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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Nov 06. 2022

오늘의 반성



고개를 떨어드린 꽃들이 침묵한다

간밤에 거센 비바람이 왔다 갔음을

땅의 진언을 소리 없이 듣던 귀 하나 팔랑 인다


태풍이라고요

아니, 폭풍이라고요

습습한 장맛비에 견딜만한 바람이었다고요?


둥둥 떠다니는 도심의 복판에서

발은 자꾸 허우적거리고 몸의 곳곳을 관통한

신의 눈물을 견디는 중,

마스크로 가린 입의 속내가 삐져나오기도 전

지구가 몸을 틀었다

하릴 인간이 버린 양심의 절반이 통곡하는 중

화상火傷에 생을 빼앗긴 길냥이

짙은 슬픔이 떠 다니는 중

난 먹을 것을 향해 오랫동안 탐닉한

시간의 연대기에 매달려 있는 중


어디서부터 되돌이할까요?


202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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