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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나이트 Feb 23. 2017

레코딩의 미학

라이브냐 레코딩은 부먹이나 찍먹이냐 만큼 각자의 매력이 있다

2017년 1월 1일 팝계의 첫 뉴스는 아마 ‘머라이어 캐리 립싱크 망신’이었을 것이다. 2016년의 마지막 날,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열린 전 세계적인 무대에서 머라이어 캐리는 라이브가 아닌 립싱크를 준비했었는데, 방송 사고로 립싱크인 것이 들통난 것은 물론이고, 무책임하고 미숙한 대처로 더욱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 뉴스를 본 사람들은 머라이어 캐리가 프로답지 못하다. 이제 실력도 없고, 뚱뚱하고 늙었으니 한 물 갔다며 뒷담화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 와중에 나는 ‘그래도 레전설인 그녀의 목소리와 노래는 그녀의 앨범에 그대로 담겨 앞으로도 평생 들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나는 지금 그녀의 노래 실력이 엉망이던지 말던지 아니 심지어, 앞으로 그녀가 노래를 안 해도 상관없다. 나는 그녀의 노래를 레코드로, 테이프로, CD로, mp3를 활용해서 내가 죽을 때까지 감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 유튜브 최고!!!


https://www.youtube.com/watch?v=CqBtS6BIP1E

[Music Video] Mariah Carey - Dreamlover



잘 만든 레코딩 음반은 잘 만든 고려청자와 같다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스튜디오 레코딩 음악이다. 나는 완벽한 세팅 상태에서 최상의 녹음을 하고, 수만 번의 후반 작업을 거쳐 완벽한 음원을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내 음악이 대중의 일상 속에 친숙하게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지나가던 발걸음을 멈출 만큼 매혹적이기를, 문득 떠오르는 순간 틀어놓고 눈을 지그시 감고 감상할 가치가 있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으로 녹음을 하고, 튠, 믹싱, 마스터링 등의 후반 과정을 거치며, 수십 개, 수백 개의 음원 파일을 만들고, 수정하고,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아 삭제를 고민할 때면, 이런 내 모습이 완벽하지 않기에 방금 만든 도자기를 깨는 도공의 마음과 같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치켜세우며 눈물을 머금고 파일을 삭제하곤 한다. (일단 눈물을 머금는 자체에서 장인 급의 도공은 안 되겠지만 ㅠㅠ)



라이브와 립싱크는 부먹이냐, 찍먹이냐의 차이일 것이다


그런데 나의 이런 음악적 성향은 라이브를 추구하는 팬들에 비하면 숫적으로 열세인 것 같다. 특히 미디어를 보면 음악 팬이라면 자고로 공연에 가서 라이브로 듣는 것을 추구해야만 할 것처럼 그려지곤 하니까 말이다.


물론 라이브는 그 매력이 너무나 강렬하다. 지금 이 순간만 들을 수 있는 애드립과 숨소리와 함성소리 등등 한 마디로 엄청난 잔치이고 파티라고 생각하기에 그 흥겨움과 감동은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컨트롤되지 않는 것이 불안하고, 불편하다. 또한 라이브는 공연이고 집단적 잔치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음악이 들리지 않기에 음악 감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 공연에서는 분위기와 음향적 한계 때문에 삑사리가 나는지 가사가 틀렸는지 어쩌는지 잘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연에 간지 몇년 이 지났기 때문에 요새 음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나는 레코딩 감상이 훨씬 좋다.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칭송될 멜로디와 편곡을 질 좋은 사운드로 잘 담아낸 음악을 가사와 가사 사이의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고 들을 때면, 정말 잘 만들어진 도자기를 감상하는 것처럼, 반들반들 잘 다림질되어 옷걸이에 걸린 디자이너의 옷을 보는 것처럼 안정감, 만족감, 뿌듯함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다.


그런 점에서 라이브 음악 감상과 레코딩 음악 감상은 다른 차원의 매력이 있기에 다른 장르이며, 정말 취향의 차이이지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다 더 좋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마치 탕수육의 부먹이냐 찍먹이냐를 묻는 취향 차이라고 생각이 든다. 참고로 나는 탕수육은 찍먹이 진리라고 생각한다.



이제 비틀즈는 클래식이 되었다


쫌 아쉬운 것은 대중음악의 레코딩 감상은 아직 한국에서는 대중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클래식 장르는 오디오 매니아들로 구성된 감상파가 존재하고, 고급적 취미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애초에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하면서부터 오디오, 레코딩은 고급문화이긴 했다. 내 생각엔 2000년대 mp3가 대중화되면서부터 비로소 진짜 레코딩 문화가 저렴하고 대중적 취미가 된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반면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대중음악은 콘서트 혹은 뮤직비디오 등 ‘보면서’ 감상하던지, 아니면 파티나 커피숍의 배경음악으로 소비되는 것일 뿐, 그 자체를 감상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감상을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대부분 핸드폰을 이용해서 이어폰 끼고 걸으면서 감상하는 것이지,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듯 진지하게 대하는 경우는 아직도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미 팝도 클래식이 된 시대이다. 비틀즈가 메탈리카가 서태지가 클래식이라는 것에 반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솔직히 문화의 홍수 속에서 30년이 넘게 인정받았으면 인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니 이제 팝, 대중음악도 진지하게 감상하는 문화가 더 보편화되고, 더불어 최상의 녹음 자체로 가치를 인정해주면 좋겠다. 잘 편집되고, 매끄럽게 후반 작업된 영화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내 취향이 더 보편화되어야, 내가 추구하는 음악을 더 편하고 즐겁게 공유하면서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조금씩 변한다면, 언젠가는 내 음악 혹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놓고 음감회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공간에, 최적화된 음향 장비를 세팅해놓고, 와주신 분들과 공감하며 음악을 듣고 커피 한잔 나눌 그 날을 나는 여전히 앞으로도 꿈꿀 것이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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