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만지며

by 김비주


빛, 한소끔

바람, 한 뼘

물, 한줄기

부족하여 더딘 생을 살다

흙으로 돌아가는 오후


죽음에서는

흙냄새 물 냄새가

마른 몸 사이로


뱉어내는 생의 냄새가 사위어 갈 때

물렁하게 스며들던 상처가

표본 같다

오래지 않아 잎들을 떨구고

뿌리마저 비틀어 올릴 때


화분들을

손으로 만진다

죽음은 비움을 닮는다

빗살처럼 둥글게 말리는 햇살이

환한 오후


20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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