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이그나이트? 몰라도 괜찮아요 ^^

by 이그나이트


음악을 직업으로 삼기로 결정하며, 나는 목표를 정했습니다.

바로 “평생 지속 가능한 음악 생활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데뷔를 하게 되고, 유명 가수들의 앨범에 참여할 때만 해도 나는 열심히만 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목표가 어쩌면 스타 작곡가가 되는 것보다 어려운 목표임을 깨달았습니다.


왜냐하면 작곡가로서 음악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곡을 팔아야 하는데, ‘곡을 판다’는 것이 때론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좋은 곡을 만들고, 좋은 가수가 부르고, 유능한 매니저와 기획사가 홍보를 해주는 완벽한 시스템 속에서도 쉽게 만족 할 수 없을 때가 있었습니다. 바로 내가 곡을 만들 때 그렸던 그림과 너무나도 다르게 세상에 나올 때였지요.

물론 내 새끼 같은 곡들이 세상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지만 그 곡을 만들 때의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제작사의 컨셉에 맞춰 수정되어, 발표되어질 때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 속에서라면, 내 의도와는 다르더라도 곡을 ‘판매’해야, 지속 가능한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을 했습니다.


“내 음악을 하자.”


저에게 ‘내 음악을 한다’는 것은 작곡, 편곡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멜로디를 창작하는 곡의 시작부터 발매하는 마지막까지 내 손을 모두 거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치 명품 가방이 처음부터 끝까지 장인의 손을 거쳐 만들어 지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당연히 쉽지 않은 길이지요.


하지만 평생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을 오래오래 하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내 음악을 하겠다고 선포하고 나니 처음에는 두려웠습니다. 많은 이들의 비웃음과 걱정 속에서 저 역시 속으로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안절부절 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말입니다.

꾸준히 ‘내 음악’을 하니까. ‘평생 지속 가능한 음악 생활’을 할 수 있는 튼튼한 바탕이 마련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음악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실력이 쌓아지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곡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실력이 쌓이는 것이지요.

그리고 절대적인 액수는 아직 초라합니다만, 내 음악만으로도 저작권료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금전 이상의 힘을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감사하게도 ‘이그나이트의 팬’이 생겼습니다. 홍보도 별로 못하는데, 라디오에서, 텔레비전에서 내 노래가 나오기도 하고, 주인인 저도 잘 안 들어가는 홈페이지에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몇몇 팬분들이 진심이 담긴 글을 남겨주시기도 했습니다.


“어! 그 노래가 이그나이트였어요? 당신이 그 노래를 만들었다구요? 대박!”

이런 말이 얼마나 기쁜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모르지요. 암요.


이제는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이 “요새 어느 가수 곡 작업해요?” 라고 안부를 묻는다면 저는 당당하게 말합니다.

“저는 제 음악을 합니다. ‘이그나이트’ 란 이름으로 앨범을 내고 있지요.”

처음에는 대부분이 비웃는 건지, 걱정하는 건지, 의심하는 건지 모를 표정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그나이트의 음악을 발표하기 시작한지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가능성을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이그나이트' 모르시죠? 괜찮습니다.

그래도 한번쯤은 이그나이트의 노래를 들어보셨을지도 모르니까요.




작성 : 성효영

프로필 그림 : 조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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