 잔뜩 채운 뒤,

그 전날처럼

두 손에 Cocomart에서 사 온 과일과 채소를 잔뜩이고,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대로변 길가를 지나다

쥐 울음소리를 들었다.


아니, 쥐 울음소리 비슷한 소리라고 해야 될까


이게 무슨 소리일까 하는 생각에 내려다봤다.

가로수 나무 밑의 흙더미 위에 꿈틀거리는 작은 생물 두 마리가 보였다.


혹시나 쥐는 아닐까 싶은 생각도 잠깐 스치듯.

하지만 아기 쥐가 이런 곳에 혼자서 떨어져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크기로 보아 손가락만 한 크기.


아기 고양이가 아닐까.


희미한 불빛에 비추니

아기 고양이 발가락 끝에는


불그스름한 개미들이 매달려 있었다.



왼쪽 가로수 나무 아래서 아이 둘을 발견했다. 잘란 하노만(Jl. Hanoman), 우붓


‘아니 이 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데... 차도 많고...'


'어떻게 얘네들이 이 시간까지 이렇게 있는 거지?'



'우리 말고는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건가?... '

사람이 지나다니는 인도 바로 옆이었다.


이작은 생명체가 이렇게 눈에 띄게 있는데도

이러고 안타깝게 널브러져 있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얘네들 어떻게 하지?...’


‘어우.. 어떻게 해…’ 작은 것에도 크게 마음을 아파하는 여자 친구.

주저하는 마음이 이해가 됐다.


'괜히 데려갔다가, 죽게 되면 마음만 아플 텐데…’ 함께 있던 여자 친구가 걱정했다.

하지만 ‘생명은 일단 살리고 보는 게 맞지 않나’는 생각도 들었다


'개미와 구더기가 있을 정도면 시간이 꽤 지났다는 건데…'

개미가 물어뜯고, 구더기가 아이 몸 위로 기어 다니는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꽤나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을 확률이 크다.

고로 어미 고양이도 주변에 없을 확률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대로 뒀다가는 괜히 애들을 잡는데 일조했다는 생각을 남길 듯했다.

죽어가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건, 범죄 방조죄 아닐까.


데려가는 게 낫겠다고 굳혔다.


옆 의류점에 가서 종이봉투를 얻어왔다. ‘


고양이가 길가에 버려진 채 널브러져 있어 그러는데

종이 가방 한 장만 받을 수 있냐’라고 물었다.

생각보다 건네주던 스태프분,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감사하다.'


아직 눈도 안 떴다니,

고양이에 대해 잘은 몰랐지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녀석이 아닐까.


종이가방에 담아

숙소로 다급한 걸음을 옮겼다.







숙소 아주머니에게 보여주었더니


1층에 마중 나와있던 숙소 주인에게 보여주었다.

굉장히 놀란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더니

혼비백산한 모습으로 향을 잡고 향대에 꽂아 피우기 시작했다.


마치 액운을 쫒으려고 향대를 피우는 그 모습.


우리는

‘갓난 고양이들을 여행자인 우리가 데리고 있기는 그러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동물병원에 데려다줄 수 있냐'라고 물었다.


우리는 여행자 신분이기에 현지인이 도맡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숙소 아주머니는 ‘그래 그래 다른 데다 데려다 놓을게'라고 대답했다.

아니 '뭐? 다른 데다 데려다 놓을게'라니?


아이들이 담긴 종이 가방을 건네받는 아주머니의 표정은 달가워하는 사람과 거리가 멀었다.

종이봉투를 건네받을 때의 그 손가락,

마치 누군가로부터 쓰레기봉투를 건네받을 때 최대한 덜 묻으려 검지와 엄지만을 들어

간신히 손잡이 끈만 잡으려 했다.


최대한 손에 안 닿게 하려는

그 어떤 더러운 것을 집을 때처럼



이상했다. ‘왠지 저 아주머니가 병원으로 데려갈 것 같진 않은데...’


2층에 있는 우리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려다.

‘그냥 우리 데리고 올라가겠다'라고 말하며 종이가방을 다시 챙겼다.


약간의 얼떨떨함과 함께.










응급조치



서둘러 방으로 들어와 인터넷부터 검색했다.


아이들의 상태가 굉장히 나빴기에 마음이 달음질쳤다.

뭘 어떻게 해줘야 할지 아는 게 먼저였다.



‘갓난아기 고양이 구조'로 쳐보니 생각보다 많은 블로그 글이 보였다.


'고양이 구조는 한국에서 굉장히 흔한 일이구나...'

이때 처음 어렴풋 알게 됐다.


어떠한 먹일 것도 없을 때는

‘숟가락에 쌀뜨물을 떠서 먹이라’

는 글이 보였다.


조금 독특하지만, 외식 지출을 줄이려 밥솥과 잡곡 쌀을 들고 다니던 우리.

쌀뜨물을 만드는 건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에게 먹이기에 숟가락은 아이들 입에 맞지 않았다.

그래도 숟가락으로 애써 쌀뜨물을 조금 입으로 흘려보려 했다.



'젖병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시간은 이미 저녁으로 흘러

젖병을 살만한 모든

펫 상점이 다 닫았던 때.



한눈에 보기에도, 피부와 털은 오랜 시간밖에 있었던 건지 축축하게 젖고 온갖 때로 더러웠다.

갓난아기 고양이는 스스로 몸을 따뜻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몸을 차갑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들이 많았다.


일단 안 쓰던 '두건'으로 몸을 감싸주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물줄기를 틀어 내 손등의 따뜻함과 비슷하게 맞춰 아이들의 때를 조금씩 씻어주었다.

발가락 사이와 귀 끝에 붙은 개미들은 물고 있는 그 주둥이를 쉽게 놓지 않았다.

손으로 일일이 떼어줘야만 했다.










순한 물티슈로 항문을 조심스레 문질러주었다.



부드러운 천이나 휴지, 또는 솜으로 항문을 문지르는 ‘배변 유도'. 이를 해주지 않으면, 아이가 죽을 수 있단다.

원래는 어미 고양이가 혀로 아이의 뒷일을 다 핥아야 한다. 냄새가 퍼지면 흘리면 상위 천적에게 들켜 사냥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어미가 다 입으로 받아내는 거라고 한다.














서랍 한 칸을 꺼내어, 아이들과 만들어놓은 비닐 핫팩을 함께 두었다.

아이들의 몸을 따뜻하게 하려 핫팩을 만들어야 했다. 우리에게는 마땅한 게 없어 머리를 굴렸다. 비닐팩에 뜨거운 물을 담아 그 끝을 묶었다. 잠깐 쓰기에는 괜찮지 않을까.

아기들 발톱에 터져 흥건히 젖어버릴까 비닐 두세 장을 겹쳤다. 그리고 그 바깥을 면 소재 두건으로 감쌌다.


그런데 아이들을 마땅히 둘 곳이 없었다.

혹시나 밟지는 않을까, 자다가 짓누르진 않을까 침대 맡에 두기도 애매했다.


머리를 쓴 게, 서랍 한 칸을 꺼내어 쓰기로 했다.

아이들과 따뜻한 비닐팩을 함께 두었다. 아이들의 우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그 얼굴이 조금은 편안해 보였다.











다음날 아침, 햇살을 받은 두 아이. 밤 사이 털도 마르고, 뽀송해졌다. 이제야 좀 아기 고양이 같았다.



다음날


눈 뜨자마자 아이들 생각부터 났다.


'아이들은 괜찮을까'

다시 서랍을 들여다보았다.


평온한 표정으로 따듯한 핫팩 위에 골골 자고 있는 녀석들.

어제 봤던 몰골과는 뚜렷이 다르게, 그 작은 몸을 덮고 있던 털은 다 말라 뽀송해졌다.


귀여움만 가득한 녀석들.


뿌듯했다.




우리 손길에 두 생명이 살아있다는 게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침부터 일찍 펫 상점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젖병을 사 와 고양이용 분유를 채워 배부터 채워줄 생각이었다.


몸 안에 든든히 끼니를 잘 챙겨 먹어야 면역력이 생길 테니까.


동물병원은 그 후에 택시를 잡아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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