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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용 Sancho Mar 20. 2020

나는 오늘도 옆방으로 출근한다.

코로나바이러스 상황 아래에 있는 네덜란드에서 재택 근무 하기

오늘 아침에도 안방에서 일어나 옆방으로 출근했다. 물론 출근 전에 세수도 하고 아침도 먹고 커피 한 잔 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금은 CoVID-19(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인해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재택 근무를 하고 있지만 나는 재택근무가 처음은 아니다. 네덜란드 오기 전 쿠팡에서 일하면서 가끔씩 재택근무를 했었고 Booking.com에서도 한달에 두 세 차례 정도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혼자 집중하면서 일하곤 했다.


그래서 이번 사태 때도 재택근무가 익숙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일주일에 하루가 아닌 매일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거기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아이도 학교를 못가게 되어 아이도 함께 집에 있는 상황이었다. (네덜란드는 지난 주부터 모든 학교를 닫았다) “아빠가 방문을 닫아 놓으면 일하고 있는 거니까 들어오면 안돼”라는 말은 소용이 없었고, ‘퇴근’이라는 물리적인 행위가 없다보니 5시 반(퇴근시간)이 지났음에도 계속 일을 붙잡게 있게 되고, 사무실에서 일할 때보다 오히려 더 쉬지 못하고 일하는 나를 발견하였다.


이에 일주일 간 일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효율적으로 재택근무하는 법’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다른 블로그나 기사를 참고해서 내가 실험해보고 있는 것도 있고 일하면서 느낀 것들도 있다.


1. 일하는 공간을 정하자. 그리고 사무실같이 꾸며놓자.
출근해서 일할 장소가 뚜렷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은 그곳에서만 해야 한다. 먹고 쉬는 것은 다른 곳에서 해야 업무와 쉼의 구분이, 출근과 퇴근의 구분이 뚜렷해진다.


2. 업무 시간을 정해 놓아야 한다.
사실 내가 잘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오전 9시에 일을 시작해서 12시에 점심을 먹고 1시에 업무를 다시 시작하고 5시에 끝낸다와 같은 룰을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쉼없이 일하게 된다.


3. 옷은 갈아입고 출근하자.
침대에서 입던 옷 그대로 입고 일하진 말자. 업무에 집중하기도 힘들 뿐더러 어차피 화상 회의를 할 때 잠옷 입고 미팅할 것은 아니잖는가?


4. 중간 중간 휴식은 꼭 취하자. 업무 공간 밖에서.
내가 워커홀릭 타입인 건지, 이상하게 집에서 조용히 일하면 쉬지 않고 계속 일하게 된다. 회사에 있을 땐 종종 동료랑 잡담도 하고 화장실 다녀오면서 바람도 쐬곤 했었는데, 재택근무 중에는 계속 업무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지 쉬질 않게 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리고 건강을 생각했을 때, 틈날 때마다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5. 건강을 위한 매일의 ‘루틴’을 만들어라.
재택근무 중에는 모든 생활이 ‘집’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모든 식당과 카페, 바(bar), 체육관(gym) 등이 닫은 상황이다보니 갈 곳도 없다. 날씨도 좋지 않으면 더 고역이다. 집에 붙어 있어야 하는데 지겹고 지친다. 그래서 난 이번 주부터 저녁에 조깅을 하고 있다.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조용한 밤에 뛰다 보면(코로나 덕분에 거리에 사람도 없다) 스트레스도 풀리고 건강에도 좋다.


6. 아이와 룰을 정하자
처음에 얘기했지만 나는 아이에게 “아빠가 방문을 닫아 놓으면 일하고 있는 거니까 들어오면 안돼”와 같이 말하며 룰을 지키도록 했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온전히 콘트롤 할 수 없는 것이기에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계속 반복을 해서 얘기했고 지금은 일주일 전보다 많이 좋아진 상황이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5시 퇴근 후에는 아이와 꼭 놀아주기’와 같은 룰도 정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보자. 내가 잘 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이것도 ‘루틴’에 추가해서 반복한다면 아이도 놀 수 있는 시간과 없는 시간을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7. 미팅(화상회의)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자.
재택근무를 한다고 미팅이 없는 게 아니다. 나 혼자 재택근무를 했을 때에는 미팅을 피하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려고 했었지만,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화상으로 미팅을 진행해야 한다. 허나 화상회의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라면 회의를 효율적으로 이끌기 힘들다. 기술적인 이유로 인해 회의가 자주 끊기기도 하고,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발언을 하다보면 이해도 안되고 정리도 안되기 일쑤다. 이를 몇 번 경험하고 난 후 내가 사용해 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인사는 짧게,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기

발언을 할 사람은 손을 들게 하기 (발언할 사람은 음소거를 끄고 손을 들고 있게 한다. 보통 조그만 화면으로 참석자들이 손을 들고 있는게 보이게 된다). 필요한 경우 미팅을 운영하는 이가 발언할 사람을 지목하여 발언하게 한다.

안건마다 시간을 정하여 놓고(time boxing) 최대한 시간 안에 결론을 낸다. 꼭 화상회의만의 팁은 아니지만 미팅이 비효율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간 내에 결론을 이끌어 내야 한다.


8. 시간을 정해서 메신저와 메일을 확인하자.
팀원들과 떨어져 원격으로 일하다 보니 사무실에 있을 때보다 메신저 알림을 더 자주 확인하게 된다. 나 때문에 의사 결정이 늦어지진 않을 지, 놓치는 게 없을 지 등의 생각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직무와 직급에 따라 그 사람의 부재가 팀의 의사 결정을 막을 순 있겠지만 그런 상황이 항상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2시간 자리에 없다고 큰 일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시간을 정해놓고 메신저 알림과 메일을 확인한다면 계속되는 컨텍스트 스위칭(context switching)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9. 미팅 내용을 실시간으로 문서화하자.
모두 회의실에 있을 때는 화이트 보드를 사용하여 브레인스토밍도 하고 결정사항 등을 적곤 했었다. 하지만 원격 화이트보드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는한 화상회의에서 같은 경험을 하기엔 쉽지 않다.
보통 화상회의 솔루션에는 ‘화면 공유’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을 사용하여 미리 준비한 문서나 빈 문서를 띄운 후 결정사항을 적어나가면서 회의를 진행해보자. 모든 참석자들의 이해와 동의도 실시간으로 구하고 나중에 회의록 작성할 시간도 아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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