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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일 Apr 09. 2021

서두르지 마세요… 마지막 이별은 ‘신중하게’

(한겨레 신문사 인터뷰 전문)

한겨레 뉴스
강성일 반려동물장례지도사 인터뷰


2021.04.09
한겨레 뉴스 인터뷰 전문

서두르지 마세요… 마지막 이별은 ‘신중하게’
강성일 반려동물 장례 수석 지도사 인터뷰





숨 거둔 뒤 72시간까지 사체 변형 드물어
기초 수습 뒤 천천히 장례식장 알아봐야
무허가 업체 주의해야… 주소 등 꼼꼼히

반려동물 장례는 동물들과 함께한 짧지 않은 시간과 그들 없이 살아가야 하는 앞으로의 시간 사이 중요한 매듭이 된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는 그 일을 돕는다.

반려동물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다짐이 당연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지막 작별의 시간에 관한 생각은 어쩐지 불길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그들이 노년에 접어드는 시기가 되면 갑작스럽게 준비 없이 떠나면 어쩌나 구체적인 걱정이 찾아온다. ‘마지막 소풍 길의 안내자’ 반려동물장례지도사는 어떤 마음으로 수많은 동물과 그들의 보호자를 대하는지 궁금해졌다. 지난 4월 1일. 경기도 광주시 반려동물장례식장 펫포레스트에서 강성일 수석 지도사(41)를 만났다.

‘그날’이 닥쳐야 방문할 줄 알았던 반려동물장례식장을 조심스럽게 둘러본다. 3층 납골당의 유골함들 곁에는 생전에 먹던 사료나 간식 외에 작은 물병들이 함께 놓여있었다. 반려인들은 함께하는 동물이 물을 충분히 마시는지 늘 신경을 쓴다. 떠난 후에도 다르지 않구나 싶어 잠깐 눈물이 핑 돌았다. 강성일 수석 지도사는 인근 한 회사에서 키우던 진돗개 장례를 마친 참이었다.

“직원 11명이 다 오셔서 추모하고 돌아가셨다. 예전에는 주로 보호자 한 분이 아이(반려동물)를 데려오셨다면 최근에는 가족 구성원 전체가 장례에 참여하는 예가 늘었다”는 것이 강 지도사의 말이다.

급하게 치르는 장례라면 가족이나 지인들이 일정을 맞춰 참석하기 어려울 테다. 떠나보내기까지 여유를 둘 수 있게 된 것도 강 지도사와 관련이 있다.

—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가능한 한 빨리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동물 커뮤니티 등에서 ‘지금 당장 가능하니 데리고 오라’는 장례식장은 피하고 천천히 준비해도 괜찮다는 후기가 공유되고 있다.

“제가 그 정보를 처음 알렸다. 보호자는 아이가 부패할까 걱정이 큰데, 그간 많은 반려동물을 접해보니 사고나 수술 등으로 외상이 없다면 사후 72시간 정도는 사체의 변형이나 훼손을 발견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편안히 눕혀두고 보호자가 사후 기초 수습을 해주고 아이의 평생이었던 집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오셔도 괜찮다고 알려드린다. 보호자들은 아이가 살아있는 동안 정말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이다. 어쩔 수 없이 아이가 숨을 거두고 유골을 인도받기까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정보가 부족해서 마지막 가는 길에 한 번 쓰다듬어보지도 못한 분들이 무척 많다. 그렇게 황급하게 보내면 후회와 미안함이 반복되고 제대로 슬퍼하고 애도하는 마음을 겪을 틈이 없다. 이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고 잘 배웅하는 법을 알리는 책도 쓰게 되었다.”

—강 지도사의 책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에 ‘보호자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장례식장 예약보다 상담’이라는 내용이 있다. 언제 이용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것 외에 상담이 가능함을 알고 놀랐다.

“반려인들이 같이 뛰놀 수 있는 반려견 운동장을 알아보듯, 아이들을 영원히 보낼 곳에 대해서도 알아본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요즘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내용이 틀림이 없는지 묻는 전화를 많이 주신다. 미리 준비하고 확인하는 문화가 만들어져 다행이다. 평소 잘 먹던 간식이나 과일을 준비해서 같이 화장할 수 있는지 등 무엇이든 물어보셔도 된다. 아이가 노령이거나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실행해 보시는 것을 권한다.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후회를 덜 남기기 위해서다.”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이 살아있을 때는 견주, 집사 등으로 불린다. 책을 읽다가 세상을 떠난 동물의 ‘보호자’로 호명되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더는 반려인이 아니고 보호할 수도 없게 되는 때 아닌가.

“반려동물은 내가 늘 챙겨줘야 했던 존재다. 잘 생각해보면 이제껏 혼자만 어디 멀리 보낸 적이 없다. 화장 절차가 진행될 때 유리 한 장 사이로 얘만 보내야 하니까 그때 무너지시고 발을 동동 구르신다. 반려동물이 숨을 거두었어도 여전히 보호자의 마음인 거다.”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장례지도사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반려동물 장례도 따지고 보면 남아있는 사람을 위한 일이다. 하지만 기준과 초점은 철저하게 반려동물 위주로 둔다. 예를 들어, 저희는 이곳에 오시는 보호자들의 얼굴을 보지는 않는다. 반려동물을 먼저 챙긴다. 지도사가 보호자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직업이라고 설명된 것을 보았는데, 저희는 떠난 아이를 챙기는 사람들이다. 보호자를 함부로 위로할 수도 없고 쉽게 눈물을 닦아드릴 수 있는 역할도 아니다. 끝까지 진중한 장례 절차를 완수하는 게 보호자들이 실제 원하는 지도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동물장묘업이 발달하면서 장례서비스도 등급이 나뉘고 고급화하는 추세다. 보호자들에겐 장례비용을 두고 망설였던 사소한 기억까지 죄책감으로 남는다. 기본 장례만 치러도 괜찮은지 불안한 마음이 있다.

“현재 일하는 회사의 동료 지도사들과 지켜온 원칙이 있다. 아이들의 임종까지 지키고 이곳 장례식장까지 찾아준 것만으로 이 보호자는 최고의 예우를 해주는 것이고 그 이상을 권하거나 의미 없는 형식을 진행하고 압력을 넣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보호자마다 사정이 다르고 경제적 관점도 다르다. 기본 장례 절차에 최선을 다한다는 원칙이 흐트러지는 순간 아마도 우리 회사는 없을 거다. 수의나 관, 유골함 등의 장례용품들이 준비되어 있지만, 보호자가 먼저 묻기 전에는 설명하거나 권하지 않는 것이 우리 매뉴얼이다. 지도사는 절대 판매원이 아니어야 한다.”

—전국 지점을 가지고 가까운 곳을 연결해 준다는 장례업체를 통했다가 무허가 식장으로 안내되고 피해를 보았다는 사례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반려동물장례식장이 농림부 산하 동물보호관리시스템(animal.go.kr) 동물장묘업에 등록이 되어있는지다. 그곳에 나와 있는 주소지와 내가 업체 홈페이지에서 본 주소지, 그리고 전화나 문자로 안내를 받은 주소가 같은지 확인해야 한다. 그다음, 내가 이용할 절차에 관해 설명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좋다. 홈페이지에 다 나와 있어도 내가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나올 때까지 어떻게 절차가 진행되는지 구간별 브리핑을 해달라고 하면 된다. 또 중요한 부분이 장례(화장) 증명서 발급을 해주는지 꼭 물어봐야 한다. 반려견은 사후 30일 이내 변경신고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동물병원과 허가된 장묘업체를 통해 발급된 증명서만 효력이 있다. 그리고 장례비용과 추가 비용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강 지도사는 보호자를 배웅하면서 “지금껏 고생 많으셨다 애쓰셨다”라고 인사를 건넨다. 일상에서 숱하게 오가는 말인데도 장례 후라서 또 다른 무게가 실린다.

“보호자가 반려동물과 함께 한 짧지 않은 시간에 대해 분기점을 준다는 의미도 있다. 이제껏 많은 장례를 진행했는데 그 얘기를 할 때는 어떤 떨림이 있다. 둘이서 같이 잘 마쳤다는 느낌인 것 같다.” 반려동물과의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을 위로하는 강 지도사의 덤덤한 한마디다.


한겨레 유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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