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시들하다

by 김비주

참 많이 갈등이 된다.

무엇을 써야 하는지

내가 살아온 전부가 글일 텐데.

어떤 관점으로 써야 할지

참, 기본적인 것이 늘 어렵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기본은 아무리 익혀도 과하지 않다고

했던 말이 또렷해지는 시간이다.

생각은 많고 이야기는 넘치고, 글을 총총히 쓸 수도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느슨해졌다.

왜일까? 살아온 날의 치열함이 나를 잠시 멈추게 했다.

내용이 별로 없는 일상, 아침이면 눈을 뜨고 고양이 물과 밥을 주고

화장실을 치워주고 식물들을 살핀다.

오전 운동을 하고, 집에 오면 미뤄둔 일들을 살펴 집안일을 한다.


자주 감동하던 일들이 시들해졌다.

왜냐고요.

늘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이쁘던 꽃과 작은 새들도.

아마 올여름 더위 때문일 거야라고 생각한다.

컴퓨터로 옮겨 가야지

잠시 놓았던 kmooc로 피난 가야지

혼자란 모든 걸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행한다.


2024.8.27


그러고 나서도 kmooc도 잠시 나를 위로하다 멈춘다.

니체를 들으며 한동안 충만해 있다 멈춘다

오는 모든 것들에게

축복을.

오랫동안 늪에 빠져 있다.

오늘은 비가 내리고 예약에 실패한 필라테스는 오늘을 쉬겠지.

우울의 색을 오랫동안 드문 드문 건넸는데

올 가을은 깊다.

2024.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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