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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Jul 19. 2024

시가 순해져요.

거실에 앉아 들어오는 바람을 흠뻑 맞는다.

빨래를 하러 가야 하는데, 세탁망에 구분하여 오늘 돌려야

수건들이 내일을 준비할 것임을 알면서도 그저 있다.

딱히 일어서고 싶지 않다.

주어진 시간에 일을 하면 그만인 요즈음이 참 좋다.

내가 쫓지 않으면 모든 것은 여유롭고 한가하다.

어제는 한꺼번에 쏟아지던 매미소리가 더위를 말하던데

오늘은 조금 나눠서 우는 것 같다.


시간은 살 같다는 어른들 말씀이 조금씩 몸에 스미는 날

시를 생각한다.

시를 생각하니 인생이 따라온다.

죽을 것 같던 젊은 날의 고뇌도 무디어진다.

그저 흐르는 것이었다.

어느 땐 폭포수처럼, 어느 땐 거친 물살처럼,

그리고 졸졸졸 흐르는 시내처럼, 고요한 호수처럼


여고 졸업 후 고향을 떠나서 초, 중, 고 동창이 전혀 없다.

대학 동기들만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가끔은, 아니 자주 그들이 그리웠다.

고향의 숨까지도 그리워지는 날이 있었다.

지나간 것은 늘 그리워지느니.

연고가 없는 고향은 꿈처럼 아쉽다.


비가 온 나라에 퍼붓는다.

큰 근심들이 늘어나는 시간들이다.

늘 이때쯤 비와 태풍으로, 올해는 더 심한 것 같다.

빨래를 돌리고 몸이라도 정비해야겠다.

쉬는 목요일은 집에서 요가를 유튜브 동영상으로.


2024.7.18 아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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