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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May 08. 2024

어머니의 노래

오늘 홀로 있는 모든 어머니를 위해 이 글을 올립니다.



      

부엌에서 혼자 먹기 위해

식은 밥 한 덩이 찾아서

김치 한 조각 꺼내 때늦은

점심, 오늘 한 끼 먹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공간의 한 귀퉁이에

널브러진 생이 문득 오늘도

씩씩거리며 밭은 숨을 흘리고 있지 않은지

유달리 혼자인 곳에

특별히 혼자인 날이 싫어서

가족을 만들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농경사회가 아닌 곳에서

가족은 유목민의 한 모습이거나

해체된 세계의 모습이었습니다


난 늦은 밥을 먹으며 한 번도 새기지 못한

어머니의 일상을 새기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번거로움을 위한 식사 준비의

배려가 아니라 내 일상을 살기 위해

어머니의 홀로 된 밥상을 한 번도 생각지 않았다는 걸,

종종거리며 따뜻한 밥상으로

산모인 내 밥상을 날랐던 어머니의

여린 어깨를 이제 사무치게 그리워한다 해도

떠나버린 또 하나의 그리움이라는 걸


난 날마다 세계를 노래하지만 내 어머니의

고단한 생을 단 한 번도 새기지 못한 또 다른

나의 자식이라는 걸,

연휴가 유달리 길어서

많은 축복이 쏟아져 내리는 날  

세상의 한끝에서

쓸쓸한 또 하나의 생이 저물어 간다는 걸,

뿌리치고 돌아 온 모든 외로움이 긴 그림자를

남기고 환한 길 위에 쏟아질  모든 축복을

또다시 어머니가 될 내 딸에게 보냅니다


2015.12.26


2018년 시집 《오후, 석 점 바람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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