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 단상
자주 이름에 대해 생각한다.
처음 이름에 대해 생각했던 건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 같다. 내가 입학한 일산의 초등학교는 당시 뉴스에도 나올 만큼 한 반에 너무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황금 돼지띠의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었고, 일산 신도시 열풍이 겹치면서 그런 사달이 난 듯한데 지금이야 반에 많아봐야 30명 정도여서 그 이상의 아이들이 어떻게 한 반에 들어가나 놀랄 만도 하지만 그냥 그때는 뭐, 다들 어찌어찌 똑같이 공부하고 놀았던 거 같다.
아무튼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늘 번호로 불렀다. 오늘이 6월 25일이면 25번 일어나서 이거 한 번 읽어봐, 아니면 6번 하고 25번이 애들 숙제 좀 걷어와 봐 이런 식이었다. 나는 56번이었다 (내가 다녔던 곳은 남자애들은 1-30번 여자애들은 40번부터 다시 시작하는 방식이었다). 몇 학년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그 해에는 56번으로 불리고 기억되며 선택됐다. (5월 6일엔 아마 바짝 긴장했을 거다) 아이들은 이름으로 불리는 대신 매년 새로운 번호를 부여받고 그 번호로 인해 숙제도 걷고 재수 없게 숙제 안 한 걸 걸리기도 하고 칠판에 나와 영문도 모르는 수학 문제를 푸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번호 때문에.
교실에서는 교실의 번호가 있었고 운동장에서는 또 따로 운동장에서의 번호가 있었다. 바로 키 순서대로 분류되는 번호였다. 나는 1번, 아니면 2번, 운이 좋으면 5번까지는 갈 수 있는 아이 었다. 나는 구호에 맞춰 1반의 1번, 2반의 1번, 3반의 1번.. 등과 함께 ‘일!’을 외치며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열중 쉬어를 했다. 그 시간이 참 싫었다.
기왕이면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좋지 않을까? 많아서 못 외운다는 건 이름 외우기가 이상할 정도로 너무 안 되는 내 입장에서도 백번 이해한다. 그래도 적어도 너, 이름이 뭐였더라, 하고 한 번쯤 물어보고 나서 칠판에 나와서 이 문제 좀 풀어봐라, 했으면 그 선생님 이름도 지금 내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 우리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아이들도 담임 선생님은 0번, 영어 선생님은 1번, 수학 선생님은 2번 이렇게 불렀으면 어땠을까? 발칙한가. 그래도 다시 돌아간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나는 56번이 아니라 서지윤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