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비인기 명소 -국립도서관, 자연사 박물관

by mindful yj


파리에 간다면 에펠탑, 샹젤리제, 개선문, 루브르, 몽마르트, 센 강, 튈르리 정원, 판테온, 베르사유 궁전, 노트르담 대성당에는 80% 이상 갈 테고, 좀 더 많이 안다면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센터, 라데팡스, 뤽상부르 정원, 페르라세즈 공동묘지, 몽파르나스 타워 등등... 그런데 혹시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자연사박물관'에 가보신 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필자의 경우, 한 달 배낭여행 중 파리에 보름 동안 있었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처음엔 남들 다 가는 곳들을 둘러보았는데 나중에는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아도 다 그게 그거 같고 심지어는 그것이 왜 훌륭한 예술이라고 극찬을 받는지 조차 이해할 수 없는 미술에 대한 짧은 이해와 식견을 (자랑은 아니지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모네의 걸작을 앞에 두고 벤치에 앉아서 한 30분 졸았던 아니, 거의 잠들었던 기억이 잠시 스쳐간다.


솔직히 그 유명한 루브르나 오르세는 내게 별 감흥이 없었다. 이전에도 언급했듯 필자는 불문과 학생이므로, 그나마 수업시간에 프랑스 문화에 대해서 배웠기 때문에 미술관에 걸린 그림 중 몇몇은 미리 본 적도 있고, 심지어는 시험지에서도 마주친 적도 있었지만(!) 가슴에서 우러난 진심 어린 관심이 아니었던지라 그 기억이 일회성에 그치고 말았나 보다.


각설하고,

에펠탑이나 개선문은 파리의 상징 아니 동양에서는 유럽의 상징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들. 여기저기에서 그 이미지를 하도 많이 보아와서, 솔직히 막상 그것들의 실체를 보았을 때, 나는

1. 너무 황홀하고 기쁘고, 그것들을 실제로 보아서 정말 행복했다.

2. 매체나 사진을 통해 포장된 모습들만 봐서 그런지 실제로 봐서는 조금 낡고, 규모도 작고, 실망스러웠다.

이 두 가지 모두 아니었다.


솔직히 아무런 감흥이 나지 않았다. 그냥 하도 많이 보아왔기에 저건 당연히 에펠탑. 저건 당연히 개선문. 저 구조물들이 실제로 파리에 없었다면 혹은 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형상을 하고 있었다면 오히려 나는 "헉! 이상하다?" 하면서 그것들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펠탑의 야경과 조명쇼는 실제로 보니 가히... 아름다웠다. 아니, 내 넋을 빼놓아버렸다.)


위에 나열한 유명한 관광명소들은 인터넷에, 가이드 책에도 모두 소개되어 있는 솔직히 새로울 것이 없는 것들이니 나는 생략하겠다. 여기서는 책에도 잘 소개되어있지 않고, 본인도 파리에 와서 알게 된 곳을 소개할 예정이다.


바로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자연사박물관. 정확히 어느 곳에 위치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발 가는 대로, 지하철 가는 대로, 버스가 가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눈에 띄어서 슬쩍 내려 설렁설렁 걸어갔던 곳이므로.

이 두 곳에서 나는 비록 여행자들로 붐비는 관광명소다운 활기는 못 느꼈지만, 사진으로 화면으로 수십 번 수백 번 보았던 모습을 확인하러 가는 비장한 각오는 없었지만 진짜 파리지엔들이 종종 이용하는 장소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경우(솔직히 귀찮아서 내부까지 구석구석 둘러보지는 않았지만) 그냥 이렇게 '간지 나는' 도서관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감탄했다. 도서관 건물 자체가 책을 펼쳐 둔 모습이다! 도서관 앞에는 실개천처럼 얇아진 센강이 흐르고 있고, (아! 센강을 따라가다 보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는 모르지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다다를 수 있겠다, 혹시 센강이 아닌가? 그래도 내가 아는 파리의 강은 센강 뿐이니 센강이라고 간주하겠다) 도서관 앞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계단에 앉아 책을 읽고 있고 음악을 듣고 바람을 느끼고 있다. (물론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는 파리지엔들의 서슴없고 과감한 애정행각은 신성한 도서관 앞에서도 이어진다.) 더할 수 없이 여유로웠다. 에펠탑과 개선문은 파리지엔의 배경일뿐 활동무대는 아니라는 생각 살짝.


자연사박물관의 경우 버스 타고 지나가면서 찜해두고 다음 날 다시 찾아간 곳이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주말이었기 때문에, 박물관 정원만 돌아다녔다. (물론 평일이어서 박물관이 개관 상태라 하더라도 들어가지 않았을 테지만) 산책 나온 노부부, 유모차 끄는 엄마, 뛰어노는 아이들, 책 읽는 젊은이...


물론 아름답지만,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튈르리나 뤽상부르에 지쳤다면 쉬러 간 정원에서 제대로 쉴 수 없었다면 자연사 박물관을 추천하고 싶다.(무책임하지만 찾아가는 방법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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