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31 새벽
삶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 이 때문일까. 여름이 서늘하다. 어쩐 일인지 덥지가 않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열대야도 없다. 전국이 쉬지 않은 열대야로 몸살을 앓던 날에도 나는 덥지가 않았다. 늦은 시간 샤워를 하면 몸에 닭살이 돋는다. 기분 탓일까. 일 년 중 가장 더운 여름 휴가철, 온몸과 마음에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2024. 7. 31 월요일 새벽. 한달이 지났다. 그분의 부고 소식과 함께 모든 일상이 멈췄다. 월요일부터 작정해 놓은 휴가를 장례식장에서 보내게 될 줄 몰랐다.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일이다. 아무런 예고가 없었다. 황망한 마음을 이루 말할 길이 없다.
해가 졌다. 바닷길에 등대가 꺼졌다. 험한 산길의 안내자였던 북두칠성이 떨어졌다. 평생 모르고 살 뻔했던 아버지의 사랑을 가르쳐준 분이다. 내 인생의 크고 작은 사건 속에 함께 해주셨던 분이다. 평생의 은인이고 스승이고 아버지셨던 당신을 나는 이제 보내야 한다. 아마도 이 그리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짙어질 것만 같다.
일상은 여전히 잘 흘러간다. 동트는 새벽녘 만물은 살아나고, 해 질 녘 힘을 다해 타는 노을은 여전히 열정적이다. 나는 요즘 밥을 참 많이 먹는다. 틈만 나면 누워서 잔다. 원초적인 삶이 말을 걸어온다. ‘뭣이 중한디.’
좋은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따뜻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에 불을 지폈다. 불빛이 사그라진다. 온기가 없다. 나는 당분간 애쓰지 않으려 한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해, 다시 불을 지피기 위해,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을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