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보다는 "대비"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늘어나는 능력이 있다.
바로 "위험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예전의 나를 돌이켜보면, 대체로 일이 터진 뒤에 움직이는 편이었다.
문제가 생길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걸 모르는 척 했다가, 어떻게든 버티면서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물론 그렇게 지나가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결국 문제가 생기면 그때부터 수습할 방법을 찾았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놓여진 일을 처리하기에도 빠듯했고, 벌어지지 않은 일에 신경을 써야한다는게 피곤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무언가 잘못될 것 같은 기미가 보이면, 일이 커지기 전에 먼저 움직이게 됐다.
제때 대처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치이는 과정에서 생긴 습관이 아닐까 싶다.
큰일이 난 뒤에 감당하는 것보다, 초기에 손을 쓰는 편이 훨씬 낫다는 걸 여러 번 겪었다.
일종의 요령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요즘 장거리 러닝에 욕심을 내고 있는데, 몇일간 무리해서 달리고나니 발목에 통증이 느껴졌다.
예전 같았으면 며칠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넘겼을텐데, 이번에는 달랐다.
평소에 하던 일상적인 동작을 했음에도 발목이 찌릿하다는 걸 느끼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
이전의 나였다면 이랬을 것이다.
조금 아픈 정도야 참을 만하다고 여기면서, 상태를 더 지켜보자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괜히 엄살을 부리는 것 같아서 주변에 얘기하지 않고 꾹꾹 참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병원에 간건 물론이고, 진료를 볼 때 나의 상태와 원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언급했다.
병원에서는 보통 초기에는 물리치료를 먼저 권하지만, 나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부탁드렸다.
그렇게 물리치료 대신 신경차단 주사를 맞았고, 다음 날 통증은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되는 것은, 모든 문제를 돈으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적극적인 대처, 그리고 대비의 중요성"이다.
위험신호가 왔을 때 이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 태도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도 그렇지만, 일상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불편도 마찬가지다.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 바로 들여다봐야한다.
그때 대비했다면 작게 끝날 수 있는 일들일텐데, 귀찮다는 이유로 미뤄두는 큰 일이 돼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비는 번거로운 일이다.
시간도 들고, 비용도 들고, 때로는 괜히 과민반응을 하는 것 처럼 느껴져서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
여러모로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 번거로움 덕분에 우리는 더 큰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은 커진 뒤에야 비로소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다.
처음 이상하다고 느꼈던 그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신호가 왔을 때 모른 척하지 않는 편이 낫다.
당장은 조금 귀찮더라도, 그때 바로 움직이는 것이 결국 나중의 큰일을 막아준다.
나이가 드는 과정에서 겁쟁이가 돼버린 것 같지만,
그보다는 "나를 지키는 방법"을 알게 된거라고 생각하려 한다.
그러니 스스로가, 그리고 주변에서 보내는 위험신호에 대비하자.
결국 위험한 상황이 왔을 때 대응하는 것보다 더욱 좋은 결과를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