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그나이트 Feb 07. 2017

친한 것과 같이 일하는 것은 별개다

프로젝트에 친구를 합류 시키는 것은, 보증서는 것 만큼 어렵다

"배신당했어요. 그 녀석 결국 데뷔 앨범에 날 배제하더라고요. 그렇게 같이 동고동락하면서, 먼저 데뷔하는 사람이 이끌어 주자고 해놓고, 어떻게 이럴 수 있지요? 정말 속상해요."


글이기에 점잖게 옮겨 적었지만, 이렇게 말한 후배 녀석은 술기운에, 욕을 섞어가며 매우 흥분한 상태로 하소연을 했다.

그리고 나 역시 "너는 지금 쪽팔린 줄 모르고 이런 말을 하는구나. 친구가 차마 너를 부르지 못한 너의 비루한 실력을 탓해야지 지금 누구 탓을 해. 정신 차려 XXXXXX"라고 젊잖게 꾸짖어 주었다.



비즈니스에는 친구가 없다


예전에는 인맥 없으면 안 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욕을 하기도 했지만, 살아보니 인맥이란 게 어쩔 수 없이 고려하게 되는 부분인 것 같다.


인맥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하거나 장사하는 사람들이 직원을 뽑을 때마다 잡코리아 등을 통해서 전국적으로 공채를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음악계도 마찬가지로, 프로젝트의 규모와 일정 등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알름알름으로 사람을 소개받아가며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영역은 분명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맥이 없어서 활동을 못하거나, 인맥만으로 성공한다거나 하는 것은 음악을 비롯한 연예계에서는 불가능하기에 어떤 점에서는 다른 분야보다 더 공정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사실 연예계는 굉장히 냉정하다. 좋은 부모, 많은 돈 등으로 데뷔, 활동을 할 수도 있고, 주목을 받을 수도 있고, 여러 프로젝트에 꽂힐 수도 있다. 그 결과 멋진 직함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본인의 실력과 매력이다. 왜냐면 이 바닥은 집단으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시작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실력이 도움이 안 된다면 결국 그 사람을 두 번, 세 번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좁은 음악계이기에 소문도 금방 나기에 더더욱 외면받기 쉽다. 대중들은 또 어떤가. 비전문가들이지만 직감적으로, 만들어진 사람인지, 진짜 내실이 있는 사람인지 금방 파악한다. 그렇기에 내실이 없는 인맥만으로 시작한 사람은 결국 신기루처럼 잊히기 십상이다.


오랜 시간 대중음악을 해온 나의 결론은, 연예계를 비롯한 대부분의 한국 사회에서는 실력은 기본이고, 인맥은 필수 옵션인 것 같다. 마치 부가세 10% 같은 느낌이랄까?

옵션은 옵션인데, 실제로는 기본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말이다.


결국 인맥도, 실력도 둘 다 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맥으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착각 말라, 실력으로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인맥으로 기회를 잡았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실은 실력으로 기회를 잡았다고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매일 보는 그 사람이 진짜 실력이 좋으니까, 좋은 기회가 있을 때 소개하여주었을 것이고, 실력이 좋으니까 기회를 잘 살려서 성공까지 이룬 것일 테니까 말이다.


사실 친구나 지인을 비즈니스에 합류시킨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결정이다. 왜냐하면, 소개한 사람의 실력이 별로이고, 인성이 별로라면, 나까지 욕을 먹고, 나까지 그 프로젝트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 또 귀찮다. 중간에 말을 전달해야 할 수도 있고, 분위기도 잘 잡아야 하고 등등 신경 쓸 일이 엄청 많다. 웬만하여서는 그 시간에 내 자리만 잘 지키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소개를 시킨다는 것은 사실 그만큼 확실한 실력이 있다는 것이고, 대체 불가능 만한 실력자라는 뜻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맥보다 실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 또 강조한다. 실력이 있어야 인맥도 생기는 것이니까. (물론 금수저는 논외이다. ㅠㅠ)


특히, 연예계는 알름알름으로 멤버를 꾸리는 경향이 강해서 인맥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그럴수록 비굴하게 굴지 말고, 실력으로 인맥을 쌓아야 그나마의 가능성이 생길 것이다.



쎄시봉이 뜰 수 있던 이유는 실력으로 인맥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쎄시봉이 이슈였던 적이 있다. 쎄시봉이라는 카페에서 만나게 된 예술가들이 모두 성공해서 대가가 되어, 한 시대를 풍미하고 문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기에 다들 주목했었다.


그런데 그들이 서로 만나면 즐거워서 친구가 되었고, 친구가 된 김에 서로 도와주면서 성공한 것일까?


아닐 것이다. 그들은 모두 실력이 있었기에 서로를 알아보았고, 그 실력을 바탕으로 인연이 되었을 것이다. 서로 이끌어 줄 필요도 없이 서로 같이 대가로 성장한 것 뿐이다.


그것이 인맥이다.


내가 실력이 있으면, 주변에 실력이 있고 잘 나가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고, 어느 순간 또 실력자를 만나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기회도 오게 되는 것이다.


물론, 누누이 말하지만, 실력과 활동과 대중적 인기는 별개지만 ㅠㅠ


그러니 친구가, 지인이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어떤 프로젝트에 날 불러주지 않는다면, 섭섭해하지 말고, 내 실력을 부끄러워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더욱 틀어박혀서 엉덩이로 실력을 쌓기를 바란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아직 이러고 있는 이유는, 역시 실력 때문이겠지...  오늘 생각난 김에 좀 더 작업을 해야겠다. 뭐 답이 따로 있나. 그저 계속 앉아서 열심히 해보는 것이 답이겠지.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매거진의 이전글 로또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