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작년, 그러니까 내가 스물한 살이었을 때,
나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약 35일간 유럽여행에 다녀왔다.
당시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는
"나 이번 방학 때 유럽 가려고"
"아 정말? 정말 부럽다ㅠㅠ 어디 어디가? 한 달? 누구랑?"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체코, 오스트리아 정도 가고, 한 달 정도 혼자서-"
"뭐? 혼자서 간다고? 왜?"
이런 식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왜 하필 혼자서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는지, 뚜렷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중학생 때부터 한비야 님의 책을 읽어오면서, 당연히. 아주 자연스럽게, '여행은 혼자 하는 것'
이라는 인식이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여행 에세이를 읽어오던 난, 항상 세계일주가 꿈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러나 나의 자유로운 행복을 보장해줄 것만 같았던 '대학생'이 되었을 때,
나는 여행은커녕, 하루하루 학교생활에 찌들어 여행 에세이를 읽을 여유조차 없는, 빡빡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가 지나가는 듯 내뱉었던 한 마디,
"너는 대학만 가면 바로 해외로 뜰 것처럼 말하더니, 여행 안 가냐?"
그 말이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왠지 '떠나야 할 것 같은, 나는 떠나야만 하는 운명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순간.
그리고, 과외를 하고 돈을 모으면서, 유랑에 가입해 자료를 모으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그렇게 본격적인 여행 준비를 시작한 게 2007년 1월.
2007년 4월, 무작정 유럽 왕복 항공 티켓을 사버렸다.
학교생활과 여행 준비를 병행하며, 그렇게 현실과 꿈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넘나들던 나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1주일쯤 지났을 6월 27일,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
한 달 동안의 외로움, 눈물, 설렘, 떨림, 반가움, 가슴 벅참 그 모든 감정들이 추억이 되어버린 지금,
더 많이 그 기억들이 희미해지기 전, 그것들을 선명하게, 구체화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나의 첫 번째 유럽 파리, 그곳에서만 약 15일간 머물면서,
'여행'이 무엇인지,
'유럽'이 무엇인지,
조금은 거창하지만 '인생'이 무엇인지,
흐릿하게나마 감을 잡을 수 있었고
'한국인'으로서의 나,
'사람'으로서의 나에 대해서,
몸서리치도록 낯선 모습에서부터, 눈물 나게 가여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나치게 무겁고, 현학적이지 않게,
지나치게 가볍고, 흔하지 않게,
내 여행기가 흘러가길 바란다.
어느덧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혼자서 유럽여행을 했던 그 여자아이는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때의 추억을 다시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