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아가...
다음 날
흰색 이불을 베란다 손잡이에 널으려는 찰나
숙소 주인 아주머니가 얼른 쫓아올라온다.
그러더니
'이 밑에는 우리 딸이 살아'
며 곧장 널어놨던 흰 이불을 재빨리 거둬가버렸다.
회수해갔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바깥에는 말없이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딸의 얼굴.
'뭐지?'
'저게 자기 숙소 게스트를 바라볼 때 나오는 눈빛이 맞는건가'
'우리나라에서도 누군가 죽었을 때 흰색 천을 달지 않았던가...'
'자기들이 버려뒀던 아기 고양이들을 그대로 들고 돌아온 게, 매우 불길하게 느껴졌던 걸까?'
생각 이쯤 닿으니, 어제 왜 아기 고양이들을 보자 액땜하듯 향을 피워 댔던 건지 이해가 됐다.
내가 살고 있던 숙소의 사람들이 이 갓난아기 고양이들을 유기한 걸까?
그리고 우리가 그 아이들을 다시 줏어 온거라고?
놀랍게도 이 집 1층 마당에서 발견한 고양이들의 털 패턴과 거의 유사한 암수 고양이가 보였다.
기가 막히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름이 돋아났다.
아이들을 담은 종이가방을 들고 집 근처 가까운 펫 샵으로 서둘러 향했다.
스태프로 보이는 직원 한 명이 보였고 아이들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작은 건 처음 본다는 표정.
마침 펫 가게 안에 정수기가 있어, 따뜻한 물도 얻었다.
'물론'이라며 선뜻 내어주는 따뜻한 물과 분유를 섞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먹였다.
동물병원에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 타기 전.
왜 일까 다시 아이들을 구조했던 그 자리로 가서 봐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날 밝은 때에, 아이들을 구조한 현장을 목격하고 싶었다랄까?
어젯밤에는 너무 어두워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
놀랍게도 아이들을 찾아냈던 그 자리에 다른 한 마리가 더 있었다.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놀라는 사이,
근처에 앉아있던 인도네시아 남녀 커플 한 쌍이 그 근처에 앉아있었다.
바닥인 것처럼 눌러붙어 앉아있는 작은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는걸까?
‘응? 이게 왜?’라는 뭔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앉아 우리를 한번 봤다가 자기들끼리 쳐다볼 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 이 사람들에게는 아기 동물이 길바닥에 처참히 널브러져 있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쯧'
'어젯밤에는 왜 못 찾은 거지? 몸의 색이 바닥과 비슷해 못 본건가?' 배가 미세하게 불룩했다 줄어들었다 했다.
'숨이 붙어있었네... 다행이다'라고 생각이 들기도 전
먼저 젖부터 물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어야 버틸테니.
입에 젖병을 물리고 몇 방울 넘기고 또 한 번 종이가방을 얻어 그 안에 아이를 담았다.
서둘러 택시를 잡아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우리의 발견이 늦지 않기를 바랐다.
'어젯밤 비가 잔뜩 내렸었는데... 이 비를 온종일 맞으면서 버틴걸까... 어휴...'
우붓 내 Sunset Vet이라는 곳이 우붓에서 가장 크고 이름난 동물병원이더라.
우붓 시내에서 동북쪽에 위치해있고, 덴파사르에 1개의 지사가 더 있을 정도.
Sunset Vet이라는 동물병원에 도착해 진단을 기다리는 사이, 왠지 병원비가 많이 걱정됐다.
우리끼리 한국말을 쓰는 걸 들으셨을까. 한 부부로 보이는 한국분들께서 말을 거셨다.
우리의 말을 듣고서는
Villa Kitty로 가보는 게 더 나을 것 같네요.
는 조언을 해주셨다.
Villa Kitty는 무료로 아이들을 치료해주고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어, 병원비가 걱정되는 우리에게는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고양이만 전문으로 치료하고 구조하는 곳이라 더 나을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아이들을 구조하려는 마음은 꽤 컸다. 하지만 그와 달리 주머니는 꽤 작고 얇은 여행자였던 우리에게 그분들이 나눠주신 정보가 참 감사했다.
연거푸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이며 나왔다.
아이들을 데리고 Villa Kitty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