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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딸기 Apr 03. 2024

KFC의 치밀한 계략에 빠지다

2024년 4월 3일 수요일

(사진 제공 = KFC 홈페이지)



KFC의 치밀한 계략에 빠지다



KFC는 저녁 9시부터 10시 사이에 치킨 한 조각을 사면 한 조각을 더 주는 이벤트를 한다. 나는 이런 이벤트에 쉽게 현혹되는 사람이다. 잠들기 6시간 전에는 되도록 안 먹어야 건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홀린듯이 KFC 매장에 들어가 포장 주문을 했다. 핫후라이드와 갓양념치킨. 닭튀김이 식도로 넘어가지도 않았는데 위액이 먼저 흐른다. 파블로프의 개 마냥 오감 그리고 뇌가 치킨에 학습된 것이다.



맥주 한 캔을 따서 치킨을 해치웠다. 힌두교의 사후 세계관에, 그러니까 윤회 시스템에 따르면 전생에 죄를 지은 자가 현생에 축생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닭들이 오늘날 죽어나가는 걸 보면 이전에 전쟁범죄자들을 비롯한 나쁜 놈들이 아주 많았고 전부 닭과 돼지, 소로 태어난게 틀림없다. 내 밥상에 오른 치킨으로 태어난 녀석은 내세에 뭐로 태어날까. 나쁜짓을 하기도 전에 인간에게 끌려 도살장으로 직행해 식탁 위로 올라왔는데 말이다.



힌두교식으로 생각하면 KFC는 전생에 죄를 지어 닭으로 태어난 인간들을 빠르게 내세로 보내는 공장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죄를 짓기도 전에 죽었으니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아... 인류가 80억을 돌파한 이유가 KFC 때문인가보다. 내가 어릴 때 열심히 부른 숫자송에서 6을 육십억 인구라고 배웠으니까. 윤회에 입각해서 생각하면 KFC는 영혼을 빠르게 순환시키는 배기구 혹은 순환체계의 한 축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무수히 많은 전범 및 흉악범들을 뱃속에 집어넣은 나는 살인죄를 적용 받아서 내세에 닭으로 태어나려나. 힌두신들이 나를 어여삐여겨 다음번엔 아무것으로도 안 태어날 수 있게. 아니지, 바람으로 살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KFC는 오늘도 내 지갑을 얇게 만들었다. 나쁜 사람들... KFC 사장님 당신이나 닭으로 태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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