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으로 남고 싶은 날

by 김비주



검은 빛으로 물들기 직전


회색빛 그라데이션


우울한 하늘은 빛을 버리고


배경으로 내려온다


배경으로 남고 싶은 하루, 바람이 인색하다


산은 안개 속에 싸이고 오늘 하루


배경처럼 낮아지고 싶은 날


모든 사물은 정지


오직 뻐꾸기 소리만



난, 길 위에서 번져가는 하늘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 산과 저 산의 끝까지 마음을


거두어 본다


작은 잎 하나 정적을 깨뜨리고


잠시 흔들리다 다시 정지


오늘 난, 배경으로 남고 싶다


시집《 오후 석 점, 바람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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