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보다는 당근
최근 한 출판사에서 서평을 제안받았다.
와인에 관한 책이었고, 신간 홍보를 위한 서평단을 모집하고 있었다.
평소 와인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책 내용도 흥미로울 것 같아 흔쾌히 수락했다.
서평단 참여를 결정하고 이틀쯤 뒤에 책을 받았다.
기대했던 것보다 내용이 훨씬 알찼고, 새롭게 알게 된 점도 많아서 읽는 내내 꽤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며칠 뒤 또 다른 배송 알림이 왔다.
최근에 주문한 물건이 없었기에 이상한 마음에 상세 정보를 확인해봤다.
상품 정보에는 ‘취급주의’라고 적혀 있었고, 보내는 사람도 처음 보는 업체명이었다.
혹시 오배송이 아닐까 싶어 왠지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다음 날.
사무실에 출근해서 업무를 하고 있는데, 택배 도착 알림과 함께 문자가 왔다.
내게 서평을 의뢰한 출판사에서 온 문자였다.
처음에는 서평 마감 기한을 안내하는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다.
마감이 가까워졌으니 기한 안에 작성해달라는 말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동시에 정체를 알 수 없던 택배에 대한 궁금증도 풀렸다.
문자의 내용은 이랬다.
"신간도서 서평단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서평을 진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자께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와인을 선물로 준비해 주셨습니다.
선물을 즐겨주시고, 시간 되실 때 서평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자를 읽고 잠시 멍해졌다.
나는 그동안 서평을 일종의 비즈니스 관계로 생각해왔다.
실제로 많은 경우 출판사에서는 마감 기한과 가이드라인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강조하는 편이다.
그러면 나 역시 괜한 의무감을 느끼게 돼서, 어느 순간 진심을 담아 읽고 쓰기보다 해야 할 일을 처리하듯 글을 쓰게 될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와인과 자신의 책을 진심으로 아끼는 저자의 태도가 느껴졌다.
마감을 재촉하기보다, 책을 진정으로 즐겨주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졌다.
와인을 선물로 보낸 것도 홍보 방식이라기보다, 그 마음을 보여주는 표현처럼 느껴졌다.
사무적으로 대하려던 나의 태도가 180도 바뀌는 순간이었다.
저자분과 출판사 관계자분의 마음이 감사해서, 더 정성스러운 서평을 적고 싶어졌다.
원래 써두었던 리뷰를 처음부터 다시 손봤다.
휴대폰으로 찍어둔 사진도 지우고, 카메라로 새로 촬영했다.
책과 저자분이 가진 매력을 제대로 전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스스로 움직이고 있는 나를 보면서 새삼 느꼈다.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움직이여야 하는구나, 이렇게 다뤄야하는구나"
움직이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
물론 몇마디 말로 끝낼 수 있는 강요와 달리, 상대방을 움직이게 만들려면 더 큰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노력과 정성은 가치가 있었다.
결국, 결과적으로는 더욱 효과적이었다.
저자분은 와인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대하는 방식도 잘 아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평 잘 부탁드립니다”, “마감 기한 꼭 지켜주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조용히 와인을 보내는 센스.
그 조용한 배려가 오히려 더 큰 힘을 가졌다.
이번 서평 덕분에 와인에 대한 지식 뿐만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법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었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상대를 억지로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이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
당장의 편리함이나 효율보다는, 상대를 더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