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 없이 꾸준히 하는 모든 것의 가치
얼마 전, 인터넷 기사를 통해 소프라노 조수미 님이 지금도 싸이월드를 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싸이월드라면, 10년 전, 이그나이트 1집 수록곡 ‘사랑은 왜 언제나'가 아주 잠깐, 스치듯이 싸이월드 차트 급상승 1위를 했던 기억을 마지막으로, 소식조차 듣지 못했던 정말 8090 추억의 사이트이고, 없어진 줄로만 알았는데.
아직도 싸이월드가 있고,
지금도 싸이월드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진짜인가 싶어서 검색해봤더니,
조수미 님이 2019년 2월 5일, 오늘도 미니홈피에 포스팅을 하신 것이 아닌가! 그것도 오랜만에 올리신 게 아니라 2월 3일, 2월 4일 등 거의 매일 포스팅이 되어 있었다.
2005년부터 싸이월드를 시작하신 듯하고, 기사를 보니 2012년에는 싸이월드를 통해 신곡까지 발매하셨다고 하니, 10년이 훨씬 넘게, 15년 동안 정성 들여 매일 미니홈피를 관리하고 계신 듯하다.
다시 정리해보면, 매일 일기를 10년 이상 써왔다는 것이며,
동시에 사건사고가 한 번도 없었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예능인으로, 공인으로 수십 년을 SNS를 하면서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
또
정말 꾸준하게 성실히 ‘누가 보건 안 보건’ 시작한 것을 끝까지 해내고 계신다는 점
이 정말로 존경스러웠다.
사실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 SNS 계정을 운영하는 것조차 계정만 관리하는 직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10년을 “매일”, “구설수 없이” 포스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현실인데,
조수미 님은 그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고, 그 바쁜 와중에 직접 운영해오신 것이니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만약 싸이월드가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나 인스타그램같이 요즘 핫한 SNS라면 이렇게 감격스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말 그대로 한물간 싸이월드이기에 미니홈피를 운영하는 조수미 님의 마음이
“남들이 보건 말건,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좋으니까. 즐거워서, 나와의 그리고 팬들에 대한 책임감 등등” 일 것이라고 짐작되기에 포스팅 하나하나가 더욱 편하고 즐겁게 다가와서 미니홈피를 더 천천히 둘러보게 되었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그날그날의 사진과 간단한 한 줄 근황을 쭉 읽어가며
진실된 마음과 꾸준한 행동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보건 안 보건, 세계 평화 같은 거창한 목표나 캐치프래이즈 같은 것이 없더라도, 그냥 계산 없는 진실된 마음으로 꾸준히 하는 것, 그 자체로 꽤 근사하지 않은가 싶은 것이다.
왜냐하면, 보상조차 기대할 수 없는, 하찮아 보이는 일을
사심 없이 꾸준히 혼자 하는 것은 진짜 힘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종의 취미인 싸이월드도 대부분이 사심을 가지고 다른 계정으로 옮겨가거나 그만두지 않았는가.
페이스북도,
브런치도,
게임조차 사심이 들어가면 오래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사심 없는 진실된 마음과 꾸준한 실행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아무나 쉽게 이룰 수 없는 것이니까.
희소성의 아름다움이랄까.
새해부터 싸이월드를 보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꾸준하게 행동하는 그 자체의 가치를’ 깨달으며
올해도 나는 로또를 계속 사기로 했다.
나는 지난 15년간 꾸준히 매주 1만 원씩 로또를 꼬박꼬박 사 왔다.
내 주변 사람들은 그 돈을 절약하면 백 원이라도 이자가 붙었을 것이고, 이미 차를 하나 뽑았을 것이라며 나를 한심하게 취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주변에 연연하지 않고,
올해도 당첨이 안되더라도
앞으로도 평생 매주 로또를 살 것이다.
꾸준히 오래 해온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겠느냐 싶으니까
(그리고 기대하지는 않지만, 당첨되면 더 좋고. 헤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